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도 기업 마인드 필요…투자·기술 들어오게 규제 풀것"
이희조 기자(love@mk.co.kr)
입력 : 2023.01.24 15:51:05
입력 : 2023.01.24 15:51:05
스마트농업 전도사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대담=정혁훈 농업전문기자
"농업에 기업가 마인드를 가진 분들이 많이 들어와야 합니다. 비(非)농업인도 농업 관련 스타트업을 적극 일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계획입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최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우리 농업을 강화할 방안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외부 사람뿐 아니라 외부 자금, 외부 기술이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확 넓혀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985년 서울대 농학과를 졸업한 정 장관은 같은 해 농림부 사무관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2017년 농촌진흥청장을 마칠 때까지 33년간 농정 현장을 지켰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에서 첫 농식품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농업을 산업으로 발전시킬 방안은.
▷영농조합법인과 농업회사법인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두 법인은 농산물 출하·유통·가공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인데, 지금은 비농업인이 경영에 쉽게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다. 현재 영농조합법인은 임원을 농민만 맡을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앞으로는 비농업인도 임원이 될 수 있도록 벽을 허물려고 한다. 농업회사법인은 농업인들만이 발기인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제는 두 법인에 스마트팜 전문가, 수출 전문가 등 비농업인 전문가가 임원이나 발기인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풀 방침이다. 올해 관련 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쌀 공급 과잉과 가격 폭락 시 시장 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견해는.
▷농민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농식품부 장관이 이렇게 강하게 반대할 줄 몰랐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민주당이 양곡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게 된 데는) 전남은 쌀 주산지고, 농해수위에 전남 지역구 의원이 많다는 사실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등 경제학자들이 분석해보니 양곡법 개정안은 농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곡법 개정안 시행에 연 1조원 이상이 드는데, 1조원이면 스마트팜 300개를 지을 수 있다.
―K푸드를 전파하기 위한 복안은.
▷농식품부 한식 담당 과장이 지난해 프랑스에 다녀와 보니 눈물이 다 난다고 했다. 잘나가던 중식당·일식당이 자고 일어나면 한식당으로 바뀌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미쉐린 식당이 전 세계에 1000개인데 그중 한식당은 27개로 거의 3%다. 아시아 베스트50 리스트에는 한식당 5곳이 이름을 올렸다. 우선 올해 안에 전 세계 주요 도시를 방문해 'K미쉐린' 해외 한식당 20곳을 지정할 예정이다. 상반기 10곳, 하반기 10곳 발표가 목표다. K푸드 수출길은 무궁무진하다. 식품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를 키운 CJ는 국민이 상을 줘야 한다. 한류를 일으켜야 수출이 사는 것이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도 필요한데.
▷한국은 역대 정권마다 농산물 유통비용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했다. 현 시스템하에서 더 이상의 비용 절감은 어렵고, 유일한 방법은 온라인이다. 수집, 저장, 출하 과정을 디지털화하려고 한다. 이를 수행하는 첨단 거점산지유통센터(APC)를 지난해 금산에 오픈했다. 임기 중 이런 APC를 100곳까지 설립할 예정이다. 온라인 거래소 활성화를 위한 온라인 거래소법도 만들어 11월 초에는 거래소를 열려고 한다. 온라인 거래소가 도입되면 유통비용 2조6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운영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맡길 생각이다.
―최근 농식품부 조직 개편이 주목을 받았는데.
▷조직을 미래 지향적으로 바꿔야 하는데 조직 개편을 통해 그 메시지를 줄 방법을 고민했다. 국정과제가 농업 미래를 끌고가자는 방향이어서, 그에 맞춰 조직 개편을 했다. 쌀에만 묶여 있던 기존 식량국 업무도 개편하려고 했다. 공익직불정책과를 신설해 농업직불제 쪽에 정책의 중점을 두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국가 재정으로 농업인 소득을 보전해주는 직불제를 5조원 규모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20%에 그치고 있는 곡물자급률을 높일 방안은.
▷우리 주식은 쌀과 밀, 콩이다. 이 자급률을 올려야 한다. 이전엔 쌀 말고 다른 수단이 없었다. 이제 가루쌀이 나왔다.가루쌀을 4만㏊에서 재배하면 밀가루 20만t을 대체해 밀가루 수입을 줄일 수 있다. 가루쌀은 이모작도 가능하다. 보통의 벼는 논에서 5개월 이상을 키워야 수확이 가능하지만 가루쌀은 3개월 반 정도만 키우면 된다. 가루쌀을 수확하고 나면 그 땅에 밀이나 조사료를 재배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사료용 곡물의 수입도 줄일 수 있다. 또 쌀을 대신할 전략작물 재배를 늘리고 벼 재배면적 3만7000㏊를 강제로 줄여 수급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
―가루쌀 육성을 위한 방안은.
▷가루쌀은 일반쌀보다 가격이 높은 프리미엄 곡물인 만큼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나갈 생각이다. 줄어드는 쌀 수요에 대응할 방법은 결국 품질 관리다. 가루쌀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해 레시피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빵과 쿠키 레시피는 이미 개발됐으니 라면에도 시도해볼 생각이다. 관련 연구개발(R&D)에 예산 40억원이 편성돼 있다.
―장관으로서 올해 최대 관심 분야는.
▷식량 안보를 확실히 챙기는 것, 그리고 스마트농업과 푸드테크 등을 발전시켜 미래 농업에 대비하는 것이다. 기후변화 여파로 꿀벌이 줄어드는 문제도 주목해서 보고 있다.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 수 있도록 난개발을 막는 농촌재구조화법에도 신경 쓰고 있고, 무엇보다 청년들이 농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려고 한다.
[이희조 기자 정리]
▷정황근 장관은… △1960년 충남 천안 출생 △대전고 △서울대 농학과 △제20회 기술고시 △농식품부 대변인 △농촌정책국장 △농업정책국장 △청와대 농축산식품비서관 △농촌진흥청장 △충남대 교수 △농식품부 장관
대담=정혁훈 농업전문기자
"농업에 기업가 마인드를 가진 분들이 많이 들어와야 합니다. 비(非)농업인도 농업 관련 스타트업을 적극 일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계획입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최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우리 농업을 강화할 방안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외부 사람뿐 아니라 외부 자금, 외부 기술이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확 넓혀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985년 서울대 농학과를 졸업한 정 장관은 같은 해 농림부 사무관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2017년 농촌진흥청장을 마칠 때까지 33년간 농정 현장을 지켰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에서 첫 농식품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농업을 산업으로 발전시킬 방안은.
▷영농조합법인과 농업회사법인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두 법인은 농산물 출하·유통·가공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인데, 지금은 비농업인이 경영에 쉽게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다. 현재 영농조합법인은 임원을 농민만 맡을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앞으로는 비농업인도 임원이 될 수 있도록 벽을 허물려고 한다. 농업회사법인은 농업인들만이 발기인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제는 두 법인에 스마트팜 전문가, 수출 전문가 등 비농업인 전문가가 임원이나 발기인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풀 방침이다. 올해 관련 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쌀 공급 과잉과 가격 폭락 시 시장 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견해는.
▷농민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농식품부 장관이 이렇게 강하게 반대할 줄 몰랐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민주당이 양곡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게 된 데는) 전남은 쌀 주산지고, 농해수위에 전남 지역구 의원이 많다는 사실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등 경제학자들이 분석해보니 양곡법 개정안은 농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곡법 개정안 시행에 연 1조원 이상이 드는데, 1조원이면 스마트팜 300개를 지을 수 있다.
―K푸드를 전파하기 위한 복안은.
▷농식품부 한식 담당 과장이 지난해 프랑스에 다녀와 보니 눈물이 다 난다고 했다. 잘나가던 중식당·일식당이 자고 일어나면 한식당으로 바뀌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미쉐린 식당이 전 세계에 1000개인데 그중 한식당은 27개로 거의 3%다. 아시아 베스트50 리스트에는 한식당 5곳이 이름을 올렸다. 우선 올해 안에 전 세계 주요 도시를 방문해 'K미쉐린' 해외 한식당 20곳을 지정할 예정이다. 상반기 10곳, 하반기 10곳 발표가 목표다. K푸드 수출길은 무궁무진하다. 식품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를 키운 CJ는 국민이 상을 줘야 한다. 한류를 일으켜야 수출이 사는 것이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도 필요한데.
▷한국은 역대 정권마다 농산물 유통비용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했다. 현 시스템하에서 더 이상의 비용 절감은 어렵고, 유일한 방법은 온라인이다. 수집, 저장, 출하 과정을 디지털화하려고 한다. 이를 수행하는 첨단 거점산지유통센터(APC)를 지난해 금산에 오픈했다. 임기 중 이런 APC를 100곳까지 설립할 예정이다. 온라인 거래소 활성화를 위한 온라인 거래소법도 만들어 11월 초에는 거래소를 열려고 한다. 온라인 거래소가 도입되면 유통비용 2조6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운영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맡길 생각이다.
―최근 농식품부 조직 개편이 주목을 받았는데.
▷조직을 미래 지향적으로 바꿔야 하는데 조직 개편을 통해 그 메시지를 줄 방법을 고민했다. 국정과제가 농업 미래를 끌고가자는 방향이어서, 그에 맞춰 조직 개편을 했다. 쌀에만 묶여 있던 기존 식량국 업무도 개편하려고 했다. 공익직불정책과를 신설해 농업직불제 쪽에 정책의 중점을 두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국가 재정으로 농업인 소득을 보전해주는 직불제를 5조원 규모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20%에 그치고 있는 곡물자급률을 높일 방안은.
▷우리 주식은 쌀과 밀, 콩이다. 이 자급률을 올려야 한다. 이전엔 쌀 말고 다른 수단이 없었다. 이제 가루쌀이 나왔다.가루쌀을 4만㏊에서 재배하면 밀가루 20만t을 대체해 밀가루 수입을 줄일 수 있다. 가루쌀은 이모작도 가능하다. 보통의 벼는 논에서 5개월 이상을 키워야 수확이 가능하지만 가루쌀은 3개월 반 정도만 키우면 된다. 가루쌀을 수확하고 나면 그 땅에 밀이나 조사료를 재배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사료용 곡물의 수입도 줄일 수 있다. 또 쌀을 대신할 전략작물 재배를 늘리고 벼 재배면적 3만7000㏊를 강제로 줄여 수급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
―가루쌀 육성을 위한 방안은.
▷가루쌀은 일반쌀보다 가격이 높은 프리미엄 곡물인 만큼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나갈 생각이다. 줄어드는 쌀 수요에 대응할 방법은 결국 품질 관리다. 가루쌀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해 레시피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빵과 쿠키 레시피는 이미 개발됐으니 라면에도 시도해볼 생각이다. 관련 연구개발(R&D)에 예산 40억원이 편성돼 있다.
―장관으로서 올해 최대 관심 분야는.
▷식량 안보를 확실히 챙기는 것, 그리고 스마트농업과 푸드테크 등을 발전시켜 미래 농업에 대비하는 것이다. 기후변화 여파로 꿀벌이 줄어드는 문제도 주목해서 보고 있다.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 수 있도록 난개발을 막는 농촌재구조화법에도 신경 쓰고 있고, 무엇보다 청년들이 농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려고 한다.
[이희조 기자 정리]
▷정황근 장관은… △1960년 충남 천안 출생 △대전고 △서울대 농학과 △제20회 기술고시 △농식품부 대변인 △농촌정책국장 △농업정책국장 △청와대 농축산식품비서관 △농촌진흥청장 △충남대 교수 △농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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