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하나 안바꾼 법안 12년째 계속 발의…도돌이표 과잉입법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입력 : 2024.10.01 22:42:55
드라이브스루 매장 규제법안
20대부터 폐기·재발의 반복

노란봉투·25만원법 등 강행에
尹대통령 거부권만 21회 행사




입법부의 과잉입법은 22대 국회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임기 초반부터 역대 어느 국회보다 입법에 과속을 내고 있다. 가뜩이나 부실입법을 양산하는 한국 국회의 후진성이 고스란히 국민 피해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여대야소 구도가 고착화하면서 거대 야당의 입법폭주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무한 반복되는 ‘헛심’ 국회가 이어지고 있다.

1일 국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21번 거부권을 행사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등 쟁점 3법에 대해 재의요구안이 의결되면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실제 시행될 경우 국내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이 많다는 점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개정안은 22대 국회에서 독소조항이 더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섭 상대방과 파업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손해배상 원칙에 과도한 예외를 둬서 불법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까지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계에서는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원청이 수백 개의 하청 노조와 교섭을 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며 막대한 혼란이 불거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야당이 재발의하겠다고 나선 25만원 지원법도 민생 경제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대표 시절 대표발의한 이 법은 국민 1인당 25만원에 상당하는 금액의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내용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5월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의 사례를 보더라도 지속적인 경제성장 효과를 얻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박성범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도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마련한다면 결국 미래 세대에게 나랏빚을 전가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처음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21대 국회에서 마지막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한우산업지원법(한우법) 제정안도 민생과 밀접한 경제 법안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국내 수요보다 3% 초과하거나 쌀값이 전년에 비해 5%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모두 사들이도록 했다. 한우법은 한우 농가에 경영개선자금을 지원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야당은 농산물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안과 함께 3개 법안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농안법은 특정 농산물 가격이 기준치 밑으로 떨어지면 정부가 차액을 생산자에게 보상하는 법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들 법안이 통과하면 막대한 예산이 들 뿐 아니라 특정 농산물에 공급자가 몰리는 등 부작용이 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쌀 매입·보관비로만 연 3조986억원(2030년 기준)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농식품부의 올해 예산의 16%가 넘는다.

입법홍수 속에서 임기를 바꿔가면서 같은 법을 발의하는 사례도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대부터 22대까지 학교 주변 200m 이내에 드라이브스루 매장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하는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토시 하나 바꾸지 않고 발의하고 있다.

이혁우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소비자나 사업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같은 내용을 반복 발의하는 것은 일사부재의의 원칙을 어긴 과잉 입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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