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은 M&A로 신성장동력 장착 … 韓, 신산업 돌파구 못찾아

우수민 기자(rsvp@mk.co.kr),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입력 : 2025.07.27 17:55:20 I 수정 : 2025.07.27 19:48:28
韓기업 미래기술 뒤처지는데
경영 불확실성에 M&A도 주저
고금리 부담에 자금줄도 말라
인수합병보다 구조조정 급급
日은 정부가 M&A 장려 나서
초저금리로 자금조달도 수월
해외향 인수·합병, 국내향 2배
내수 탈피해 신성장동력 찾아






#지난 3월 Arm의 대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미국 반도체 설계사 암페어컴퓨팅을 약 65억달러를 들여 인수한다고 밝혔다. 암페어컴퓨팅은 Arm 기반 데이터센터 중앙처리장치(CPU)를 설계하고 있어 향후 차세대 인공지능(AI) 인프라스트럭처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지난 2월 일본 4대 생명보험사 중 하나인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은 약 23억달러에 미국 리걸&제너럴 보험 사업부를 인수한다고 알렸다. 일본 내 고령화·저금리 위기를 상쇄하기 위해 해외 보험 시장 개척으로 수익 안정화와 다변화를 꾀하는 구상이다.

최근 전 세계적인 인수·합병(M&A) 시장 침체 속에 일본 M&A 시장 성장을 견인한 요인은 구조적인 매물 공급·저가 매수 사이클 형성이 꼽힌다. 초저금리, 정부 주도의 기업 지배구조 개혁, 인구 고령화라는 세 가지 축이 맞물린 결과다.

매도자 차원에서는 정부가 상호출자 해소를 주문하고 주주행동주의를 촉진하면서 저수익 사업은 물론 고수익 사업까지 매물로 출회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상장사에 '자본 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 실현 방침'을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상장사 명단을 매월 공개하고 있다. 또한 일본 중소기업(SME) 경영자 연령 중 가장 높은 비중이 65~69세에 이르면서 승계형 매물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매수자 측면에서는 일본 기준금리가 0.5% 수준으로 레버리지를 일으키기에 우호적인 환경이 마련됐다.

정부 차원에서 사업승계·구조조정 M&A에 각종 세제·융자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다. 일본 중소기업청 승계 M&A 지원센터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성사 건수를 기록했다.

특히 저성장·고령화가 심화함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M&A를 통해 성장을 모색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아웃바운드(해외 기업) M&A는 502억달러로, 인바운드(일본 기업) M&A(289억달러)의 두 배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비해 연초 이후 국내 기업 주도 최대 M&A(자회사 거래 제외)로는 삼성전자의 독일 냉난방 공조기업 플랙트그룹 인수(17억달러), 웅진의 프리드라이프 인수(7억달러), 교보생명의 SBI저축은행 인수(6억달러) 정도에 불과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해외 M&A 비중을 보이는 국가로 꼽히고 있다"며 "일본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차입 비용, 정책(규제), 관세 관련 불안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거래 환경이 유지되고 있다.

일본이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동안 최근 한국 기준금리는 2~3%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의 자금 조달 경쟁력을 후퇴시키고 M&A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 상법, 자본시장과 같이 기업 경영에 직결되는 법안 개정이 급격하게 이뤄지는 점도 국내에서 M&A와 같은 중요 결정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한국 대표는 "일본은 기본적으로 규제 변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예측 가능성이 있는 반면, 한국은 중차대한 법이 갑자기 바뀔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꼬집었다.

이 가운데 대미 관세 리스크까지 고조되면서 기업들이 공격적인 인수 대신 구조조정을 우선시하려는 기조가 번지고 있다. 한 글로벌 IB 한국지사 고위 관계자는 "관세로 인해 실적 전망치의 근거가 전부 흐려진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계획이라는 걸 수립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탄식했다.

조정민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파트너는 "주식시장 랠리로 매도 측 기대는 높아진 반면, 매수 측은 경기 둔화와 환율 변동 위험을 반영해 EV/EBITDA 멀티플(배수)을 낮게 제시하면서 가격 조율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국내 M&A 시장 내 딜 파이프라인은 많지만 대기 중인 상황으로 실제 클로징은 적어 거래율이 저조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내수 한계를 타개할 해외 M&A도 내리막을 걷고 있다. 크로스보더 M&A 전문 PEF 운용사인 SJL파트너스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2021년 137억달러에서 지난해 69억달러로 반 토막이 났다.

[우수민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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