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빌라·오피스텔이 이끈 전세의 월세화…아파트로 번진다

서울 빌라 월세 비중 2020년 29%→2025년 58%로 5년 만에 2배 수준 증가오피스텔, 단독주택은 월세가 70∼80% 달해…아파트는 42% 선, 3년 전보다 감소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30% 올라 주거비↑…6·27 규제로 아파트도 월세 전환 가속
서미숙

입력 : 2025.07.24 09:50:23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주택 전세의 월세화가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5년간 서울의 연립·다세대 그리고 오피스텔, 단독·다가구 순으로 월세 전환 추이가 가팔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호황을 지나 금리 인상, 전세사기 등의 대형 변수를 거치며 비아파트의 월세 수요가 급증하고,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도 커진 것이다.

상대적으로 아파트는 여전히 전세 선호 현상이 뚜렷했으나 정부의 강도 높은 6·27 대출 규제로 인해 아파트 시장의 월세화도 가팔라질 전망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및 빌라단지의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 전세사기 그 후…아파트 월세 비중은 줄고, 비아파트는 급증 24일 연합뉴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공개된 서울 지역 아파트와 연립·다세대(빌라), 단독·다가구, 주거용 오피스텔의 전월세 비중을 분석한 결과 2020년 39.4%였던 주택 월세(보증부 월세 포함) 비중은 올해 들어 58.8%로 급증했다.

전월세 신고제 도입 전인 2021년 6월 전까지는 주로 보증금을 지키기 위한 확정일자 신고 기반의 집계가 많고, 이에 따라 월세보다 전세의 신고 비중이 높았던 점을 고려해도 큰 폭의 증가다.

2021년 6월 전월세 신고제 도입과 임대차 2법 시행에 따른 전셋값 상승 여파로 2021년 월세 비중은 45.3%로 늘어난 뒤 전세사기와 역전세난의 후폭풍이 몰아친 2022년에는 월세가 51.2%로 과반을 차지했다.

이후 3년간 월세 비중은 7.5%포인트가량 확대돼 전월세 계약 10건 중 6건이 보증부 월세 거래였다.

최근 5년간 서울 주택의 월세 전환은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가 주도했다.

서울의 연립·다세대 월세 비중은 2020년 29.5%에서 빌라 전세사기의 후폭풍으로 2022년 39.5%, 2023년 48.2%로 증가했고 지난해(54.9%)부터 50%를 넘기 시작해 올해는 7월 현재 월세 비중이 58.4%로 급증했다.

5년 전 대비 거의 2배 수준으로 월세 주택이 늘어난 것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역전세난과 전세사기가 사회문제로 번지며 빌라 등 비아파트의 전세 기피 현상이 심화한 탓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의 보증 한도가 공시가격의 126%로 강화된 것도 보증 가입을 위한 월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연립·다세대 못지않게 월세 전환이 가팔랐던 유형은 오피스텔이다.

주거용 오피스텔 역시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2020년 47.7%였던 월세 비중이 2022년 56.2%로 늘고 올해 73%까지 급증했다.

상대적으로 다가구 원룸주택 때문에 월세 비중이 높은 단독·다가구 유형은 2020년 54.8%에서 2022년 68.9%로 월세 비중이 커졌고, 올해는 월세 거래가 80.2%에 달했다.

10건 중 8건 이상이 월세 주택이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 성창엽 회장은 "전세사기 문제가 터지기 전에는 신축 빌라나 도시형생활주택 등을 중심으로 고가의 전세 수요가 많았지만 지금은 청년층일수록 보증금 반환 사고를 우려해 보증금을 최대한 낮추고 월세 전환을 요구한다"며 "전셋값은 오르는데 보증 가입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전세를 낮추고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는 비자발적인 월세 전환도 많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서울 아파트 시장은 과거보다 월세 비중이 확대됐지만, 비아파트보다 전환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빌라 등에 비해 전세사기 문제가 적었고, 임대료 자체가 높아 월세 전환 부담이 크다보니 상대적으로 전세 선호가 높은 것이다.

이에 따라 2020년 31.5%였던 아파트 월세 비중은 전세사기 문제가 터진 2022년 44.1%까지 높아졌다가 2021년 41.5%, 지난해 42.4%로 줄어든 뒤 올해는 7월 현재까지 42.5%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양천구 목동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청년 등 1∼2인 가구 위주인 빌라나 오피스텔에 비해 아파트는 자녀 학비 등 생활비가 많이 드는 3∼4인 이상 가족 단위 거주가 많다 보니 최대한 월세 부담 없이 살길 원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매물판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주택 월세지수 22개월째 상승세…전세대출 규제로 아파트도 월세 전환 가속화 전망 주택의 월세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월세액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월간 주택가격 통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 월세 지수는 100.5로 2015년 통계 공개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023년 8월 97.0을 기록한 이후 1년 10개월째 상승세다.

이 가운데 아파트의 월세 지수는 100.6, 연립·다세대와 단독·다가구는 각각 100.4로, 역시 조사 이래 가장 높았다.

월세 증가는 결국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 증가와 가계의 가처분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연합뉴스가 국토부 실거래가시스템의 월세 신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임대 계약이 체결된 서울 아파트의 평균 월세는 10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평균 108만원에 비해 1% 가까이 오른 것이고, 5년 전인 2020년 84만원과 비교해 30%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2020년 말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의 경우 보증금 6억원에 월세가 150만원 선이었으나 올해 계약에선 같은 보증금 6억원에 월세가 180만∼210만원으로 5년 만에 20∼40% 상승했다.

송파구 가락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월세는 보증금을 얼마나 높이느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과거 100만원이 넘는 월세가 흔치 않았다면 지금은 150만∼200만원이 넘는 월세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새 정부의 대출 규제는 앞으로 비아파트는 물론 아파트까지 월세화를 더욱 가속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 6·29대책에서 전세를 포함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고, 이달 21일부터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증 한도도 90%에서 80%로 축소했다.

임차인이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 그 자금으로 매수 잔금을 갚거나 분양 잔금으로 쓰는 조건부 전세대출도 막았다.

전세 대출 감소로 보증금의 일부를 월세로 돌리려는 임차인과 전세 대출 없이 임대를 놓으려는 주택 매수자의 요구가 맞아떨어지면서 보증부 월세 전환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입주가 진행 중인 3천300여가구 규모의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아파트의 경우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지 않도록 보증금 자체를 깎아주거나 보증금의 일부를 월세로 전환한 매물들이 늘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시스템에 신고된 메이플자이 전용 59㎡는 보증금 5억원에 월세 300만원, 전용 84㎡는 보증금 5억∼5억5천만원에 월세 400만∼440만원짜리 고액 월세 계약이 줄을 잇고 있다.

여기에 앞으로 정부가 전세시장 안정 카드로 만지작대고 있는 전세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이 현실화하면 전세의 월세 전환을 더욱 부채질할 전망이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 대출에 DSR를 적용한다는 것은 전세도 소득이 감당할 수준에서 얻으라는 의미"라며 "부족한 보증금 때문에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전세의 월세화에 이어 싼 전세를 찾아 수도권 외곽으로 이탈하는 '엑소더스' 현상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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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s@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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