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중소기업 '비명'…"1년 환차손만 10% 넘어"

중소기업 절반, 환리스크 무방비…K뷰티도 원가부담 가중원/달러 환율 1% 상승 때 환차손 0.36% 증가환차손 → 투자 위축 → 경쟁력 약화 '악순환'영세업자 주 52시간제 계도기간도 끝나…부담 더 확대
강애란

입력 : 2024.12.29 06:33:01


폐업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5일 서울 종각역 인근 한 건물에서 관계자들이 폐업관련 폐기물을 옮기고 있다.2024.12.25 mon@yna.co.kr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연초 1,300원대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500원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중소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환율 급등 여파로 산업계 전반이 시름하고 있지만, 대기업보다 환율 예측과 대응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은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여기에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은 당장 새해부터 주 52시간제 적용을 앞두고 있어 이들 업자의 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

29일 산업계와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두 곳 중 한 곳은 환리스크(위험)를 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8월 수출 중소기업 304개 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환리스크를 관리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기업이 전체의 49.3%를 차지했다.

특히 원자재를 해외에서 들여오고 판매는 내수에 집중해 온 중소기업들이 최근 환율 급등에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한 의류업체는 "1년 사이에 환율이 이렇게 오를지 몰랐다"며 "연간 500억원 정도를 수입해오는데 환율이 오른 만큼 손해를 봤다.

연초 계획보다 거의 10% 넘게 손해"라고 토로했다.

경기도의 한 제조업체는 "계엄 전날에 송장을 받아 결제를 앞두고 있었는데 하루 사이에 갑자기 환율이 올라 손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K-뷰티'로 수출에 날개를 단 화장품 업계 역시 환율 급등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출 증가로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환율 급등으로 원재료 수입에 따른 손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화장품 기업들은 팜유, 글리세린 등 화장품에 쓰이는 원료나 기능성 원료들은 수입해오는데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원재료 비용 상승 압박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소 브랜드는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이 클 수밖에 없어 더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정치적 불안에 금융시장 혼돈 지속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모니터에 이날 거래중인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거래가가 표시돼 있다.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4.90포인트(1.02%) 내린 2,404.77에 거래를 마쳤다.1,480원을 웃돈 원/달러 환율에 오전 장중 1.7% 급락한 2,388.33까지 밀리기도 했으나,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60원대까지 내림세를 보이자 낙폭을 다소 줄였다.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9.67포인트(1.43%) 내린 665.97에 장을 마감했다.원/달러 환율은 등락을 거듭하다 15시 30분께 1,47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2024.12.27 hkmpooh@yna.co.kr

중소기업들은 환율 변동에 대응하더라도 선물, 보험 등 환헤지(환 변동 위험 회피) 상품 활용을 통한 전략적인 대응 방안은 부재한 편이다.

대체로 단가 조정이나 원가절감, 대금결제일 조정 등 간접적인 대응에 나서는 데 그쳐 환율이 급변하면 고스란히 환 변동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기업과 납품 계약을 맺거나 수출 판로를 개척하는 단계에 있는 중소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고 즉각적으로 납품 단가에 반영하기 어렵다.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경우 역시 소비자 가격이 오르면 매출이 타격을 받기 때문에 쉽게 올릴 수 없는 상황이다.

부산의 한 철강 유통업체는 "약정된 단가로 납품하는 계약 구조상 원가 상승분을 즉각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한 수산물 유통업체도 "수입 비용 증가분을 그대로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 소비자 부담이 커져 매출이 감소한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 중소기업들이 당장 겪는 손해를 넘어 장기적으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 급등으로 원자재 확보에 어려움이 생기면 생산·납품에 장애가 발생해 거래처가 끊기거나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원가 절감, 투자 축소 등에 나서 제품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지난 9월 발표한 '중소기업 환율 리스크 분석 연구'에 따르면 제조 중소기업의 영업이익 측면에서 환리스크(환차손익)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25% 수준에 달한다.

원/달러 환율이 1% 상승하면 환차손은 약 0.3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영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차손은 쉽게 말해 기업의 현금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 "100만원 들어오던 돈이 90만원으로 줄면 인건비, 재료비 등을 아껴야 하므로 결국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고, 투자비도 줄여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은 쌓아둔 유보금이 있어 버틸 수 있는데 중소기업은 그달 벌어 그달을 버티는 구조여서 바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52시간제 시작…"워라밸" vs "강건너 불구경"(CG)
[연합뉴스TV 제공]

여기에 내년부터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된 주 52시간제 계도기간이 종료되면서 소기업의 부담은 더 가중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주 52시간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주 52시간제는 지난 2018년 도입됐다.

그러나 30인 미만 사업장에는 8시간 추가근로제가 지난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됐고 올해 말까지 시정 기간을 늘려주는 계도기간이 부여됐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8시간 추가근로제가 일몰돼 지난해 1월 1일부터 이달 31일까지 30인 미만 사업장에 부여한 주52시간제 계도기간을 종료한다고 밝히자 이들 기업은 계도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30인 미만 사업장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어 주 52시간제 적용이 버겁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작은 업체들은 납품 기한을 맞추려면 그 주에 일이 몰리는 경우가 많다.

추가로 인력을 구하려고 해도 사람이 없어 법을 지키기 힘든 경우도 있다"며 "52시간제를 위반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돼 심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업체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작은 업체들이 주 52시간제를 지키려면 주 단위가 아니라 월이나 분기, 연간 단위로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aera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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