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량도 영향도 몰라"…합성·유사니코틴 담배 '규제 공백'

질병청 "액상담배, 흡연의 관문"·식약처 "유사 니코틴 주의해야"박희승 의원 "합성·유사 니코틴 담배 규제 필요"
신선미

입력 : 2024.09.25 07:01:00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
※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정부가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규제를 두고 뜸을 들이는 사이 글로벌 담배회사의 관련 제품 출시가 가시화됐다.

이에 더해 대체재로 니코틴 유사물질(유사 니코틴)을 이용한 담배까지 유통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합성·유사 니코틴 담배에 대한 규제가 없어 유통 상황은 물론이고 국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이 안 되는 만큼 규제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실에 따르면 지금의 담배사업법에서는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로 포함한 것만 담배로 인정한다.

따라서 화학물질로 만든 합성 니코틴 담배나 유사 니코틴을 활용한 담배는 법상 담배가 아니다.

이에 합성·유사 니코틴 담배는 일반담배, 궐련형 전자담배와 달리 온라인에서 판매할 수 있고, 청소년에게 판매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는 세금이나 부담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 일반 담배보다 싸게 유통될 수도 있다.

이에 더해 경고 문구와 그림을 붙이지 않아도 되고 손목시계나 향수 형태 등으로 담배처럼 보이지 않게 만들 수도 있다.

청소년이 합성·유사 담배를 접할 수 있는 장벽이 일반·전자담배보다 낮은 셈이다.

실제 질병관리청은 지난 7월 30일 청소년 5천여명 대상의 건강 패널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액상형 전자담배로 처음 흡연을 시작한 학생의 60% 이상이 현재 일반담배를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청소년에게 액상형 전자담배가 '흡연의 관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 법령이 없다 보니 주기적인 실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청소년이 합성·유사 니코틴 담배를 얼마나 이용하는지를 파악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이에 더해 이런 담배의 국내 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조차 없다.

다만 니코틴 수입량을 통해 최근 수년간 규모가 급속히 커졌다는 것은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액상형 담배의 원료인 합성 니코틴 용액은 주로 중국 등에서 수입하는데, 수입량은 2020년 56t(톤)에서 작년 200t으로 3.6배로 늘어났다.

글로벌 담배회사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그룹은 오는 11월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BAT그룹이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를 선보이는 국가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국내에서 관련 규제 공백 상황을 노린 것이다.

BAT는 판매 가격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합성니코틴 제품에서 세금·부담금에 대한 절약분이 발생할 경우 이를 소비자 혜택으로 제공할 것"이라며 기존 담배보다 더 저렴하게 판매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
[연합뉴스 자료 사진]

글로벌 담배 회사까지 합성 니코틴 담배 출시를 예고하고 나서자 국회와 전문가 사이에서는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의원은 "합성 니코틴만 규제하면 또 다른 비규제 품목 찾을 것"이라며 보다 폭넓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미 합성 니코틴을 규제하고 있으며, 유사 니코틴에 대해서도 규제를 검토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합성 니코틴 규제 얘기가 나온 뒤 이미 업계는 니코틴 유사물질 시장 등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4월 한 포털에 '전자담배 액상'으로 검색하면 판매 건수는 11만 건이었는데 규제 얘기가 나온 뒤인 이달 첫째 주에는 2만8천건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특히 유사 니코틴의 경우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알려졌다.

지난 5월 로이터 통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답변을 인용해 니코틴 대체물질이 천연 니코틴보다 심신에 미치는 영향이 강하고 중독성이 높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온라인 사이트 등에서 유사 니코틴을 포함한 액상형 흡입제품이 무(無)니코틴 제품을 표방하고 유통되고 있어 소비자 주의가 필요하다"며 "해당 제품에 대한 안전성은 검증되지 않았으므로 흡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내년 유사 니코틴의 중독성, 분석법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할 예정이다.

su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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