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물리상' AI 선구자들 "이해범위 벗어난 AI 발전에 우려"(종합2보)

홉필드 '1984'식 통제사회 현실화 경고…인류 멸망케한 소설속 가상물질 비유도힌턴 "AI 지적능력 인간 넘어설 것…빅테크, AI 통제연구 더 힘써야"
이지헌

입력 : 2024.10.09 05:25:43



2024 노벨물리학상 수상한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왼쪽)과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A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현대 인공지능(AI) 기술발전의 초석을 제공한 노벨상 수상자들이 인간의 이해 범위를 벗어난 AI 기술발전에 우려를 표명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존 홉필드(91) 미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8일(현지시간) 프린스턴대 주최로 열린 수상소감 온라인 회견에서 "물리학자로서 저는 통제할 수 없고 한계를 파악할 수 없는 것에 큰 불안함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홉필드 교수는 AI 머신러닝(기계학습)의 기초를 확립한 공로로 이날 제프리 힌턴(76)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와 함께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인공신경망 모델인 '홉필드 네트워크'로 더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의 이론은 오늘날 최신 AI 모델에 쓰이는 인공신경망 개발로 이어지는 초석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홉필드 교수는 "신경망 연구 덕분에 AI 연구는 물리학과 컴퓨터 과학에서 이제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없는 경이로움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이는 매우 불안한 일로, 내가 힌튼 교수와 함께 AI에 대한 이해를 이 분야에서의 핵심적인 필요 사항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I가 현재로선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소감 온라인 회견 중인 홉필드 교수
[유튜브 화면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AI 기술에 대한 직접적인 우려보다는 AI가 세상의 모든 정보 흐름과 결합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AI가 세상의 모든 정보와 결합해 발달할수록 개인의 자율성과 충돌하고 정보의 피드백 작용을 통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홉필드 교수는 "내가 우려하는 것은 정보의 상호작용이 제어되는 방식으로 통제되는 세상"이라며 "간단하면서도 성공적이지만 그 작동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알고리즘에 의해 거대한 시스템이 통제되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조지 오웰이 소설 '1984'에서 그린 통제사회가 AI 발전에 의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게 그의 경고다.

그는 인간의 이해 범위를 벗어난 AI의 잠재적인 위협을 커트 보니것의 소설 '고양이 요람'에 등장하는 가상의 물질인 '아이스나인'에 비유하기도 했다.

상온에서도 고체상태로 존재하는 물인 아이스나인은 접촉하는 다른 수분도 아이스나인으로 만들어버리는데, 군사목적으로 개발된 이 물질로 인해 지구상의 모든 물이 얼어붙어 지구상 생물들이 멸종한다는 게 이 소설의 내용이다.

홉필드 교수는 "작동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초기에 알고 있던 시스템의 집단적인 특성이 실제 특성과 같은 것인지 알 수 없게 된다"며 "따라서 원하지 않았던 우연한 무언가가 작동 방식 이면에 숨겨지게 됐는지도 알 수 없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우려하는 것은 '나는 당신보다 빠르다', '나는 당신보다 크다'라고 말하면서 '당신은 나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라고 하는 것"이라며 "(과연 그게 가능할지) 나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2024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자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배포 및 DB 금지]

홉필드 교수와 공동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된 힌턴 교수 역시 이날 수상 직후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AI가 통제에서 벗어나 생존 위협을 가져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리는 역사적 분기점에 있다"며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이 AI를 통제하는 이슈에 더 많은 연구 자원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기후변화 위기와 AI의 잠재위험을 비교하면서 "AI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할지에 관해 알고 있는 게 훨씬 적다"며 "앞으로 수년 내에 AI의 위협을 다룰 방법이 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힌턴 교수는 AI가 "인간을 체력 면에서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지적 능력 면에서 넘어서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보다 똑똑한 것이 있다는 것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이날 '인공신경망을 이용한 머신러닝을 가능케 하는 기반 발견 및 발명'과 관련한 공로를 높이 평가하며 AI 머신러닝(기계학습)의 기초를 확립한 홉필드와 힌턴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pa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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