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진단] [농심] ② R&D 투자, 마의 1% 한계선

입력 : 2023.11.10 10:23:40
제목 : [유통진단] [농심] ② R&D 투자, 마의 1% 한계선
이병학號 매출 느는데 투자 감축…점유율 하락 불가피

[톱데일리] 국내 유통 기업 농심이 높은 실적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R&D) 투자 확장에 미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품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R&D 투자가 장기간 소홀해지면 미래 성장 모멘텀 확보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투자 전략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란 분석이 나온다.



◆ 이병학 취임 2년, 줄어드는 R&D 활동

지난해 문을 연 이병학 대표이사 체 제에서 농심은 그 어느 때보다 사업적으로 활발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조1291억원, 영업이익 1122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대비 17.5% 늘었고 영업이익은 5.7% 급증했다. 농심의 연매출이 3조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올해는 지난해 성적을 뛰어넘는 호황을 누릴 전망이다. 올 상반기까지 매출 1조6979억원을 거두며 지난해 반기(1조4925억원)보다도 상회한 성과를 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농심의 올해 연매출은 작년보다 10% 이상 성장한 3조4605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문제는 농심이 사업적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미래 성장 기반의 핵심이 되는 연구개발 활동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농심은 R&D 투자에 287억원 상당을 투자했다. 3조원이 넘는 연간 매출에 비교하면 0.9% 수준으로 상대적 빈약한 규모의 집행이었다.

오히려 R&D 투자가 매출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21년 R&D 투자로 293억원을 집행했던 농심은 지난해 300억원 이상 연구개발 활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반대로 규모를 축소했다. 10년 전 연간 매출이 2조원을 갓 넘어섰던 2013년 농심이 200억원대 연구개발에 나선 것에서 큰 진보가 없는 셈이다.

장기간 농심은 R&D 투자에서 총매출의 1%를 넘기는 경우가 없었다. 농심은 지난 2008년 R&D 투자를 총매출 대비 1.0% 집행한 것을 시작으로 그 후 지속적으로 1.0~1.1% 비중 수준의 연구개발 활동만 하는 등 다소 소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최근 15년 중 연간 가장 많은 비중의 R&D를 집행한 것은 2018년과 2019년 1.2%가 전부다.

물론 투자 액수로만 보면 지난해 연결기준 경쟁사 삼양식품 26억원, 오뚜기 131억원에 비해 규모가 크지만 안도하긴 이르다. 농심은 라면 시장에서 과반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는 압도적 1위 사업자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라면 시장 점유율은 농심(54.9%), 오뚜기(23.3%), 삼양식품(11.7%) 순이다.

투자는 기술력 등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과 직결되는 무형자산 변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최근까지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사업군을 재편했던 농심은 사업 결합으로 지난해 무형자산이 일부 증가했다. 하지만 기존 보유 무형자산의 감가상각과 처분 등에서 발생한 27억원은 신규 취득한 19억원 규모를 상회한다.

올해 농심은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이 예고돼 있지만 R&D 활동은 더욱 축소될 전망이다.

상반기까지 농심이 집행한 R&D 금액은 138억원으로 이 기간 매출 1조6979억원 대비 0.8%에 그친 수준이다. 지난해 상반기 규모(149억원)보다 줄었다. 그간 농심이 식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 활동을 강조해온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농심은 서울 동작구 소재 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5년 공사에 착수할 당시만 해도 연면적 2만685평 규모로 12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식품 업체는 물론 동양에서도 최대 규모의 시설이란 점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 경쟁사 대비 낮은 마진 압박…점유율 하락으로

R&D 투자 규모가 최근 2년간 줄어드는 추세에서 대표 상품군인 라면, 스낵 등 신제품 개발 활동도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미적지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농심의 연구 성과는 우와한 콩칩, 라면왕 김통깨, 누들핏 떡볶이국물맛 등 7건으로 전년도 한 해 동안 거둔 신제품 개발 21건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특허 취득 활동도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양새다. 농심의 주요 사업과 관련한 특허권 투자 내역을 살펴보면 지난해 6월 취득한 '묶음용 띠지 부착을 위한 묶음 포장 장치'는 인력 8명이 8개월간 투입한 특허다. 특허 취득에 들어간 비용은 1억9000만원 수준이었다.

올해 4월 추가 취득한 '음료용기의 라벨구조물' 특허는 농심이 판매하는 백산수 제품 등에 적용 예정인 대체 종이라벨 관련 연구 성과로 6명이 투입해 1년 동안 연구 개발에 나섰지만 들어간 총 비용은 2000만원으로 투자가 다소 넉넉하지 못했다. 1인당 평균 월 28만원씩의 투자 재원만 허락된 셈이다.

이익 마진이 낮은 유통 업황상 투자 전략에서 R&D를 등한시하는 것이 유통업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내수가 아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연구개발 투자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심의 영업이익률은 3.6% 수준으로 ▲팔도(10.3%) ▲삼양식품(9.9%) ▲오뚜기(5.8%)보다 이익 마진이 떨어진다.

결국 국내 시장에서 성공한 인기 상품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내세우는 상황이 반복되는 구조다. 농심의 경우 해외에서 신라면 등 입지가 커지고 있지만 몇몇 제품을 제외하고선 여전히 글로벌 시장 경쟁력에 대해선 의문이다. 농심은 지난해 국내 등 내수로 2조8979억원의 수익을 거뒀지만 수출만 보면 2312억원으로 총매출의 8% 수준에 그친다.

국내 라면 시장에서도 농심의 점유율은 하락하는 추세다. 농심의 연도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년 전인 2003년만 해도 국내 73.8%로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던 농심은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해 상반기 55.6%까지 떨어졌다. 2021년 56.5%, 2022년 56.3%를 지나 점진적인 하락세라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농심이 신라면, 새우깡, 너구리 등 대표 브랜드와 각종 신제품을 보유한 것은 명실상부 연구개발의 산물이다. 농심이 출시한 제품 관련 상표등록만 현재 2000여건 이상, 해외 80여개국의 지식재산권도 740건을 보유하고 있지만, 차세대 '메가히 트' 브랜드 탄생을 위해선 R&D 투자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의 연구개발비용은 투자가 아닌 주력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어 연구 방향에 따른 재료비는 물론 상당 부분 연구원 인건비로 구성돼 있다"며 "따라서 고위 직책자 퇴직이나 신규 채용 등 고용 현황에 따라 다소 오르내림은 있지만 큰 폭의 변동이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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