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꽁꽁', 사라진 연말특수…내년 외식지출 더 줄이나
식당 업주 "코로나 때보다 힘들다"…베이커리·치킨업계도 매출 부진환율 올라 수입물가 오르면 외식소비 위축 가능성
김윤구
입력 : 2024.12.29 06:15:00 I 수정 : 2024.12.29 10:57:34
입력 : 2024.12.29 06:15:00 I 수정 : 2024.12.29 10:57:34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신선미 기자 = "크리스마스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원래 손님이 미어터지는데 올해는 예약이 하나도 없었어요.
작년 이맘때는 손님이 몰려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오후 알바(아르바이트)가 없어도 될 정도로 너무 한산해요.
송년회가 많은 연말인데, 매출이 3분의 1 수준밖에 안 됩니다." 서울 광진구의 한 고깃집 업주) "11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반짝 연말 특수를 봐야 하는데 예약을 취소하고 모임 자체를 안 하니 연말 매출이 작년보다 40% 이상 떨어졌어요.
임금, 식자재 비용이 오르고 인력난도 심한데 계엄 사태까지 터져 죄 없는 자영업자가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은평구의 중식당 점주)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지난 27일 연합뉴스에 경기 불황 속에 계엄 사태 이후 정국 불안까지 겹쳐 연말 특수가 사라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외식업계에선 송년 모임이 많은 12월이 큰 대목이지만 올해는 예상하지 못한 탄핵 정국이 닥치면서,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인 데다 소비 심리도 위축되면서 매출이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달보다 12.3포인트 급락했다.
낙폭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이며 지수 역시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지수가 100보다 높으며 소비자의 기대 심리가 장기평균과 비교해 낙관적이고,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소비자동향조사 응답자들은 여행비, 의류비, 교양·오락·문화비와 함께 외식비를 많이 줄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외식업계에서는 연말연시 분위기가 별로 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일부 대형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는 올해 크리스마스 케이크 매출이 작년보다 소폭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마포구의 한 프랜차이즈 제과점 점주는 "예전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400∼500개 팔기도 했지만, 이번엔 많이 안 팔릴 것 같아서 본사에 300개만 주문했다"고 말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최근 매출 부진이 감지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3분기까지는 매출이 작년 대비 두 자릿수대 늘었다면 4분기 증가율은 5%에 못 미칠 것 같다"면서 "내년에는 역성장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돼서 치킨 사 먹는 횟수도 줄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적지 않은 식당·카페 주인들은 손님들의 씀씀이가 줄어들었다고 느낀다.
강남구의 한 카페 사장은 "손님 여러 명이 오면 꼭 한두 명은 (음료를) 안 시킨다.
소비 심리가 많이 위축돼 사람들이 돈을 안 쓰니 작년보다 매출이 3분의 1은 줄었다"고 전했다.
마포의 한 한식당 앞에는 1만5천원짜리 메뉴 광고판이 세워져 있었다.
이 식당 점주는 "2만5천원이 기본인 한정식 코스가 잘 안 팔려서 몇 달 전부터 1만5천원짜리를 내놨다"고 말했다.
국내 외식업은 지난해 성장하다 올해 경기 침체로 부진했다.
내년에는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까지 오르면 소비자들이 더욱 지갑을 닫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감세 정책으로 강달러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다 국내 정국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더해지면서 원화 가치는 최근 급격히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7일 장중 20원 넘게 치솟으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을 넘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환율이 1,500원까지 뚫을 수 있다는 전망도 확산하고 있다.
먹거리 원재료를 많이 수입하는 우리나라에서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린다.
라면부터 빵, 고기, 과일, 커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품목의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상승은 식품·외식 관련 비용 인상 요인이 된다"면서 "소득이 느는 것은 제한적인데 물가가 많이 오르면 가성비를 따지고 꼭 필요한 소비 위주로 지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외식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더 줄일 수 있는 품목은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현재 상황이 코로나19 때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광진구의 고깃집 점주는 "코로나 때는 정부 지원금도 받았는데 지금이 더 힘들다"면서 "내년에 더 어려울 텐데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안산의 한 고깃집 주인은 "외식업 하는 사람들을 만났더니 다들 내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걱정하고 있다.
경기가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요구한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소비 심리가 제자리를 찾기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얼어붙은 내수 심리에 훈풍을 불러일으키려면 정부가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내수 살리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철 교수는 "정부와 정치권이 같이 해법을 모색하고 정책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서 원활히 잘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ykim@yna.co.kr.
su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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