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진단] [농심] ⑤ '따로 또 같이' 신동원 3형제, 계열분리 시나리오

입력 : 2023.11.17 11:33:29
제목 : [유통진단] [농심] ⑤ '따로 또 같이' 신동원 3형제, 계열분리 시나리오
'메가마트' 첫 주자 될까…3형제 모두 3세 경영 준비 박차

[톱데일리] 약 60년 전통을 가진 농심그룹의 계열분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기업 집단 포함 이후 정부의 규제 감시 압박에서 벗어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현재 신동원 회장 중심의 2세 경영 체제가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계열분리가 일어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 신동원-신동윤-신동익, 3형제 독자 경영 시대

농심은 지난 1965년 롯데공업을 전신으로 출발해 라면과 스낵 사업 등을 중심으로 몸집을 키워온 그룹이다. 올해 3분기 기준 농심홀딩스, 농심, 율촌화학 등 상장사 3곳과 해외법인 포함 비상장사 48곳을 가진 대기업 집단이다. 회사 자산총액 규모가 5조원 이상으로 커지면서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은 늘 제기돼 왔다.

현재 오너 3세 승계를 위한 준비 작업도 진행되는 만큼 계열분리에 나설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게다가 농심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시대상기업인 대기업 집단에 14년 만에 지정되면서 규제 리스크도 부각됐다. 규제 사정권에서 벗어나기 위한 계열분리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농심은 이전에도 일부 계열분리를 진행한 사례가 있다. 2021년 농심은 조미식과 어육제품 등을 제조하는 우일수산을 중심으로 세우, 해성푸드원, 신양물류 등 그룹 내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던 업체들을 그룹에서 떼어냈다. 신동원 회장의 외삼촌과 사촌 형제 등 외가 식구들이 운영하던 기업들이었다.

현재 농심은 창업주 고(故) 신춘호 명예회장 이후 세 아들을 중심으로 2세 경영 체제 기반을 마련했다. 장남 신동원 회장이 농심과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을 책임지고, 차남 신동윤 부회장이 율촌화학, 삼남 신동익 부회장이 메가마트를 맡는 구도로 세 형제는 각각의 독자 경영 노선을 구축해 가고 있다.

그룹 내 계열화는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된 상황이다. 올해 3분기 기준 지주사 농심홀딩 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42.92%를 보유한 신동원 회장이다. 율촌화학은 농심홀딩스가 모회사로 31.94% 지분을 갖고 있지만 신동윤 부회장이 19.36% 지분을 보유한 2대주주로 개인 주주 자격으로는 신 부회장의 가족 위주로만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메가마트의 경우에는 신동익 부회장 중심으로 훨씬 독자적인 경영 노선을 확립했다. 메가마트의 유일한 개인 대주주인 신동익 부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지분 56.1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메가마트 지분 9.54%를 보유한 이스턴웰스(구 휘닉스벤딩서비스)는 100% 신동익 부회장의 가족으로만 지분이 구성돼 있다.



◆ 신동익의 '메가마트', 계열분리 신호탄 쏠까

이 때문에 계열분리가 본격화되면 신동익 부회장의 메가메트가 첫 기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 부회장은 자신이 주도한 유투바이오 편입으로 농심그룹 전체가 규제 대상이 된 데에 따른 책임도 있다. 앞서 지난 2021년 메가마트의 유투바이오 신규 지분 취득으로 농심그룹은 자산총액 5조원을 넘고 대기업 집단에 지정됐다.

신동익 부회장이 유투바이오 지분을 33.67%까지 늘려 메가마트에 편입 후 코스닥 상장을 서두르겠다는 계획이 도리어 농심그룹에게 역풍으로 돌아온 셈이다. 신동원 회장이 농심홀딩스와 농심, 신동윤 부회장이 율촌화학 등 상장사를 보유한 것에 반해 신동익 부회장은 3형제 중 유일하게 상장사를 보유하지 못한 배경이 작용했다.

별도기준 6년 연속 적자에 허덕였던 메가마트는 지난해엔 매출까지 10.8% 줄며 농심에 부담을 안기고 있어 그룹 눈치를 살피는 상황이다. 메가마트는 늘어나는 비용 부담으로 인해 올해 하반기 대졸 공채의 면접 절차만 남겨둔 상황에서 돌연 채용을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를 빚기도 했다.

최근 신동익 부회장의 행보도 계열분리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신동익 부회장은 지난 2020년 농심홀딩스 사내 이사직에서 사임했다가 지난해 무려 23년 만에 메가마트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후 호텔농심 대표에도 선임됐지만 지난해 중 호텔농심 사업부를 농심에게 넘기고 남은 법인은 메가마트에 흡수합병시켰다.

신동익 부회장의 계열분리를 염두한 지분 정리 활동도 조금씩 포착되고 있다. 신 부회장은 부친 신춘호 회장으로부터 농심 지분을 상속받아 2.47%까지 확보했지만 꾸준한 장내 매도로 현재 1.98%까지 지분을 낮췄다. 올해 들어서만 7차례 장내매매로 277만여주를 팔고 60억원 상당을 손에 쥐었다.

일단 메가마트의 지분 정리는 비교적 수월할 전망이다. 신동익 부회장 지분 56.14% 외에는 신동원 회장과 신동윤 부회장 등 형들이 보유한 지분이 없다. 다만 메가마트의 핵심 IT 자회사 엔디에스에 들어 있는 신동익 부회장(14.29%) 지분 외에 신동원 회장 15.24%, 신동윤 부회장 11.75% 상당의 지분 정리가 관건이다.

이외 메가마트에 들어 있는 농심근로복지기금(17.7%), 율촌화학근로복지기금(8.67%) 율촌재단(4.85%) 등 지분 정리에 나서면 된다. 메가마트가 비상장사인 만큼 주식 가치를 책정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관련 업계에서 이들의 자산가치와 손익가치 등을 반영해 추산한 메가마트 지분 가치는 약 200억원 수준 안팎이다.

신동윤 부회장이 이끄는 율촌화학 계열분리는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신 부회장이 농심홀딩스 지분 13.18%를 보유하고 있고 농심홀딩스는 율촌화학 지분 31.94%를 갖고 있어 해당 두 지분의 스왑딜(교환거래) 방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물론 농심홀딩스의 율촌화학 지분 가치가 시세로 현재 2500억원 상당이라는 점이 다소 부담 요소다.

과거에도 신 부회장은 지분 맞교환으로 지배력을 강화한 적이 있다. 2017년 신동윤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보유 지분 6.51%를 신동원 회장과 그의 장남 신상렬 상무 등에 매각하고 농심홀딩스는 율촌화학 지분 8.38%를 신동윤 부회장 등에 매각했다. 지분 맞교환으로 신동윤 부회장은 율촌화학 지분 5.10%에서 13.93%로 지배력을 높였다.





◆ 오너 3세 준비 '착착'…계열분리 시점 임박

농심의 구체적인 계열분리 방향은 오너 3세 승계 시점에 따라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농심이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방침 아래에서 신동원 회장 역시 장남 신상렬 상무에게 추후 경영을 승계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 상무는 2019년 농심에 입사해 2021년 말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2년 만에 상무로 고속 승진했다. 신상렬 상무는 농심의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유력한 후계자로 언급되고 있다.

율촌화학은 신동윤 부회장 장남인 신시열 상무 위주로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신시열 상무는 지난 2017년 입사해 율촌화학에서 현재 신사업담당으로 임원직을 이어가고 있다.

메가마트는 신동익 부회장의 장남 신승렬 농심미분 해외사업본부장이 바톤을 이어 받을 전망이다. 계열분리 시점도 신 본부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때로 예상된다. 올해 5월 신승렬 본부장은 신동익 부회장 일가 회사 농심미분의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농심은 대기업 집단 제외를 염두한 계열분리에 대해 추진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심 관계자는 "(지배구조 리스크 해소 차원에서) 오너간의 지분 정리 계획은 없다"며 "계열분리와 관련해서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해당 기사는 톱데일리(www.topdaily.kr)에서 제공한 것이며 저작권은 제공 매체에 있습니다. 기사 내용 관련 문의는 해당 언론사에 하시기 바랍니다.
Copyright ⓒ True&Live 증시뉴스 점유율1위, 인포스탁(www.infostock.co.kr)

기사 관련 종목

06.05 15:30
농심 420,500 2,500 +0.60%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6.07 05:53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