사흘째 전기·수도 끊긴 산청 신안면…"씻지도, 화장실도 못가"

'극한호우'로 전봇대 쓸려가고·취수장 가동 멈춰 전기·수도 공급 중단
이정훈

입력 : 2025.07.21 11:14:02


집중호우로 전기.수도 끊긴 경남 산청군 신안면 야정마을
[야정마을 주민 유난희 씨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산청=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복구는 커녕, 씻지도 못해요.

무엇보다 화장실을 쓰지 못해 다들 힘들어합니다" 경남 산청군 신안면 야정마을 유진형(62) 이장은 지난 19일 집중호우로 마을이 잠긴 후 3일째 수도·전기 공급이 끊겨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21일 하소연했다.

하루 새 300㎜에 육박하는 극한호우가 산청군 일대에 쏟아진 지난 19일 산청군 곳곳에서 산사태가 나고, 하천이 범람했다.

딸기 재배로 유명한 야정마을도 근처 양천강 둑이 터지면서 삽시간에 마을에 물이 들이닥쳤다.

유 이장은 "19일 낮 12시를 넘겨 둑이 터지면서 마을이 물바다가 됐다"며 "고지대 집 몇곳만 빼고 마을, 딸기 비닐하우스 전부가 물에 잠겼다"고 전했다.

마을이 침수된 19일 오후부터 21일 오전까지 3일째 야정마을에 전기·수도 공급이 끊겼다.

인근 청현·신기·수대 마을 역시, 전기·수도가 들어가지 않는 상황이다.

마을과 외부로 통하는 길도 막혔다 20일 오전께 겨우 통행이 가능해졌다.



산청 딸기 비닐하우스 파손
(산청=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21일 오전 경남 산청군 신안면 일대 딸기 재배 비닐하우스가 최근 내린 폭우로 크게 파손돼 있다.2025.7.21 image@yna.co.kr

신안면사무소 측이 마을에 생수를 공급해 부족하지만 식수 걱정은 덜었다.

그러나 땀, 흙탕물로 범벅이 된 몸을 씻을 물, 더럽혀진 가재도구를 세척할 물, 화장실 변기를 내릴 물이 없어 주민들이 고통받는다.

유 이장은 "주변엔 온통 흙탕물밖에 없다.

깨끗한 물이 없으니 복구작업은 엄두도 못 낸다"며 "못쓰게 된 살림살이를 집 밖으로 꺼내놓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다"고 말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 휴대전화 충전도 힘들고, 식사 준비도 어려운 상황이다.

유 이장은 "면에서 배달 음식을 제공해 마을회관에서 겨우 끼니를 해결한다"고 전했다.

한국전력 경남지역본부는 20일 오전까지 산청군 신안면·신등면·차황면 일부 지역에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상태라고 밝혔다.

경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산사태, 하천 급류로 전봇대가 쓸려나가거나 넘어져 전기가 끊겼다"며 "현장 복구를 하려 해도 도로가 막힌 곳이 있어 전력 복구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청군은 지난 19일 집중호우로 전기가 끊겨 취수장이 멈추면서 상수도 공급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20일 새벽 취수장을 다시 가동하면서 정수장·배수장에 물을 채우고 있지만, 군 전체에 상수도를 공급하는 데 시간이 걸려 신안면·생비량면·단성면 지역은 아직 수돗물 공급이 어렵다고 전했다.



산사태·집중호우 여파…트럭 전도
(산청=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20일 오후 경남 산청군 산청읍 외정마을에 전날 집중호우와 산사태 영향으로 마을 도로와 주택 등이 파손돼 있다.2025.7.20 image@yna.co.kr

seama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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