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CEO 숏리스트 공개, 여전한 '낙하산' 우려
입력 : 2023.07.28 12:01:12
제목 : KT CEO 숏리스트 공개, 여전한 '낙하산' 우려
김영섭·박윤영·차상균 3파전…남은 1달 CEO 선임 막판 레이스[톱데일리] 4개월째 최고경영자(CEO) 공백을 맞고 있는 KT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 3인을 공개하며, CEO 선임 절차가 막판 레이스에 돌입했다. 최종 선임 완료까지 한 달을 앞두고, 그간 업계에서 제기돼온 낙하산 선임 우려를 일부 제거했지만 완전히 해소하진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KT에 따르면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사내·외 대표이사 후보군을 대상으로 심사와 면접 등을 진행하고 심층면접 대상자로 김영섭 전 LG CNS 대표, 박윤영 전 KT 사장, 차상균 서울대 교수 등 3인(가나다 순)을 선정했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정치권 인사는 모두 배제됐다.
앞서 KT는 지난 12일 대표이사 후보 모집을 마무리하고 27명의 명단을 추렸다. 김성태 전 의원, 권은희 전 의원, 윤종록 전 차관 등 정계 인사가 대거 지원하면서 낙하산 선임 우려도 뒤따랐다. KT 내부에선 재직 2년 이상 부사장급 약 11명 가량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KT 이사회는 CEO 최종 후보자 1인을 결정하기 전까지 명단을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었다. 표면적 이유는 '후보자 보호' 등이었지만, 실제로는 지난해 말부터 차기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따라붙던 '이권 카르텔', '그들만의 리그', '낙하산 외풍' 등의 수식어들로 인한 부담감이 반영됐던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를 두고 '깜깜이' 인사라는 비판과 함께 공정성 논란이 대두되자 KT가 숏리스트를 공개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CEO 선정 과정의 잡음을 줄이고 최소한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대표이사 후보자 공개 여부와 시기를 두고도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3인의 숏리스트에선 정치권 인사가 모두 배제되면서 회사 안팎에서 가장 우려가 컸던 '정치권 낙하산' 선임 리스크는 일단 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박윤영 전 사장을 제외하면 남은 2명은 외부 인사라는 점에서 낙하산 우려를 완전히 제거하진 못했다는 평가다.
우선 박윤영 전 KT 사장은 KT 기업부문장 출신으로 숏리스트 중 유일한 'KT맨'이다. 과거 KT 대표 선출 때 두 차례 최종 관문까지 갔다가 고배를 마신 인물이다. 특히 3년 전 구현모 대표와의 최종 CEO 경합에서 패배한 후 1년도 안돼 해임, 그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는 점은 뼈아픈 지점이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원장(교수)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업계 전문가로 통한다. 다만 학계에 몸담고 있는 만큼 과거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험 외에 기업 경영 경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2~2019년 동안 KT 사외이사로 재직했던 점이 KT와의 연결고리다.
김영섭 전 LG CNS 대표이사 사장은 LG 회장실 감사팀 부장,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상무를 거쳐 2014년 LG 유플러스 CFO(부사장)을 지냈다. LG유플러스 재직 후로는 LG CNS에서 근무했다. 재무 분야, 회계, 구조조정 분야에 밝은 '재무통'으로 꼽힌다.
다만 김영섭 전 대표의 경우 경쟁사 출신에 대통령실 인사와 이해관계도 얽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최종 선임 시 논란이 예상된다. 김 전 대표는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의 친형과 동문으로 대통령실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계 분야 외 통신이나 IT 전문성도 다른 후보에 비해 떨어진다.
앞서 KT의 CEO로 재직했던 구현모 전 대표가 KAIST 경영공학 석·박사 출신의 엔지니어로 KT에서 36년간 근무했던 점을 고려하면, 누가 차기 CEO로 선정되더라도 낙하산, 전문성 부족 등의 지적을 완전히 피하긴 힘들 전망이다. 구 전 대표는 기술력 중심의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 경쟁력을 키운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KT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검찰 수사를 받거나 물러나며 낙하산 논란이 제기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2009년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이석채 회장이 취임했고,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는 청와대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 사장 출신 황창규 회장이 2014년 취임해 낙하산 인사 논란을 키웠다.
이번 KT가 확보한 후보자 명단 중 몇몇 후보자들이 자진해서 후보에서 사퇴하는 등 숏리스트 선정 과정도 순조롭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진 사퇴한 후보자들의 경우 기업 경험이 없는 등 자격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데다 유력 정치인과의 관계 등이 알려진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3주간의 심사 과정에서 정관상 대표이사 후보 자격 요건을 고려해 후보자들이 제출한 지원 서류와 비대면 인터뷰 등을 심사하며 최종 후보 3인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의 평가 의견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KT는 8월 첫 주 최종 후보 선정을 거쳐 이달 말 임시 주주총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임시 주총에서 대표이사 선임안 표결에 따라 최종 후보는 CEO로 공식 선임된다. 지난 달 임시 주주총회에서 바뀐 정관에 따라 대표이사 선임안은 참여 주식의 60% 이상 찬성을 받아야 통과된다.
현재 KT가 3월 구 전 대표 사임 이후 장기간 경영 공백을 겪고 있는 만큼, 차기 KT 대표이사로 짊어질 부담감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말부터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이어온 '비상경영 체제'를 끝내고 경영 정상화를 이뤄야 하는 책임감이 뒤따른다.
최근 부진하고 있는 실적과 주가 방어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KT 주가는 지난해 8월 3만9300원까지 올랐지만 CEO 공백이 현실화 되던 지난 3월 31일 52주 최저가 2만8850원까지 내려온 뒤 아직 2만원대다. 올해 1분기엔 영업이익이 48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4% 하락하면서 국내 통신사 중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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