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서전문화재단, 공익사업 성과 '미미'

입력 : 2023.06.14 09:02:04
제목 : KCC 서전문화재단, 공익사업 성과 '미미'
1400억대 유산, 사회 환원 차원에서 넘겼지만…지원사업은 '저조' 상속세 부담 회피 의혹 커져…'소리 박물관' 설립 일감도 계열사가 맡아

[톱데일리] KCC그룹의 서전문화재단이 공익법인 본연의 의미를 잃고 있다. 정몽진 KCC그룹 회장은 아버지인 고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 유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에서 서전문화재단에 넘겼지만, 실질적인 공익 활동 성과는 미미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서전문화재단이 박물관 설립 일감을 KCC건설에 몰아주면서 도리어 KCC그룹이 재단을 대상으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상황이 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서전문화재단은 2019년 정몽진 회장이 설립한 공익법인이다. 같은 해 정몽진 회장이 현금 등을 출연해 만들었으며 ▲음향기기 박물관의 설립 ▲음향기기 등 박물관 자료의 수집, 보존·전시·조사 연구 ▲음향콘텐츠, 영상콘텐츠 등 문화예술 체험시설 확충 및 인프라 환경 개선 사업 ▲문화예술 관련 강연회, 강습회, 연구회 개최 등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다. 현재 서전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정몽진 회장의 장녀 정재림 씨가 맡고 있다.

한동안 서전문화재단의 활동은 잠잠했다. 설립 첫해인 2019년, 서전문화재단의 사업수익은 7억원, 공익목적을 위해 지출한 비용은 5000만원에 그쳤다. 2020년에는 사업수익으로 28억원을 거둬들였으며, 공익목적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쓴 비용은 6억원이었다. 2019년과 2020년 모두 재단 운영비(관리비, 인건비, 제세공과금) 성격의 지출이 대부분이었다. 이외에는 박물관 설립 및 운영을 위한 박물관용 전시품(오디오) 경매 참여와 박물관 설계비 등으로 일부 지출이 발생했다. 각각 지출 규모는 2019년 약 7억원(내곡동 토지 확보 금액 제외), 2020년 28억원에 달했다.

서전문화재단은 2021년 고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의 보유 주식을 넘겨받으면서 그룹 내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당시 유족들은 고 정상영 회장이 보유했던 1400억원 규모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 KCC 주식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차원에서 서전문화재 단에 기탁했다. 해당 지분을 활용해 서전문화재단의 소리박물관(음향기기 박물관) 설립 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서전문화재단은 올해 완공을 목표로 서초구 내곡동에 소리박물관을 설립하고 있다.

하지만 유산을 넘겨받은 이후 서전문화재단이 실질적으로 올린 사회 환원 성과는 크지 않다. 서전문화재단의 2021년과 2022년 공익목적 사업비용은 각각 6억원과 3억원에 달했다.

아직 박물관 설립을 마무리하지 않아, 박물관 운영을 통한 교육 및 공간 지원, 연구 등의 활동은 저조한 상태다. 당초 계획했던 예술가 지원, 문화예술공연 지원사업 성과 역시 전무하다. 서전문화재단이 2021년과 2022년 장학금, 지원금 등 수혜자(단체)에 직접 지급한 비용은 모두 '0원'이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지원 사업 성과가 저조한 만큼 오너 일가가 재단을 상속세 부담 감소를 위해 활용한 것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지어 서전문화재단은 보유 주식을 바탕으로 쏠쏠한 이자 수익과 배당수익을 올려 왔다. 서전문화재단은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 주식 86만8590주(지분율 1.23%), KCC 지분 26만6600주(3.63%)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취득가액은 1477억원이며, 지난해 기준 장부가액은 1041억원에 달했다. 이를 통해 2021년에는 배당 수익 16억원, 이자수익 131만원, 2022년에는 배당수익 59억원, 이자수익 2800만원을 올렸다.

그룹 계열사, KCC건설이 서전문화재단의 소리 박물관 설립을 맡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KCC건설은 서전문화재단을 대상으로 한 내부거래로 2021년 84억원, 2022년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재단 박물관 설립 일감을 그룹 계열사인 KCC건설이 맡으면서, KCC그룹이 재단을 대상으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자녀가 재단 대표를 맡을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재단을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언급했다. 한편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보유한 국내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다. 다만 상장회사의 경우 임원 임면, 합병 등에서 발행주식 총수 15% 한도 내에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 KCC그룹 관계자는 "서전문화재단 소리박물관의 완공 시점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톱데일리
정혜인 기자 hyeinj@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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