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50% 담보로 6천억 목표 22년간 IRR 연 7~8% 제시 손실 위험에 조달난항 전망도
SK이노베이션 E&S가 보령LNG터미널 지분 50%를 담보로 약 6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인 가운데 투자자들에게 출자 조건으로 원금 보장 없이 향후 20여 년간 7~8%대 연환산내재수익률(IRR)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원금 보장 없이 선뜻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기관이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E&S는 보령LNG터미널 유동화와 관련해 투자사에 향후 22년간 IRR 7~8%에 준하는 수익률을 간접적으로 보장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SK이노베이션 E&S가 보령LNG터미널을 계속 사용하면서 일정 매출을 보장해주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SK이노베이션 E&S가 원금을 보장해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원금 보장 조항이 들어가면 SK이노베이션 재무제표에 투자금이 '부채'로 잡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E&S가 유동화를 추진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 원금 보장 없이 IRR 7~8%를 투자사에 제안한 셈이다.
이 같은 구조는 상당히 이례적이란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SK이노베이션 E&S는 지난해 합병했던 SK E&S 도시가스사업(KKR)과 LNG발전사업(메리츠증권)을 유동화할 때는 원금에 더해 일정 IRR을 보장했다. 일례로 최근 SK이노베이션 E&S LNG발전사업 유동화에 메리츠증권이 5조원을 투입하는 대신 원금과 5%대 IRR을 보장받은 바 있다.
IB업계에서는 SK 측이 제시한 조건이 투자자들로서는 상당히 위험스러울 수 있다는 반응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인프라 펀드가 주요 투자자로 거론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원금 보장 없이 출자에 나서는 것에 상당히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투자 후보군으로는 맥쿼리자산운용과 블랙록, IMM인베스트먼트, 브룩필드 등 주요 인프라 펀드가 거론된다.
맥쿼리자산운용은 사모에 비해 목표 수익률이 낮은 상장 인프라 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IMM인베스트먼트는 보령LNG터미널 대주주인 GS에너지의 자회사 GS파워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보령LNG터미널 매각 주관사인 스탠다드차타드(SC)증권은 다음달 초 예비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매각 대상은 SK이노베이션 E&S가 보유한 보령LNG터미널 지분 50%다. 경영권은 GS 측이 갖는다.
한편 보령LNG터미널은 SK이노베이션 E&S와 GS에너지가 2013년 설립한 합작사다. 운반선을 통해 들여온 액화천연가스(LNG)를 터미널에 저장했다가 이를 기화한 뒤 발전소나 석유화학 업체에 공급한다. SK에너지, SK E&S, 나래에너지서비스, GS EPS, GS파워, GS칼텍스 등 SK와 GS그룹 계열사들이 보령LNG터미널과 장기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보령LNG터미널은 장기 공급계약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내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약 2000억원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 E&S가 이처럼 보유 터미널을 기반으로 유동화에 나선 까닭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