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s Law] [기업법칼럼] 프로젝트파이낸싱, 주관사 책임 어디까지
입력 : 2023.12.04 10:14:03
제목 : [Top's Law] [기업법칼럼] 프로젝트파이낸싱, 주관사 책임 어디까지
대법원, 효성중공업의 증권사 상대 손해배상청구 기각 취지 판결
계약에 없는 신의칙상 의무 인정할 수 없어[톱데일리] 최근 대법원은 효성중공업이 NH투자증권, 교보증권, 다올투자증권 등 3개 증권사에게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 증권사들에게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의 중요 쟁점은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은 금융주관사 의무를 신의성실의원칙(이하 신의칙)에 기해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신의칙이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따라 성실히 하여야 한다(민법 제2조)'는 원칙이다. 겉으로는 일견 합법 적이지만 타인에게 부당하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일반원칙이다. 그러나 한편 신의칙은 추상적 조항이라 지나치게 널리 적용하면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그 신의칙 적용이 쟁점이 된 사건이라고 하겠다.
사건의 시작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효성은 2012년 하반기, NH투자증권(당시 NH농협증권)으로부터 루마니아 태양광발전소 사업을 제안 받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참여했다. PF 구조는 다음과 같다. NH투자증권이 돈을 빌려주는 특수목적법인(대주 SPC)를 세운 뒤, 돈을 대출받는 특수목적법인(차주 SPC)에게 지금을 대출한다. 차주 SPC는 이 대출금으로 시공사인 효성과 발전소 건설 등을 위한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NH투자증권은 대출채권을 기초로 ABCP(자산유동화 기업어음)을 발행했다.
대출약정에는 사업 시행자 또는 발전소 운영법인들이 연대 보증을 하면서, 이행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하기로 했다. 효성이 자금보충 약정도 체결했다. 만일 ABCP 원리금 상환 부족이 발생하고, 연대보증인들이 지급을 하지 못하면. 효성이 부족한 자금을 보충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효성그룹이 법인 분할을 하면서 이 사업은 효성중공업의 소관이 됐다.
문제는 현지 정책변경 등으로 사업성이 저하되면서 발생했다. ABCP 만기일이 도래했지만 차주 SPC가 돈을 갚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그러자 효성은 지난 2017년 11월부터 약 1835억원의 자금을 보충했다. 그 사이 이 사건 PF를 담당하던 팀이 이직을 거듭하면서 금융주관사가 NH투자증권에서 교보증권으로, 그리고 또 다시 다울투자증권(당시 KTB투자증권)으로 변경되기도 했다.
2018년 3월, 효성중공업은 주관사가 연대보증인에게 이행보증보험증권을 징구하고 유지했으면 효성중공업이 자금보충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라고 하면서 증권사들을 상대로 120억원의 일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효성중공업의 승소였다. 연대보증인의 이행보증보험증권이 정상적으로 유지되었다면 효성중공업이 자금보충의무 위험을 부담하지 않게 되고, 주관사인 증권사들이 신의칙상 이행보증보험증권을 징구하고 유지·존속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다만 법원이 인정한 1심과 2심의 책임주체는 달랐다. 1심은 다울투자증권에 책임이 있다고 본 반면, 2심은 NH투자증권이 배상해야 한다고 봤다. 당초에 NH투자증권이 이행보증보험증권이 자금보충의무보다 선순위담보라고 효성에 설명했고, 이행보증보험증권이 아직 징구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이 실행되었으며, 이후 증권이 징구됐으나 연장ㆍ갱신을 위한 조치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NH투자증권과 효성중공업은 모두 상고했다. 대법원은 증권사들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2심을 일부 파기환송했다. 대법원과 하급심 사이 견해가 갈린 것은,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은 '이행보증보험증권 유지존속의무'를 신의칙에 기해 인정할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PF 자금조달방식에서 신의칙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PF 자금조달방식에서 참여 당사자들은 이익을 감안하고 위험을 검토, 분석한 뒤에 협상을 통해 위험을 낮추기 위한 최적의 방안을 마련하고 계약한다. 대법원은 효성중공업도 당시 시공 이익을 평가하고 자금보충 위험을 검토하여 증권사와 대등한 지위에서 참여를 결정했으므로, 계약서에 증권사가 효성중공업의 법익을 보호하고 침해를 방지하여야 할 특별한 지위가 있다고 볼만한 내용이 없다면, 계약서에 정하지 않은 의무를 신의칙에 기초해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은 PF방식거래에서 주관사의 책임범위를 신의칙에 기해 확대하는 것을 경계하는 입장으로 보인다. 일반 투자자들 대상 금융조달과 달리, PF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은 대등한 지위에서 본인의 이익과 위험을 숙고한 뒤에 계약을 체결한다. 따라서 주관사에게 다른 당사자를 보호할 일반적 신인의무(Fiduciary Duty)를 부여해서, 계약서에 그 내용이 없음에도 신의칙과 같은 일반원칙에 기해서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은 극히 예외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이 사건은 지난달 파기환송심이 시작됐고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2심 판결 이후 효성중공업은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추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최근 이를 취하함으로써 사실상 분쟁은 종결됐다.

톱데일리
고한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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