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세 용접공, 10년째 막내" … 경로당 전락한 中企 생산현장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이호준 기자(lee.hojoon@mk.co.kr)

입력 : 2024.12.24 18:02:37 I 수정 : 2024.12.24 20:30:44
韓, 60년후 노인 근로자비중
생산인구 1.2배로 크게 악화
2054년엔 일본보다 높아질듯
청년 외면받는 제조업 직격
60代 취업자, 1020보다 많아
중기 "숙련공 퇴직땐 망할판"
계속고용 방안 마련도 표류




◆ 저출생 고령화 쇼크 ◆



경남 거제에 위치한 조선 기자재 업체 A사는 젊은 외국인 용접공을 대거 고용했다. 기존 직원의 평균 나이가 60세로 고령화되면서 힘든 작업과 장시간 노동을 할 수 있는 인력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A사는 내국인 용접공 12명 중 막내가 1970년생으로 54세이고, 평균 나이는 60.7세다. A사 대표는 "젊은 내국인은 힘든 일을 하기 싫어하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고, 기존 인력은 나이가 들수록 퇴직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인천 검단산업단지에서 주물 공장을 운영하는 B씨는 "현장에서 사람이 구해지지 않고, 특히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며 "입사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막내인 경우가 아주 흔하다"고 전했다.

일부 중소기업의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머지않아 대부분의 기업에 닥칠 미래다. 2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아시아·태평양 연금 현황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 노동시장에서 20~64세 생산연령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노동시장 고령화 비율'은 29.3이다. 통상 생산연령인구는 15~64세를 기준으로 하지만 OECD의 경우 그 기준을 조금 더 좁게 잡았다.

지금은 이 비율이 OECD 평균인 32.6보다 낮지만, 30년 후면 84.5로 치솟아 현재 1위인 일본을 앞지를 전망이다. 2084년에는 122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65세 이상 인구가 20~64세 생산연령인구를 초과해 1.2배 수준으로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동시장 고령화가 극심한 국가 중 2년 전 조사 때보다 고령화 수준이 더 올라간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현재 기준 노동시장 고령화 비율이 가장 높은 일본의 예상 수치는 2080년 85.4에서 2084년 81.6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이탈리아 역시 같은 기간 비율이 82.9에서 80.2로 개선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비해 한국은 이 수치가 116.2에서 122로 더욱 악화되는 것이다. 노동시장 고령화의 여파는 한국 일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에서 더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고령화로 노동력이 부족해지면 가뜩이나 부족한 생산연령인구가 대기업 등 선호 일자리로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현장에 일하는 숙련공 대다수가 50·60대인 상황에서 젊은 인력이 유입되지 않으면 기술 단절이 국가 제조업 전체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 취업자 중 60세 이상 비중은 24.0%로 20년 전인 2003년 10.3%보다 2.3배 늘었다. 같은 기간 50대 중소기업 취업자 비중도 14.6%에서 23.8%로 1.6배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중소기업 취업자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60세 이상이고, 두 번째가 50~59세였다.

인력 고령화는 제조업에서 특히 심하다. 지난해 제조업 취업자 중 60세 이상은 전년보다 9.3% 늘어난 59만9000명이었다. 반면 10·20대는 전년보다 5.6% 줄어든 55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제조업에서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10·20대를 뛰어넘은 건 2014년 산업 분류 개편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고령화로 인력 공백이 가장 심각하게 대두될 분야와 지역에 대해 우선적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0월 양성평등정책포럼에서 "(고령화로) 산업, 직종, 숙련 수준 간 노동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것"이라며 "만약 교육과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훈련의 부재가 유지되고, 부문 간 이동성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노동시장의 미스매치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늘어나는 고령 인력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수영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 특임교수는 "근로자가 기업에서 연령과 관계없이 차별받지 않고 건강과 안전을 유지하면서 더 오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인사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계속고용' 문제를 논의해 온 계속고용위원회는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표류하고 있다. 노동단체 중 유일하게 논의에 참여했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계엄을 이유로 사회적 대화를 중단하면서다. 지난 12일 열릴 예정이던 '계속고용 방안 마련 토론회'도 내년으로 잠정 연기됐다.

[강인선 기자 /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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