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롯데, 후보 거론되지만 자사 점포 줄이기에 여력 없어 쿠팡은 "오프라인 진출 안해" 인수 난항에 정부개입 가능성 농협 하나로 유통망 늘지만 매년 늘어나는 적자는 부담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홈플러스가 새 주인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개입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산 농산물을 취급하는 NH농협의 역할론이 대두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한미 관세 협상에서 농산물이 개방된다면 농협 입장에서 홈플러스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하지만 농협 측은 이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예비 원매자들과 접촉에 나서고 있다. 늦어도 오는 9월까지는 적격 인수자를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뚜렷하게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이마트)와 롯데쇼핑 등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두 곳 모두 당장 자사 점포도 줄여나가야 하는 마당에 홈플러스까지 인수할 여력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례로 롯데쇼핑은 2019년 125개였던 롯데마트 점포를 작년 말 기준 110개까지 줄였다. 이마트도 현재 해외 오프라인 매장에 좀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통업계 최강자로 자리매김한 쿠팡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거론된다. 홈플러스를 인수할 경우 지방 유통망까지 확보하기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쿠팡은 이미 전국적으로 물류센터와 지역 거점을 상당히 확장한 상태다. 이에 오프라인 진출 매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에서 어떤 식으로든 이번 인수전에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고용 문제 등 여러 여건을 고려했을 때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 농협의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한미 관세 협상에서 농산물 개방 관련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전국적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는 홈플러스를 활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만약 농산물시장이 실제로 개방된다면 농협은 국산 농산물만 취급하는 하나로마트 외에 홈플러스라는 유통 채널을 하나 더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 농협 측은 "매년 큰 적자를 내고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농협하나로유통은 작년에 매출 1조2710억원, 영업손실 404억원을 기록했다.
성장률이 둔화된 상황에서 홈플러스를 인수할 여력이 있는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인수를 진행하려면 NH농협금융지주나 농협중앙회 등에서 자금을 빌려야 한다. 하지만 내부 심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반발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홈플러스 분리 매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 삼일회계법인이나 회생 법원 모두 부정하고 있다.
분리 매각을 한다면 실적이 저조한 점포들만 남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 경우 추가 매각이 힘들어질 수 있는 만큼 홈플러스를 완전히 구제하기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