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 10원 하락 때 기업빚 1.8조씩 늘어 … 끝모를 환율 공포
김동은 기자(bridge@mk.co.kr), 이종화 기자(andrewhot12@mk.co.kr), 한재범 기자(jbhan@mk.co.kr)
입력 : 2024.12.27 18:01:08 I 수정 : 2024.12.27 18:05:16
입력 : 2024.12.27 18:01:08 I 수정 : 2024.12.27 18:05:16
원화값 추락에 기업 초비상
원자재값 뛰고 내수침체 가속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美 대규모공장 건설비용 급증
배터리·항공업계도 환율 충격
환차손 커지고 비용 눈덩이
◆ 위기의 대한민국 ◆
달러당 원화값이 15년 만에 최저치로 급락하면서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원자재 수입가격이 급등하고 해외 투자비용도 치솟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설비투자를 위해 달러화를 많이 빌린 기업들은 늘어나는 이자 부담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한국의 비금융기업(기업) 대외채무액은 역대 최대인 1761억5060만달러(약 259조4700억원)에 달했다. 원화값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국내 기업들의 채무 규모가 1조8000억원씩 저절로 늘어난다는 뜻이다.
한국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체들도 원화값 하락의 영향을 받는다. 원화로 환산한 수출대금이 증가해 단기적으로는 수혜를 입을 수 있지만 반대로 달러를 주고 사오는 해외 원재료 비용 부담은 커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고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 SK하이닉스는 39억달러를 미국 공장 건설에 투입할 예정이다. 똑같은 투자에 더 많은 원화를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업황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석화업계는 고환율 직격탄을 맞아 고민이 더 크다.
제품 제조원가의 70%를 차지하는 나프타를 비롯해 원재료 수입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문선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은 "중국발 저가 공세에 더해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나프타를 포함한 원자료 가격도 올라 최소한의 이익마저 내기 힘든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 규모가 큰 배터리 업계는 외화부채 비중이 높아 환율 상승 리스크에 바로 노출돼 있다. SK온은 올해 3분기 실적 보고서 기준으로 원화값이 5% 하락할 때 순손실이 176억원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원화값이 10% 떨어지면 세전이익이 2388억원 감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3사는 달러부채 비중이 높아 환율이 오르는 데 따른 이자비용 부담도 다른 업종보다 크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구상 중인 현지 투자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원유 수입대금을 달러로 결제하는 정유업계도 영향을 받는다. 다만 석유제품 수출 비중이 내수 판매보다 높아 환율 변동분이 상쇄될 여지는 있다.
원화값 급락으로 가장 어려운 업종 중 하나는 항공업계다. 항공사 비용 중 비중이 가장 큰 임차료와 유류비가 모두 원화값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미 세워둔 2025년 사업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달러당 원화값 변동에 대한 계획은 10원 단위로 만드는데 그 10배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항공사들은 항공기 리스 비용과 유류비를 달러로 결제하는 만큼 외화부채 규모가 크다. 올 3분기 말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외화부채는 각각 4조8470억원, 4조6092억원에 이른다. 대한항공은 달러당 원화값이 10원 하락하면 33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고 한다.
대표 수출기업인 자동차 관련 업체들도 원화값 하락을 마냥 즐길 수 없는 형편이다. 국내 완성차 기업 관계자는 "요즘은 환헤지를 하기 때문에 원화값 변동에 따른 손익이 예전만큼 크지 않다"면서도 "원화값 약세가 계속되면 가뜩이나 안 좋은 내수시장이 더욱 나빠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원재료를 수입하는 협력업체 부담도 높아지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도 원화값 안정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김천구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위원은 "과거 수출기업은 환율이 오르면 가격 경쟁력이 확보돼 수출에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현지에서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이 많아져 환율 상승 프리미엄이 예전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국내 투자 규모 위축도 염려한다. 한국경제인협회 관계자는 "향후 내수 부양을 위해 기업들의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다만 환율 상승 부담으로 투자 규모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처럼 급락한 원화값과 국내 정치 불안으로 말미암아 기업들의 심리도 크게 위축됐다. 실제로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업황에 대한 기업들의 심리 판단을 보여주는 12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87.0을 기록해 전월에 비해 4.5포인트나 급락하며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 주요 지수를 산출한 심리 지표로 100보다 크면 향후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는 것이고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원화값 하락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화학이나 자동차 업종 등에서 애로사항이 있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김동은 기자 / 이종화 기자 / 한재범 기자]
원자재값 뛰고 내수침체 가속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美 대규모공장 건설비용 급증
배터리·항공업계도 환율 충격
환차손 커지고 비용 눈덩이
◆ 위기의 대한민국 ◆
달러당 원화값이 15년 만에 최저치로 급락하면서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원자재 수입가격이 급등하고 해외 투자비용도 치솟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설비투자를 위해 달러화를 많이 빌린 기업들은 늘어나는 이자 부담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한국의 비금융기업(기업) 대외채무액은 역대 최대인 1761억5060만달러(약 259조4700억원)에 달했다. 원화값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국내 기업들의 채무 규모가 1조8000억원씩 저절로 늘어난다는 뜻이다.
한국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체들도 원화값 하락의 영향을 받는다. 원화로 환산한 수출대금이 증가해 단기적으로는 수혜를 입을 수 있지만 반대로 달러를 주고 사오는 해외 원재료 비용 부담은 커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고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 SK하이닉스는 39억달러를 미국 공장 건설에 투입할 예정이다. 똑같은 투자에 더 많은 원화를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업황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석화업계는 고환율 직격탄을 맞아 고민이 더 크다.
제품 제조원가의 70%를 차지하는 나프타를 비롯해 원재료 수입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문선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은 "중국발 저가 공세에 더해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나프타를 포함한 원자료 가격도 올라 최소한의 이익마저 내기 힘든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 규모가 큰 배터리 업계는 외화부채 비중이 높아 환율 상승 리스크에 바로 노출돼 있다. SK온은 올해 3분기 실적 보고서 기준으로 원화값이 5% 하락할 때 순손실이 176억원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원화값이 10% 떨어지면 세전이익이 2388억원 감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3사는 달러부채 비중이 높아 환율이 오르는 데 따른 이자비용 부담도 다른 업종보다 크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구상 중인 현지 투자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원유 수입대금을 달러로 결제하는 정유업계도 영향을 받는다. 다만 석유제품 수출 비중이 내수 판매보다 높아 환율 변동분이 상쇄될 여지는 있다.
원화값 급락으로 가장 어려운 업종 중 하나는 항공업계다. 항공사 비용 중 비중이 가장 큰 임차료와 유류비가 모두 원화값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미 세워둔 2025년 사업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달러당 원화값 변동에 대한 계획은 10원 단위로 만드는데 그 10배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항공사들은 항공기 리스 비용과 유류비를 달러로 결제하는 만큼 외화부채 규모가 크다. 올 3분기 말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외화부채는 각각 4조8470억원, 4조6092억원에 이른다. 대한항공은 달러당 원화값이 10원 하락하면 33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고 한다.
대표 수출기업인 자동차 관련 업체들도 원화값 하락을 마냥 즐길 수 없는 형편이다. 국내 완성차 기업 관계자는 "요즘은 환헤지를 하기 때문에 원화값 변동에 따른 손익이 예전만큼 크지 않다"면서도 "원화값 약세가 계속되면 가뜩이나 안 좋은 내수시장이 더욱 나빠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원재료를 수입하는 협력업체 부담도 높아지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도 원화값 안정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김천구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위원은 "과거 수출기업은 환율이 오르면 가격 경쟁력이 확보돼 수출에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현지에서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이 많아져 환율 상승 프리미엄이 예전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국내 투자 규모 위축도 염려한다. 한국경제인협회 관계자는 "향후 내수 부양을 위해 기업들의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다만 환율 상승 부담으로 투자 규모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처럼 급락한 원화값과 국내 정치 불안으로 말미암아 기업들의 심리도 크게 위축됐다. 실제로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업황에 대한 기업들의 심리 판단을 보여주는 12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87.0을 기록해 전월에 비해 4.5포인트나 급락하며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 주요 지수를 산출한 심리 지표로 100보다 크면 향후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는 것이고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원화값 하락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화학이나 자동차 업종 등에서 애로사항이 있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김동은 기자 / 이종화 기자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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