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만 강조하는 광고 그만”…빈곤국 변화 이끌어야 진짜 기부라는 이 남자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입력 : 2024.12.24 22:53:10
입력 : 2024.12.24 22:53:10
최창남 희망친구 기아대책 회장
영아·산모 사망 줄이기부터
직업 교육까지 다양한 활동
불행·가난만 전달하지 말고
변화 이끌어야 진정한 기부
영아·산모 사망 줄이기부터
직업 교육까지 다양한 활동
불행·가난만 전달하지 말고
변화 이끌어야 진정한 기부
1989년 설립한 희망친구 기아대책은 국내 최초의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로, 현재 전 세계 40여 개국에 400명이 넘는 ‘기대봉사단’을 파견해 활동하고 있다. 기대봉사단은 파송되는 지역에 대해 전문성을 갖춘 선교사들로, 이들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자립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최창남 희망친구 기아대책 회장은 “기아대책의 활동은 단순한 자선이 아니라 투자”라며 “수혜받는 아이들이 성인이 돼 그 지역사회를 이끄는 리더가 된다면 훌륭한 동반자가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아대책이 지난 5년간 59개 국가에서 총 1435억원의 예산을 들여 펼친 2872개의 지원사업은 이 같은 취지를 담고 있다. 교육과 보건, 생계 지원 활동에 현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참여자들의 역량 강화를 유도함으로써 온전한 자립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최 회장은 “2021년 시작한 아프리카 잠비아 캐스케이드(Cascade) 그룹 활동이 대표적”이라며 “산모와 영유아들의 사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역 주민을 교육하고, 교육받은 사람이 다른 지역에서 교육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산모 사망을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잠비아는 산모와 신생아 사망률이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 기준보다 2배가량 높다.
우간다에서 펼친 에이즈 퇴치 운동이나 가나에서 벌인 지역 직업 훈련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에서는 자립청년·미혼모·탈북여성을 대상으로 한 직업교육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직접 취업이 어렵다면 공방을 비롯해 개인 사업장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판로 확보도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구호 활동으로 인해 희망친구 기아대책이 펼치고 있는 필란트로피클럽, 헤리티지클럽 같은 독창적인 기부 모임 운영도 선순환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1억원 이상 고액을 기부한 필란트로피클럽은 올해 10주년을 맞아 가입자가 370명에 달한다. 유산을 기부하는 헤리티지클럽 회원도 50명이 넘는다. 최 회장은 “할머니의 활동을 자식들이 이어나가 3대가 가입한 사례도 있다”며 “꾸준한 후원에 보답하기 위해 활동의 양적 팽창이 아닌 질적 향상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10년간 한국의 기부 문화는 양극화 기조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3세 이상 인구 중 지난 1년간 현금 또는 물품을 기부한 인구의 비율을 의미하는 ‘기부 참여율’은 2013년 34.6%에서 지난해 23.7%로 10%포인트 이상 줄었다.
반면 국세청에 신고된 국내 기부금 총액은 2013년 12조5000억원에서 2022년 15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이 중 법인 기부금액은 4조4000억원으로 4년 만에 5조원 밑으로 떨어졌고, 개인 기부금액은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많은 10조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기부단체들은 만성화된 경기 침체와 냉소적인 사회 분위기가 기부 문화의 위축을 초래한다고 우려한다. 이달 초 45년 만의 비상계엄 사태로 시작한 탄핵 정국이 연말 기부 모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걱정하는 까닭이다.
최 회장은 단체의 투명성이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 침체로 소액 정기후원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단체가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활동의 효용성을 입증한다면 더 쉽게 기부 규모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부 문화 중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관행은 무엇일까. 그는 가난과 불행을 강조하는 ‘빈곤 포르노’를 꼽았다. 최 회장은 “비극적인 모습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 활동을 달성하기 어렵다”며 “이제는 구호 지역의 사람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효용성을 느끼게 하는 ‘포지티브’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시스트란 글로벌 대표를 비롯해 오라클 아태 클라우드 사업개발 총괄 등 30년 가까이 데이터 전문가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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