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진단] [영원무역] ⑩ 고성장에도 주가 '저평가' 지속 고심
[톱데일리] 노스페이스, 파타고니아, 룰루레몬, 아디다스 등 해외 브랜드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영원무역이 호실적 달성에도 주가는 저평가 구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는 예년과 달리 실적 경신이 어려울 것이란 증권가 전망이 속속 나오면서 업계에선 영원무역이 주가 반등 기회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주가 '반짝' 상승 후 하락세…현저히 낮은 주가 지표
영원무역은 지난 해 연결기준 매출 3조9110억원, 영업이익 823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성적을 기록했다. 1년 만에 매출이 40% 증가했을 뿐 아니라, 영업이익은 전년(4425억원) 대비 2배 가까이 급등했다. 영업이익률은 유통 업계에서 이례적인 수준인 21%에 도달했다.
작년 온기 성과 발표(3월 말)와 함께 영원무역 주가도 6월까지 상승세를 달렸다. 문제는 지난 6월 30일 52주 최고가 6만67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이후 상승 동력을 잃고 하락세에 놓였다는 점이다. 영원무역 주가는 한 달 만에 17%가 하락한 5만5000원대까지 떨어진 뒤 최근 소폭 회복 과정을 밟고 있다.
사실 영원무역은 주가가 오랫동안 저평가 구간을 벗어나지 못하는 형편이다. 지난 2009년 영원무역홀딩스와 인적분할 재상장 후 노스페이스 브랜드가 '국민 패딩'으로 자리잡던 시절인 2015년 8월, 영원무역 주가는 재상장 이래 최고가인 주당 7만22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역대 최대 실적을 쓴 현재까지도 주가는 이전 가격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주가 관련 지표에서도 영원무역은 타 기업 대비 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가의 상대가치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척도인 주가수익비율(PER)에서 영원무역은 올해 3월 말 기준 3.54배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기업의 같은 업종 PER 평균 11.75배 대비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의류 OEM 시장에서 영원무역의 경쟁 업체로 대표되는 한세실업과 상반되는 행보다. 3월 말 기준 한세실업의 PER은 9.05배로 영원무역의 3배 가까이 된다. 한세실업은 나이키, 갭, 자라, 랄프로렌 등을 주요 고객사를 두고 캐주얼, 셔츠, 니트, 숙녀복, 정장 의류를 납품하는 기업이다.
영원무역의 주가 저평가는 또 다른 가치 평가 척도인 주가순자산비율(PBR)에서도 확인된다. 1분기 기준 순자산 3조3224억원을 보유한 영원무역의 PBR은 0.83배로 1배에도 못 미친다. PBR이 1배 미만이면 주가가 기업의 장부상 순자산 가치보다 낮게 거래되고 있다는 뜻으로, PBR이 떨어질수록 기업이 저평가 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증권가에선 영원무역 주가의 중장기 목표가를 8만5000원 수준으로 보고 있지만, 현재와 같이 하락세가 이어지는 기조에서 당장의 주가 반등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3일 오후 기준 영원무역 주가 5만6500원과 증권 업계 목표가와의 괴리율은 약 33%에 달한다.
◆ 악화한 재무 흐름…하반기 실적 후퇴 본격화
올해는 특히 영원무역의 실적 성장이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가 반등은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1분기 영원무역은 매출 8406억원, 영업이익 167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7%, 14.6% 증가다. 1년 전보다 실적 지표가 상승한 건 분명하지만 지난해 거둔 성장 속도와 비교했을 때 둔화된 모습이 역력하다.
하반기부터는 실적 역성장 도 예상된다. 2분기까지 영원무역의 실적 방어가 전망되지만, 3분기부터는 성장세가 그치고 부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증권가 컨센서스(평균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역성장하고 올해 실적 부진으로 연결될 것이란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영원무역의 연결기준 매출은 3조7455억원, 영업이익은 7210억원을 거둘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기록과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2%, 12.4% 하락할 수준이다. 순이익은 5702억원으로 전년(7432억원) 대비 무려 23.3% 후퇴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게다가 현재로서는 현금흐름이 양호하다고도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영원무역의 올해 1분기 현금흐름표에 따르면 별도기준 영업활동에서 2564억원의 현금이 유입됐지만, 해외 공장과 지사를 포함한 연결기준으로 보면 마이너스(-) 48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활동에서 현금 유입보다 유출 규모가 컸다는 얘기다.
투자활동에서 현금흐름은 -147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1분기 273억원의 현금 유출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5배 이상 유출 규모가 커졌다. 대부분은 단기금융상품 투자 명목이다. 1년 새 120배 가량 증가한 1279억원의 투자가 한번에 이뤄지는 동안, 재무활동에선 단기차입금이 1년 전보다 2117억원 순증하며 부채 부담이 늘었다.
재고자산 증가로 인한 재무 부담도 증가하는 실정이다. 올해 1분기 영원무역의 재고자산은 사상 처음으로 1조원 규모를 넘은 1조1926억원으로 지난해 말 재고자산(9839억원)보다 석 달 새 2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특히 봄 신상 등 계절적 수요에 대비해 지난해 미리 확보한 재고들이 줄지 않고 오히려 창고에 쌓여가는 모양새다.
영원무역의 재고자산 내역을 살펴보면 OEM 사업 구조 답게 제품과 상품이 재고의 70%인 8354억원을 차지하며, 1분기 동안에만 상품과 원재료 등에서 547억원의 평가충당금 손실이 발생했다. 영원무역홀딩스의 재고자산이 1조3418억원이란 걸 감안할 때 영원무역이 그룹 전체 재고자산에도 상당 부분 부담을 안기고 있는 셈이다.
현재 영원무역의 대표이사는 성기학 회장으로 영원아웃도어 CEO 자리를 겸직하고 있다. 그의 둘째 딸인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주사 지휘와 함께 영원무역 내 사내이사 자격으로 경영 총괄을 맡은 실세다. 영원무역의 주요 주주 명단에서도 법인을 제외하면 성 부회장이 9600주로 개인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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