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레이더] 거리 곳곳 널브러진 전동킥보드…칼 빼든 지자체들
시민 안전 위협하고 미관 해쳐…강제 견인·신고 오픈채팅방 운영방치 예방 위해 '전용 주차장' 설치도…"의식 개선 함께 이뤄져야"
최종호
입력 : 2024.09.29 07:00:04
입력 : 2024.09.29 07:00:04
(전국종합=연합뉴스)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는 시민이 늘어났지만, 거리에 널브러진 채 방치된 킥보드를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단속을 강화하고 강제 견인한 뒤 견인료를 부과하거나 신고 오픈채팅방을 운영하는 등 강력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전용 주차장도 속속 생겨나는 가운데 지자체 움직임에 앞서 시민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방치 민원 수백건에 관광지 미관 훼손…인명 사고 잇따라 각 지자체에는 전동 킥보드 방치 민원이 매년 수백건씩 접수된다.
인천시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전동 킥보드로 대표되는 개인형 이동장치(PM) 민원 1천35건을 접수했다.
이 가운데 무단 방치가 773건으로 가장 많았다.
작년 한해 광주시에는 677건의 관련 민원이 들어왔는데 주행차로 주차, 건물·상가 앞 주차, 횡단보도 진·출입로 주차 등 방치와 연결되는 민원이 525건으로 전체의 77.5%를 차지했다.
강원도의 경우 2020년 1월부터 이번 달까지 최근 5년 동안 무단 방치를 비롯한 1천370건의 민원을 받았다.
원주시가 884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릉시 162건, 춘천시 148건 등으로 뒤를 이었다.
강릉은 대표적인 동해안 관광지로 이곳에도 전동 킥보드가 무방비로 방치돼 미관을 해치고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지만 30㎏ 안팎의 무거운 무게와 경고음 등으로 쉽게 옮기지 못하는 실정이다.
제주도에서도 4개 업체가 2천864대의 전동 킥보드를 대여 중인 가운데 무단 방치, 불법 주·정차로 인해 보행 불편을 호소한 민원이 2021년 1천62건, 2022년 1천398건이 접수됐다.
전동 킥보드는 시민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
올해 6월 8일 경기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서 산책하던 60대 부부가 뒤에서 달려온 전동 킥보드에 치여 아내가 사망하고 남편 역시 중상을 입는 사고가 났다.
이들을 충격한 전동 킥보드에는 고등학생 2명이 타고 있었으며, 공원 내 자전거 도로를 주행하다가 자전거를 피하는 과정에서 피해 부부를 들이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 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와 관련한 사고는 지난해에만 2천389건이 발생해 24명이 숨졌다.
◇ 오픈채팅방으로 신고받고 강제 견인…비용은 업체에 부과 고양시는 일산 호수공원 사고를 계기로 전동 킥보드 관리 강화에 나섰다.
경찰과 함께 무면허 운전과 안전모 미착용, 2인 이상 탑승 등을 단속하는 한편 대여업체의 운전면허 인증 의무화, 공원 및 아파트단지 내 운행금지 구역 설정 등 조치를 하고 있다.
또 시청 단속반을 꾸려 주요 지역에 오래 세워둔 전동 킥보드를 회수하도록 대여업체에 통보하고 1시간 이내에 이행되지 않으면 견인한 뒤 대당 3만원의 견인료를 부과한다.
부산시 6개 기초지자체도 견인제를 실시하고 있다.
시민이 길거리에 버려진 전동 킥보드를 발견해 지자체에 신고하면 지자체가 업체에 통보해 수거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1시간 내 수거하지 않으면 일단 지자체가 수거하고 업체에서 견인비와 보관료를 낸 뒤 찾아가야 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현재까지 지자체가 실제 견인한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견인비가 부과되다 보니 지자체에서 견인하기 전에 업체에서 먼저 수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는 방치된 전동 킥보드의 신속한 수거를 위해 지난달 카카오톡에 '공유 전동 킥보드 방치 신고' 오픈채팅방을 개설했다.
무단 방치된 전동 킥보드를 목격할 경우 이 오픈채팅방에 시간과 장소, 킥보드 업체명 또는 QR코드 사진, 현장 사진 등을 올리면 해당 업체에서 이동·수거 조치한다.
전북 전주시도 이달부터 카카오 채널을 활용한 '전동 킥보드 불편 신고방'을 개설해 운영 중이며, 이를 통해 시가 전동 킥보드를 견인할 경우 업체 측에 대당 2만원의 견인료를 부과하고 있다.
◇ 전용 주차장으로 방치 예방…"사유재산이어서 조치 어려워" 전용 주차장을 마련해 무단 방치를 줄이려는 시도도 있다.
서울시의 2021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전동 킥보드 견인 건수는 12만9천131건에 달하는 가운데 강남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10곳이었던 전동 킥보드 주차 구역을 66곳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현재 설치 중이다.
충북 청주시는 LG전자와 손잡고 유동 인구가 많은 대학가 등 98곳에 전동 킥보드 전용 주차장 100개를 설치, 지난달부터 운영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청주의 전동 킥보드 수는 약 7천대로 이에 비해 전용 주차장 시설이 넉넉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에 주차하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시는 가상주차구역을 도입한다.
모바일 앱상에 설정된 주차구역에 전동 킥보드의 주차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올해 10월 중 시범 도입할 계획이다.
전동 킥보드의 올바른 문화 확산에 힘쓰는 곳도 있다.
경기 수원시는 이달부터 연말까지 카드뉴스 제작, 퀴즈 이벤트 등을 이용해 시민 홍보에 나서고 내년 4∼11월에는 초·중·고·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전동 킥보드는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민원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시민들의 의식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심민규 류호준 박재천 황정환 장덕종 박성제 김선경 류성무 고성식 김동철 김기훈 최종호 기자) zorba@yna.co.kr(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