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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개된 이사회, 과반 이상 찬성 가결…대한항공, EC에 시정조치안 제출 예정 '키' 쥔 EC 판단 주목…기업가치 훼손 논란 등 내부 반발 수습 등 과제 산적

[톱데일리] 최악은 피했다. 대한항공과 기업결합을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이하 EC) 경쟁당국의 승인을 도출하기 위한 핵심 선결조건인 화물사업부의 매각을 결정했다. 대한항공은 EC에 해당 내용을 담은 시정조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통합항공사 출범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던 걸림돌을 제거함에 따라 이제 키(Key)는 EC로 넘어갔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내부적으로 화물사업 매각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여전한 만큼, 일련의 과제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개최하고 기업결합심사와 관련 EC에 제출할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제출 동의 여부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다. 해당 시정조치안은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제한성 해소를 위해 신주인수계약 거래종결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를 분할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이날 이사회에는 5인의 이사가 참석했다. 해당 안건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이사회 참석 이사의 과반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구성원은 원유석 대표이사를 포함해 사내이사 2인, 사외이사 4인 등 총 6인이다. 하지만 지난달 말 이사회를 앞두고 진광호 사내이사(안전보안실장)가 사임함에 따라 이번에는 5인의 이사진이 참석했다. 기존 4인 이상의 찬성이 요구됐던 해당 안건의 가결요건은 3인 이상의 찬성으로 약화됐다. 이날 이사회 표결은 찬성 3표 외 반대 1표, 기권 1표로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매각은 이사회의 문턱을 넘어 가결되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지난달 30일 장장 8시간에 달하는 격론을 벌였지만 의견 합치를 이루지 못했다. 화물사업부의 매각을 놓고 기업가치 훼손 논란과 특정 사외이사의 이해충돌 등의 문제가 불거진 까닭이다. 윤창번 사외이사가 고문으로 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양사의 합병 관련 대한항공의 법률자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여곡절끝에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화물사업부문의 매각이 결정됨에 따라 대한항공은 EC에 시정조치안 제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화물사업부 매각 관련 의사결정이 지연됨에 따라 EC에 대한 시정조치안 제출 시한 연장을 꾀했던 상황이다. 당초 시정조치안 제출은 지난달 말까지다.

대한항공은 일찌감치 EC에 제출할 시정조치안을 마련한 상태다.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EC에 대한 시정조치안 제출을 승인했다. 해당 시정조치안은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제한성 해소를 위해 유럽 4개 노선에 대체항공사(remedy taker)가 진입하기 위한 대한항공의 지원 방안(이를 위한 진입 허가 동의서(Entry Commitment Agreement) 체결 포함)과 신주인수계약 거래종결 후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분할 방안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제 다시 한번 EC의 판단에 주목할 시점이다. EC는 그동안 유럽 화물 노선에서의 경쟁 제한 우려를 거론하며 대한항공 측에 시정조치를 요구해왔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문을 매각해 해당 우려를 불식하는 방안을 꾀한 상태지만, 현 시점에서 EC의 판단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아시아나항공 내부적으로 여진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드러난 것처럼 내부적으로 화물사업부문의 매각에 대한 이견은 큰 상황이다.

화물사업부문의 매각을 반대하는 측은 가치 훼손을 거론하고 있다. 항공사업은 크게 여객과 화물부문으로 양분되는데, 한 축을 매각할 경우 기업가치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문은 코로나19 당시 위축됐던 여객사업부문의 부진을 상쇄하며 전체 매출의 약 70%를 담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해당 부분의 매출 비중은 약 20%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문의 미매각 시 독자생존이 불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양사 통합의 전체적인 틀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한 지원의 성격이 자리한다는 점에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작업은 지난 2020년 말 본격화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영업환경 악화로 인한 재무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산은 등으로부터 3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으며, 지난 2020년 11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해당 유상증자(약 1조5000억원)는 대한항공과 결합의 일환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63.9%를 확보하는 구조다.

하지만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은 아직 아시아나항공으로 유입되지 못하고 있다. EU, 미국, 일본 등 해외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이 완료되지 않은 까닭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해당 유상증자와 관련해 대한항공으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 명복으로 7000억원을 수령했지만 예수금(임시 보관 자금)인 탓에 사용이 제한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상반기 기준 부채규모는 약 12조원(개별재무제표 기준)에 달한다.

한편 신용평가업계에서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문의 매각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장기적으로 규모의 경제에 기반해 사업 펀더멘탈이 제고될 것이란 평가다. 인수가 성사돼도 운수권, 슬롯 반납 외 화물사업 매각 등 경쟁제한성 해소를 위한 조치로 통합 시너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톱데일리
권준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