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이자·나체사진 협박 받던 채무자...금감원 지원으로 합의금 받아내

채종원 기자(jjong0922@mk.co.kr)

입력 : 2024.11.27 17:53:11
금감원·법률 공단 反사회적 대부계약 무효화 소송 지원 첫 결과
패소 확실해진 사채업자들, 피해자 자금 사정 이용해 합의 유도
법원의 ‘반인륜 사채 계약 무효화’ 판단 기회 미뤄져 아쉽다는 평가


챗GPT 이미지


사채업자 3명은 각자 자금 조달, 대출 수익금 정산 및 배분, 수익금 현금 인출 역할을 맡아 비대면 불법대부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SNS에 게시한 광고를 보고 연락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줄 때부터 채무자의 가족, 지인, 직장동료의 연락처를 받아뒀다. 그리고 담보목적이라며 채무자의 나체사진을 확보하거나 중도에 이자를 연체하면 나체사진을 촬영했다. 이후 협박과 실제 나체사진을 유포하는 식의 영업 행태를 보였다.

30대 남성 A씨도 2022년 8월경부터 이 업체에서 수차례 총1000여만원을 빌렸고 상환기관이 짧게는 5일에서 한달까지 제각각이었다. A씨는 총3000여만원을 상환했는데, 이자율로 계산하면 연600%에서 최대 3만6000%수준이었다. 이 기간 나체사진 유포에 대한 협박도 받았고, 실제 A씨 동의 없이 가족들에게 사진이 보내졌다.

피해를 겪은 A씨는 금융감독원과 법률구조공단의 지원을 받아 불법대부업자 3명을 상대로 대부계약 무효확인 및 위자료 소송을 냈는데 선고를 하루 앞둔 27일 업자들로부터 합의금을 받았다.

소송 제기 후 두 차례 변론 과정에서 A씨 측은 불법대부 피해 및 반사회적 계약에 따른 무효 주장을 강력하게 펼쳤다. 반면 불법대부업자들 쪽에선 별다른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A씨의 승소가 확실한 상황이었는데, 사채업차 측에서 A씨의 궁박한 자금 사정 등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합의금을 주는 대신 소를 취하할 것을 계속 요구했고, 결국 A씨가 받아들였다.

피해자에 대한 구제가 이뤄진 것은 다행이지만, 나체사진 등을 통한 반사회적 불법대부계약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받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미뤄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건은 금감원과 법률구조공단이 반사회적 불법대부계약의 원천 무효를 위해 지원하고 있는 소송 사건 9건 중 첫번째 결과물이다. 지난해 11월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불법대부업에 대한 제도 개선을 지시한 이후 시작됐다.

금감원과 법률구조공단은 불법사채업자와 채무자간 대부계약이 현저하게 높은 이자로 정해진 점, 대부계약 체결 당시부터 채무자의 가족과 지인의 연락처 수령 및 변제담보 목적 나체사진 확보 등을 통해 불법추심이라는 범죄행위를 저지르려는 동기가 충분히 사채업자들에게 있다는 점을 민법 제103조의 법리를 적용해 소송을 수행해갔다.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는 내용이다.

이때문에 A씨가 제기한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주목을 받았다. 반사회적 불법 대부계약을 무효로 하는 판례를 형성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금감원과 법률구조공단은 진행중인 나머지 소송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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