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주주 충실의무 다들 해…미국에 없다는 건 나쁜 거짓말"

"대출 받아 저기 가고싶다는 욕망이 실수요인지 희미한 지점 있다""정치 할려면 작년에 출마했을 것"…민주당 입당 가능엔 부정
이율

입력 : 2025.04.27 14:47:48
(서울=연합뉴스) 이율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7일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는 다 그렇게 한다"면서 "미국에 충실의무가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정말 나쁜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 자본시장 현안 브리핑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자본시장 현안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2025.4.24 ksm7976@yna.co.kr

이복현 원장은 이날 방영된 삼프로TV와의 특별인터뷰에서 "주주 충실의무라든가 상법 개정, 기업지배구조 합리화와 관련해 그렇게 되면 재계가 아무것도 못 하고 투자도 못한다는 프로파간다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반대하며 직을 걸었던 상법 개정안은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고, 상장 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해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재계가 상법 개정안에 지속해 우려를 표명하는 가운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1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회는 17일 상법 개정안을 재표결했지만, 가결요건인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재표결 가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 자동 폐기됐다.

이 원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2심에서 6대 5로 판결이 났던 게 지난 20여년간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주주 충실 의무 축소 해석의 단초가 됐다"면서 "이사가 회사에만 충실하면 되지 주주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회사에 손해를 안 미치면 주주들이 쪽박을 차더라도 이사는 책임을 안 진다는 게 지금 해석의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더는 이를 감내하기 어렵다보니, 입법으로 해결하려 했고, 정권 초부터 추진해 지금 민주당이 낸 것보다 훨씬 세련되고 깔끔한 조문의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이 있었다"며 "추진 과정에서 재계의 반대가 너무 강해서 최소한 어떤 한계를 넘으면 의무의 대상이 되게 장치를 만들자는 거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본질은 상법이 됐건 자본시장법이 됐건 주주보호 원칙을 넓건 좁건 넣자는 것인데, 지금은 프레임이 상법 개정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개혁주의자로 돼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면서 "이제는 180석 야당이 이것(상법 개정안)을 매운맛 버전으로 해놓은 이상 정치적으로 타협이 안 되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 현안 브리핑 발언하는 이복현 금감원장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자본시장 현안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2025.4.24 ksm7976@yna.co.kr

이 원장은 "유상증자 등 건건이 이슈가 있을 때마다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등 자본시장을 통한 자산 형성이나 증대의 니즈가 크다"면서 "부동산시장은 자산 형성의 주된 툴이 되기에는 이미 가격 레벨이 너무 높고 따라가려면 레버리지를 너무 많이 써야 해서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에 자본시장이 우리가 가야 될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의 룰을 공정하게 해서 모두가 페어하게 하자는 게 보수의 가치에 맞다"면서 "사실 보수가 이 가치를 놓치고는 선거 국면에서 이길 수가 없다.

우리가 (상법을) 뺏긴 거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두산[000150]과 삼성SDI[006400],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증권신고서 정정요구와 관련, "옛날이라면 증권신고서에 합리성이 떨어진다고 반려했으면 금감원장 집에 가라고 난리가 났을 것"이라며 "증권신고서 심사 기능이 급하면 드라이버로라도 수박을 잘라 먹자는 건데 이것이 시장에서 수용이 된다는 건 변화의 필요성이 누적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플이나 아마존은 왜 주주랑 소통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자기들이 가진 것들을 계속 주주들과 소통하면서 꿈을 파는 것"이라고 자답했다.

그러면서, "배당을 많이 안 해도 시장과 소통을 많이 해서 결국 미래 성장과 관련된 확신을 주면 시장이 따라온다"면서 "상법 개정만으로는 안 되고, 경제 주체들이 이런 소통의 필요성과 변화, 시장과 관련된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는 거고, 그런 정신이 증권신고서에 담겼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관련해서는 "단군 이래 최대인 3조6천억원 유상증자가 필요하다고 주주들에게 설득해야 하는 지점인데 바로 직전에 1조3천억원을 다른 데로 보냈고, 그게 승계 이슈와 관련된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면서도 "오얏나무 밑에서는 일부러 갓끈을 안 매야 되는 건데 제일 큰 나무 밑에서 맸다"고 지적했다.

브리핑 준비하는 이복현 금감원장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자본시장 현안 브리핑에서 발언 준비를 하고 있다.025.4.24 ksm7976@yna.co.kr

이 원장은 지난해 가계부채 관리 실책과 관련해서는 "자기 집에 살고 있는데, 대출을 받을 수 있으니 저기 가고 싶다는 욕망이 실수요인지 자산증식 욕망인지 희미한 지점이 있다"면서도 "통상은 그런 욕망이 건강하게 시장에서 소화가 되면 되는 건데, 쏠림이 있을 때는 욕망 자체가 시장에 트리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럴 때 당국이 개입해야 하는 건지, 세게 해야 하는 건지 등 문제들이 좀 있는데, 월 가계부채 증가가 10조원이 넘을 때 부작용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저는 (개입) 결정을 한 거다"라며 "그걸(개입) 안 해서 올 수 있는 잘못을 감안하면, 그렇게(개입) 했을 때 가계부채가 안 잡힐까 봐 걱정했을 뿐"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토지거래허가제 이슈로 인한 부동산 시장 움직임은 작년 하반기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었다고 손짓으로 설명했다.

이 원장은 향후 민주당으로의 입당 가능성을 포함한 거취와 관련한 질문에는 "보수주의자고 시장주의자니까 뭘 하더라도 보수의 영역에서 활동해야지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면서 "정치를 할 것 같으면 작년에 출마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너무 자기희생이 큰데, 저는 그 정도로 자기 희생할 정도로 마음이 단련이 안 돼 있는 것 같다"며 "이제 공직도 25년 했으니 좀 다른 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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