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진단] [농심] ⑨ '보릿고개'에도 신동원 주머니 '두둑'

입력 : 2023.11.23 08:00:07
제목 : [유통진단] [농심] ⑨ '보릿고개'에도 신동원 주머니 '두둑'
회장 취임 전후 홀딩스 순이익 '반토막'…배당과 보수 증가로 61억 취득

[톱데일리] 신동원 농심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지주사 농심홀딩스의 수익성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 회장 취임 이전과 비교해 이익 하락 곡선은 뚜렷해졌고, 신 회장으로 향하는 돈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신 회장이 최근 시장을 중심으로 거론되는 계열분리 등에 대비하기 위해 배당 확대를 추가로 진행할 지 여부가 주목된다.

◆ 연간 순이익 '반토막'…수익성 급감 배경은

신동원 회장은 농심 창업주인 고(故) 신춘호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 2021년 7월 회장직에 취임한 후 그룹 경영 전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현재 농심홀딩스 지분 42.92%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로, 지분구조상 2대주주인 동생 신동윤 농심홀딩스 부회장(13.18%)보다 3배 이상 높은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 체제에서 농심홀딩스는 표면적으론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분 32.72%를 보유한 핵심 자회사 농심이 지난해 연매출 3조원을 돌파하는 호황 속 농심홀딩스의 같은 기간 매출도 6746억원으로 뛰었다. 2018년 매출 5000억원 시대를 연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하지만 이윤 창출 관점에서 신 회장 취임 후 농심홀딩스의 영업 활동은 부진했다. 매출 신장과는 정반대로 이익 확보는 불안정했다. 2020년 740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2021년 558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엔 528억원을 기록, 2년 연속 내리막을 걸었다. 매출은 15.6% 성장했는데 영업이익은 28.6% 급감했다.

농심홀딩스가 보유한 농심태경, 농심엔지니어링, 농심개발 등 자회사들의 비용이 늘어난 탓이다. 2년 전까지 4000억원대였던 매출원가는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인 5687억원에 달했고, 판매관리비도 2년 만에 427억원 규모에서 531억원까지 24.5% 늘어났다. 농심태경의 비용 증가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 농심태경의 매출원가는 작년 한 해 동안 14.0%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17.2% 줄었다.

기업의 실질적 이윤 창출 결과로 볼 수 있는 순이익의 감소 폭은 더욱 도드라진다. 연결기준 농심홀딩스의 최근 3년간 순이익 증감 추이는 2020년 685억원에서 2021년 492억원으로 내려왔고 지난해 341억원으로 줄었다. 순이익이 2년 만에 '반토막'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농심홀딩스 별도 법인의 순이익도 연결기준의 순이익 감소 추이와 같은 하락세로 나타났다. 지난해 농심엔지니어링 등으로부터 배당 취득이 늘면서 매출은 늘었으나 법인세 비용 증가로 최종 순이익은 126억원 확보에 그쳤다. 최근 3년 내리 하락세로 2017년 225억원에 달하던 순이익 대비 절반 수준이다.

올해는 농심홀딩스의 일부 실적 반등이 예견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연결기준 매출 5359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동기 수준을 뛰어넘었고, 누적 영업이익은 605억원으로 전년 동기(407억원)보다 48.7% 가량 증가했다. 올해 4분기 전년 동기 수준의 영업이익(121억원)만 내면 연간 726억원으로 3년 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다.

별도기준 3분기까지 농심홀딩스의 순이익은 190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172억원)보다는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직원 급여와 기타 영업 비용, 감가상각비 등 핵심 비용이 모두 늘어나는 추세로 연간 순이익이 지난해 규모를 넘어설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판매관리비는 3분기 기준 3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 높았다.



◆ 취임 2년 만에 깜짝 배당 확대…계열분리 자금 확보 나서나

눈에 띄는 점은 회사 이익이 급감하는 시기 농심홀딩스의 배당이 늘었다는 것이다. 농심홀딩스는 주당배당금을 2000원으로 고수해오다 지난해 2500원으로 높여 배당총액이 116억원으로 늘어났다. 별도기준으로 보면 배당성향이 92.1%에 달한다. 지난해 벌어 들인 순이익의 대부분이 배당 재원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농심홀딩스 배당 확대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최대주주인 신동원 회장이다. 신동원 회장은 지난해 배당으로만 50억원 상당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배당 증액 전 40억원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한번에 10억원의 여유 자금이 생긴 셈이다. 통상 순이익이 줄면 기업의 배당 규모가 축소되는 것과 다른 행보다.

사실 그간 농심홀딩스는 소액주주들로부터 배당이 적다며 원성을 사왔다.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을 감수하고 배당 증액 카드를 던졌을 의도도 크다. 배당 상향 조치는 무려 19년 만의 결정이었다. 신춘호 명예회장 체제에선 배당 확대 등에 대한 의사 결정이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는 분석도 있다.

배당 증가와 별도로 신동원 회장의 보수도 덩달아 대폭 늘었다. 지난해 신동원 회장은 농심홀딩스에서만 총 11억5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기본급(10억3700만원) 증가와 함께 상여금도 1억원 이상 책정된 영향이 컸다. 지난해 농심그룹 회장으로 한 해를 온전히 보낸 신동원 회장은 앞선 2021년엔 9억1900만원의 보수를 지급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과거 신춘호 명예회장 재임 당시보다 회장직에 대한 급여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신춘호 명예회장은 마지막으로 활동했던 2020년 보수로 7억2600만원을 받았다. 수 년 동안 신 명예회장과 신동원 회장의 급여는 매년 조금씩 변동이 있었으나 둘 다 7억원 수준을 받아 왔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들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동생들과의 계열분리 과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신 회장에게 여유 자금 마련은 필수다. 현재 농심홀딩스에 들어 있는 신동윤 부회장 지분(13.18%)과 신동익 부회장(1.98%)의 농심 지분을 사들이려면 현재 시세로만 약 870억원 상당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해 농심홀딩스가 수익 반등을 이룬다면, 미뤄뒀던 배당 확대에 더욱 적극적인 태도로 나설 가능성도 다분하다. 농심홀딩스는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주당배당금을 2500원으로 올리기로 결정했지만 여전히 일부 소액주주들은 배당금을 주당 4000원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심홀딩스는 배당 재원 마련 작업도 미리 해놓은 상황이다. 율촌화학이 매년 40억원 상당씩 지급하던 배당금이 수익성 악화로 '반토막' 나면서 올해 20억원 상 당의 매출 구멍이 생겼지만, 농심의 배당금을 20% 올려 100억원 상당의 고정 수익을 마련하면서 오히려 배당금 총수익은 218억원으로 늘어났다.

농심홀딩스가 향후 추가 배당 확대를 결정한다면 이와 맞물려 액면분할 카드도 함께 꺼낼지 여부가 관건이다. 농심홀딩스 정관 개정안에 따르면 회사(농심홀딩스)가 발행할 수 있는 주식 총 수는 1500만주(현재 463만7790주)이고 주당 배당금액도 5000원이다. 액면가를 10분의 1인 500원으로 낮추면 주식 유통 물량을 늘려 거래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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