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빌려주고 이자 1000%…청소년 대상 사기 기승

이소연 기자(lee.soyeon2@mk.co.kr), 김정환 기자(flame@mk.co.kr)

입력 : 2024.10.25 17:54:35 I 수정 : 2024.10.25 19:50:12
금융사기 차단 나선 정부
금융지식 없는 청소년 노려
SNS로 대출·도박 등 유혹
'금융과 경제' 교과목 신설
2026년 고2부터 가르치기로
사기 예방·대출 방법 등 교육






'대리 임급해드려요. 소액 5.0 이하(50만원 이하 대출이라는 뜻). 본인 인증 가능한 신분증(학생증 가능).'

경제 지식이 부족한 청년과 청소년을 노린 불법 대출·도박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언뜻 보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게임처럼 포장하지만 실상은 금융 사기이거나 불법 도박으로 유인하는 글이 상당수다. 이 같은 금융 사기에 고스란히 노출된 청소년이 큰돈을 잃고 재차 도박이나 소액 대출 자금에 손대거나 돈을 구하기 위해 다른 청소년을 협박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25일 정부는 금융 범죄가 청소년까지 무차별적으로 겨냥하자 내년 상반기부터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금융 과목을 신설해 경제교육을 확산하겠다고 했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김소영 부위원장이 관계부처와 민간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2차 금융교육협의회를 열고 '고등학교 금융교육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협의회에서는 '금융과 경제생활' 과목의 홍보·지원을 위한 안건이 의결됐다. 체계적인 경제교육을 통해 원활한 사회생활을 돕는 한편 자칫 범죄에 빠질 수 있는 위험한 경제 활동을 사전에 차단하는 '구원투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등학교 수업에 금융과 경제생활이 융합선택과목으로 신설돼 내년 상반기에 과목 선택이 이뤄지고, 2026년 고교 2학년생부터 실제 수업에 들어간다. 금융 사기 예방과 구제, 예산 관리 같은 실전 금융 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다룬다.

금융당국은 청소년들이 주로 불법 도박 사이트를 통해 불법 사금융에까지 빠지는 위험을 겪는다고 보고 있다. 실제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중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가 '도박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친구가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발견한 대전지방경찰청은 이 학부모의 자녀가 친구에게 뺏긴 돈이 도박 사이트로 들어갔음을 확인했다. 해당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은 모두 9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들에게 피해를 당한 청소년은 171명에 달한다. 한 청소년은 도박 자금으로 1200만원을 탕진하기도 했다. 도박 중독의 파장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들듯 도박에 중독되며 경제적 파탄까지 맞은 것이다.

대리 입금이라는 사채로 피해를 보는 청소년도 상당수다. 대리 입금은 SNS를 통해 10만원 이하 소액을 단기간 빌려주고 연이율 1000%에 달하는 이자를 챙기는 고금리 사채다. 이들 범죄 일당은 청소년들에게 게임 아이템과 기념품 등을 사주겠다며 접근하고 있었다.

청소년 시기에 금융 지식이 부족한 채 성장한 청년들 역시 고스란히 사기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깡통 전세 사기로 자취방 보증금을 갈취당한 대학생이나 배경지식 없이 가상자산에 투자하다 고배를 마신 청년들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금융위는 처음으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대출을 받는 등 재무적 의사결정 길목에서 수요에 딱 맞는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금융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과목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또 경제교육 단체들과 상시적으로 자료를 공유해 금융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금융 현장 교육·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을 강화한다.

범부처 차원에서 대국민 경제교육을 강화하려는 노력도 쏟고 있다. 이날 관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충남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에 준공된 통합교육센터를 중심으로 대국민 경제교육을 강화한다.

[이소연 기자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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