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진단] [농심] ④ 화려한 대기업 복귀, 규제리스크 '골머리'

입력 : 2023.11.15 16:45:00
제목 : [유통진단] [농심] ④ 화려한 대기업 복귀, 규제리스크 '골머리'
14년 만에 대기업 입성…줄지 않는 내부거래 활동

[톱데일리] 농심이 국내 대기업 집단에 복귀한 지 1년여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공정위 관련 규제 리스크 해소에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오너 3세 체제를 준비하는 과도기 속에서 총수일가 지분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배구조, 그리고 이들이 주고받은 내부거래 해소 방안 마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 대기업 문 닫으며 입성…14년 만에 돌아온 불편한 타이틀

농심은 작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 가 지정하는 대기업 집단에 포함됐다. 당시 자산총액 5조500억원 수준으로 대기업 집단 순위 맨 마지막인 76위로 입성했다. 올해는 순위가 3계단 떨어진 79위에 자리했지만 자산총액 5조564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총자산 규모 대비 10.2% 가량 증가하며 대기업 타이틀을 이어가고 있다.

농심이 대기업 집단에 포함된 것은 14년 만의 일이었다. 과거 공시 대기업 집단 기준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이었을 당시 대기업으로 분류됐지만 2008년 자산총액 기준이 5조원으로 상향되면서 제외됐다. 새로운 대기업 지정 기준이 마련된 후 14년 만의 복귀인 셈이다.

통상 기업들은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기를 꺼려한다. 대기업 집단에 지정되면 공시 의무를 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정거래법 등 까다로운 규제 리스크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오너 제약도 만만치 않다. 신동원 농심 회장은 총수(동일인)로 지정되면서 신 회장을 기준으로 배우자와 6촌 이내 혈족 등의 친족 사항에 관한 사항에 대한 신고 의무도 부여됐다.

농심의 대기업 지정에는 자산 5조원 요건 관리에 대한 일종의 '판단 미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농심 그룹사 엔디에스의 헬스케어 부문 지분 신규 취득이 자산 5조원 달성 결과를 낳았다. 엔디에스가 2021년 8월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유투바이오 지분을 11.85%에서 33.67%로 늘린 것이 결정타였다.

그간 대기업 타이틀을 피하기 위한 농심의 노력도 허사로 돌아간 셈이다. 농심은 앞서 신동원 회장의 외삼촌과 사촌 형제 등 외가 식구들이 운영하는 우일수산, 세우, 해성푸드원, 신양물류 등 업체들을 대기업 집단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고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였다. 지난해 기준 이들 기업의 자산총액은 3600억원 상당이다.



◆ 지배구조 개편 '제자리'…신규 편입 11곳 부담 고조

현재 농심은 대기업 지정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지배구조 개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창업주 고(故) 신춘호 회장의 세 아들인 신동원 회장, 신동윤 부회장, 신동익 부회장의 농심 그룹사들에 대한 지배력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실정이다. 신동원 회장의 세 자녀들 지분까지 고려하면 셈은 더욱 복잡해진다.

현재 농심 그룹사 중 오너일가 지분이 100% 들어가 있는 기업들만 7곳이다. 농심미분은 신동익 부회장(60%)과 그 자녀들인 신승렬 본부장(20%), 신유정 씨(20%)로 구성돼 있고, 이스턴웰스에도 같은 주주 구성으로 신동익 부회장(30%), 신승렬 본부장(35%), 신유정 씨(35%)가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상품 판매와 중개, 전자상거래 사업을 영위하는 엔에스아리아는 신동윤 부회장(82%)과 아내 김희선 씨(6%), 그리고 그 자녀 신시열 상무(6%), 신은선 씨(6%) 등 4인 가족으로 구성된 100% 친족 회사다. 세탁과 청소 등 사업을 펼치는 캐처스는 신동윤 부회장이 100% 지분을 가진 곳이다.

이외에도 오너일가의 높은 지배력으로 규제 사정권에 들어온 그룹사 수도 상당하다. 올해 공정위 기준 총수일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농심 계열사는 16개에 달하고 이 회사들이 지분을 50% 초과한 회사는 4개다. 정부가 규정한 사익편취 규제 대상 명단에 농심 그룹사 중 20개 기업 이상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친족 수가 많은 탓에 농심그룹은 총수 2세를 제외한 기타 친족(배우자, 혈족 2~4촌, 인척 1~3촌 등)의 지배력이 높은 그룹으로도 손꼽힌다. 올해 대기업 집단에서 기타 친족 지분은 65개 그룹에서 확인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농심은 기타 친족의 평균 지분율이 19.9%로 KCC(29.1%)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올해로 넘어와서 지금까지 누락된 계열사 등 11곳이 추가로 편입되면서 농심그룹의 규제 리스크가 더욱 부각됐다. 올해 1월 허심청브로이 설립을 시작으로 5월에 구미물류, 전일연마, 세영운수, 남양통운, 비엘인터내셔널 등이 편입됐다. 대부분 신 회장의 친인척 등 친족경영 회사임에도 그간 신고를 누락한 곳들이다.





◆ 내부거래 활발…그룹사 먹여 살리는 농심 '동분서주'


현재 농심의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 상당 부분이 높은 내부거래 비중으로 당장 공정거래법 규제 사정권에 들어와 있다. 기존에는 농심을 주축으로 식품 재료와 유통망, 포장재 등 여러 사업으로의 내부거래 활동에 제약이 없었지만 대기업 집단이 들어온 이상 거래 활동에서 투명성을 확보해야 하는 시점이다.

농심이 내부거래 완화에 대한 압박으로 가장 먼저 손을 댄 곳은 호텔농심이다. 메가마트가 지분 100%를 보유한 호텔농심은 지난해 4월 호텔 사업 부문을 농심에 양도하고, 5월엔 급식 사업 부문을 94억원에 매각했다. 그전까지 내부거래 45.5%에 달했던 사업을 완전 철수하면서 남아 있던 법인을 최종 메가마트에 흡수시켰다.

다만 대기업집단 편입 1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다수의 그룹사 내부거래 활동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농심의 대표적인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인 율촌화학은 지난해 별도기준 내부거래로 2225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비중은 46.2%로 내부거래 매출이 전년 대비 200억원 이상 늘며 비중 또한 약 7%포인트 증가했다.

신동익 부회장의 가족 회사인 농심미분도 내부거래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쌀가루를 제조하는 농심미분은 지난해 내부거래로 145억원의 총매출 중 약 38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다. 내부거래 비중으로는 25.9% 수준에 육박한다. 대기업 지정 이후 1년 동안 전년도 내부거래 규모 38억원에서 외부 일감을 넓히지 못한 셈이다.

농심홀딩스가 100% 자회사로 두고 있는 농심태경(구 태경농산)과 농심엔지니어링 등 기업에서도 내부거래는 상당하다. 지난해 농축수산물 담당 농심태경은 총매출(4660억원)의 50% 수준에 달하는 2305억원을 내부거래 수익으로 올렸다. 농심엔지니어링은 총매출(1502억원)의 27.5% 상당인 352억원을 내부거래로 창출했다.

문제는 그룹 내 내부거래 규모가 높은 기업들이 모두 농심으로부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별도기준으로만 봐도 율촌화학은 농심에게 내부거래 매출의 대다수인 2101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농심태경도 농심에게서 2263억원을 벌어들였다. 농심미분은 내부거래 중 농심이 지급한 매출 비중이 99%에 달했다.

농심의 경우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2조3960억원) 중 비중 8.8% 수준인 2111억원만 내부거래 매출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농심이 혼자 그룹사 전반을 직접 먹여살리는 구조다. 농심은 내부거래 매출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1968억원 상당을 해외 자회사에게서 취하고 있다. 그룹사들의 농심 의존도 해소 방안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농심은 합리적인 수준의 계열사간 거래이고 아직 법률 위반 사례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내부거래 축소를 위해 각 계열사별로 사업 다각화, 고객 다변화 등의 노력도 펼치겠다는 주 장이다. 율촌화학의 경우도 배터리 사업 확대를 위해 공장 증설에 나서는 등 전 계열사에서 사업 다각화에 임하겠다는 전략이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을 중심으로 한 수직계열화 된 구조 하에 농심의 국내외 매출이 높은 성장세를 보임에 따라 불가피하게 내부거래 비중이 늘어난 부분도 있다"며 "기업비밀유지 등을 위한 필수적인 내부거래를 제외한 외부거래를 늘려 점진적으로 비중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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