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학년 학점 없는 KAIST 융합인재학부의 실험…창업 등 성과

멘토교수 제도 통해 학술 실적 거둬… 국제학회서 발표
박주영

입력 : 2025.07.24 11:10:49


PASTE 2025에서 강연하는 정재승 교수
[KAIST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정재승 융합인재학부장이 지난달 말 홍콩에서 열린 '태평양 아시아 초학제 교육 정상회의 2025'(PASTE 2025)에 연사로 초청돼 KAIST 융합인재학부의 철학과 성과에 대해 발표했다고 24일 밝혔다.

융합인재학부는 정답 중심 평가, 완벽주의, 경쟁주의에 기반한 기존 교육 시스템을 극복하고 창의성과 융합적 사고력을 길러내기 위해 2019년 설립됐다.

학생들이 전공 없이 입학해 스스로 학습 계획을 설계하도록 하고, 2023년부터는 전 학년을 대상으로 비경쟁 기반 P/NR 제도를 적용해 경쟁보다 성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P/NR은 전통적인 A·B·C·F 방식의 상대평가 대신 P(Pass·통과)와 NR(No Record·기록없음)로 평가하는 제도로, NR은 GPA(학점)에 반영되지 않는다.

현재 KAIST 1학년 신입생을 대상으로도 P/NR 제도를 운용 중이다.

정재승 교수는 융합인재학부의 교육 철학을 '폭넓고 통합적인 학문 기반', '학생 주도 맞춤형 교육', '창의성과 실행력', '사회적 책임 의식과 글로벌 시민성', '내적 동기와 호기심 기반 학습' 등 다섯 가지로 요약했다.

정 교수는 "KAIST의 실험은 '지식보다 질문, 구조보다 문화, 경쟁보다 탐구'를 추구하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라며 "사회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며 학문과 실천을 연결하는 모델로, 전 세계 고등교육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융합인재학부가 운영해온 멘토교수 제도를 통한 학술 실적도 소개했다.

융합인재학부 장형준 학생은 멘토교수인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 연구팀에서 단 한 번의 실험으로 효소 저해 상수(신약 개발 시 효소와 약물, 약물과 약물 간 상호작용을 예측하는 지표)를 추정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공동 제1 저자로 논문을 게재했다.

기존에는 수많은 농도 조건에서 반복 실험을 거쳐 저해 상수를 추정해 왔는데,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단 하나의 농도만으로도 저해 상수를 추정할 수 있는 분석법을 제시했다.

장형준 학생은 "융합인재학부의 멘토교수 제도 덕분에 정기적인 연구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고, 생화학·계산신경과학 등 중점분야 교과목을 통해 필요한 지식과 분석 방법을 체계적으로 익힐 수 있었다"고 전했다.



뛰어난 연구 성과 거둔 KAIST 융합인재학부 학생들
왼쪽부터 장형준, 정인서 학생 [KAIST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정인서 학생은 가현욱 교수와 함께 청각장애인을 위한 소프트웨어 연구를 2년 넘게 수행해 권위 있는 재활공학회 '캘리포니아주립대 노스리지 캠퍼스 보조기술 콘퍼런스'에서 연구 성과를 발표했으며, KAIST 명의로 특허도 출원했다.

정군은 연구와 함께 창업 활동을 병행해 정보통신업체 '엠피에이지'를 창업했으며, 융합인재학부가 짓고 있는 실습 공간인 창의공작실 설립을 위해 기부도 했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KAIST 융합인재학부는 기존 교육의 한계를 뛰어넘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 문제 해결력과 통합적 사고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질문하고 탐구하는 융합형 인재를 키우기 위해 교육과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jyoung@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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