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오늘이 역사적 최고가예요” …‘골드 러쉬’ 타고 금 관련주 투자해볼까

김인오 기자(mery@mk.co.kr)

입력 : 2023.12.04 18:12:12 I 수정 : 2023.12.04 19:22:35
금 시세 사상 최고 달리자
“돌반지 모아 덩어리 금으로”
일각에선 순금 선물 부담감

금 투자 실익적다는 지적에도
개인 투자자들 금 투자 관심↑

뉴욕증시 금 채굴주 비롯해
KRX금거래·ETF 등 투자처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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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반지 팔까요?… ‘실물 금’ 파는 종로 금은방 가보니
서울 종로 소재 한국금거래소 본점/사진=김인오 기자
“오늘이 역사적 고가예요, 사모님” “아이 돌 반지 모아서 덩어리 금으로 만들면 얼마일까요?”

금 값이 1트로이온스 당 2100달러 돌파하며 약 3년 여만에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는 소식이 나온 4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국금거래소 본점. 실내에서는 한 할머니가 금 매매 상담에 한창이었다. ‘오늘 금 값이 역대 최고가’라는 직원 설명이 귀에 들어왔다.

평일인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본점 앞에서는 한 가족이 모여 골드바를 들고 웃으며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도 눈에 띈다.

한 돈짜리 순금 반지 /사진=김인오 기자
테슬라, 삼성전자보다 금?…금 값 연일 사상 최고가
한 돈짜리(3.75g) 순금 반지 하나 가격은 얼마일까 ?

그날 그날 시세에 따라 다르지만 이날 감정을 거쳐 안내받은 결과, 살 때는 37만2000원이고 팔 때는 31만8000원이다. 각종 비용을 제외하고 실제 사고 팔 때 드는 금액이다.

‘디지털 금’ 암호화폐(코인)과 더불어 실물 금 시세가 빠르게 뛰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식팔아 금 사야 하느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3일(이하 현지시간)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이날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장중 1트라이 온스당 2135.39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장 중 기준 직전 거래일인 이달 1일(2075.09달러)에 이어 이틀 연속 최고가다. 이전 최고치는 중국발 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창이던 지난 2020년 8월 7일 기록한 2072.5달러다.

금에 투자하는 네 가지 방법과 장단점
서울 마포의 한 한국금거래소 /사진=김인오 기자
다만 금은 투자하는 방법에 따라 배당 소득세나 양도 소득세, 환전 수수료 등 각종 비용이 따라붙기 때문에 시세 상승률에 비해 매매 실익이 크지 않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투자자들은 중국의 ‘탈(脫) 달러’를 위한 금 매수 추세와 더불어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기대하며 금 매수에 뛰어드는 분위기다.

금은 인플레이션(물가 급등세가 이어지는 현상) 헷지 목적의 안전자산으로 통하지만 올해 후반부처럼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가 지속적으로 둔화되는 현상)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외환 시장 안전자산’ 격인 달러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는 대체재로서 매수 선호가 몰리기도 한다.

연준이 시장 기대대로 내년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투자 예상이 선반영되는 셈이다.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직접 투자다. 골드 바로 대표되는 금 실물을 매매하는 것이다.

한국금거래소를 포함해 금은방에서 실물을 사고 팔 수 있다. 장점보다 단점이 크기 때문에 투자 목적에서 흔하게 활용되는 방법은 아니다.

장점은 실물을 보유한다는 것이고 단점은 세금 등 비용이 크다는 것이다.

금을 실물로 직접 살 때는 부가가치세가 10% 붙는다. 이후 사고 팔 때는 통상 거래 수수료가 5% 이상 부과된다. 매도 시 부가가치세는 부과되지 않는다. 세금 등 비용을 감안하면 실제 골드 바 시세보다 최소 15~20% 정도 비싸게 매수하게 되기 때문에 매수 후 금 시세가 그 이상 올라야 투자 실익을 낼수 있다.

4일 서울 종로의 한 금은방 풍경/사진=김인오 기자
금 값이 오르자 선물용 돌반지를 선물 하는 입장에서는 무게를 4분의 1정도로 줄인 1g짜리 돌반지와 금수저, 0.2g 골드바를 끼워 넣은 종이 돌반지 등을 찾기도 한다.

종로 소재 한 금은방 관계자는 “일반 가정에 투자 목적으로 거래하는 1키로그램(kg) 짜리 골드 바를 만들 만큼의 금 붙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를 모아서 덩어리 금으로 녹여두려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반지나 팔찌 등으로 이미 가공된 금 제품을 미리 금 덩어리로 재가공 해두면 매매에 편리하다는 이유라고 한다.

두 번째로는 시중 은행에서 이른 바 금 통장(골드 뱅킹)을 만들어 간접 투자할 수 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KB은행, 신한은행 등 시중 4대 은행의 금 통장 계좌는 굳이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스마트폰 등을 통해 만들 수 있다. 계좌를 만든 후에 돈을을 입금하면 은행이 그 금액에 해당하는 만큼 금을 사서 적립해주는 식이다.

출금을 원하면 금 통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금을 은행이 매도해서 다시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구조다. 금으로 돌려받을 수도 있다.

은행을 통해 금에 간접 투자하는 경우 장점은 편의성이다. 예금이나 적금처럼 소액으로도 편하게 금에 투자할 수 있다.

단점도 있다. 금 통장에서 금을 매도한 후 현금으로 돌려받거나 그냥 금으로 돌려받는 경우 모두 공통적으로 환전 수수료가 과세된다. 은행이 국제 시장에서 골드 바를 달러로 대신 매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달러 환전 비용이다.

금을 매도한 후 현금으로 돌려받는 경우, 수익이 났다면 배당소득세 15.4% 가 부과된다. 금으로 돌려받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가 10% 따라붙는다. 은행업계에 따르면 금을 실물로 받아보기까지는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약 2주가 걸린다.

세 번째로는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에서 금 현물에 간접 투자할 수 있다. 주식과 유사하게 시중 증권사에서 금 투자 계좌를 만든 후 해당 계좌로 KRX 금 시장을 통해 사고 파는 식이다.

KRX 금 시장 거래의 가장 큰 장점은 은행 금 통장에 비해 수익을 더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거래 때마다 0.3% 안팎의 증권사 매매 수수료가 부과되기는 하지만 금 투자로 이익을 실현하는 경우 매매 시 부가가치세나 배당소득세, 양도소득세 등이 따라붙지 않는다. 별도의 비과세 한도도 없다.

다만 KRX 금 거래를 하더라도 금을 매매한 결과 현금이 아니라 금 실물로 받아보고 싶은 경우에는 금 현물 거래에 따른 세금이 부과된다.

마지막으로는 증시에 상장된 금 관련 기업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미국증시에서는 지난 1일까지 최근 5거래일 간 금 채굴기업인 배릭골드(GOLD) 주가가 약 8% 올랐고 한국 증시에서는 4일까지 기준 최근 5거래일 새 고려아연(010130) 주가가 약 5% 올라섰다.

최근 금 값 상승 배경과 전망…전문가 “내년에도 강세 예상”
최근 금 값 상승 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리스크다. 양자 간 일시 휴전은 일주일 만에 끝나고 지난 1일부터 다시 교전이 시작됐다.

이달 1일 집계 기준 연방기금금리(미국판 기준금리) 선물시장 투자자들은 연준이 내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첫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절반 이상인 51.9%로 보고 있다/자료=CME페드워치
금 시세를 끌어올린 두 번째 배경은 연준의 기준 금리 인하 기대감이다.

연준 내 ‘매파’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FOMC 회의 고정 투표권)은 지난 주 공개 발언을 통해 미국 인플레 둔화 추세에 따라 향후 3~5개월 후에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세번째는 중국을 비롯한 각 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수세다.

세계금협회(WGC) 최근 집계에 따르면 각 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은 올해 1~9월 동안 총 800톤(t)을 기록했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 늘어난 수준이다.

WGC 최근 조사에 따르면 각 국 중앙은행 가운데 약 24% 가 미국 달러 약세를 전망하면서 앞으로 12개월 동안 금 매입을 위한 준비금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미국 연방 정부 부채 급증이 리스크로 부각된 탓에 통상 안전자산으로 꼽히던 미국 국채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점도 상대적으로 금 선호를 키웠다.

주요국 중앙은행 중 올해 금 매수 1위는 미국 달러 의존도 줄이기에 나선 중국 인민은행이다. 지난 해 11월 이후 꾸준히 금 보유량을 늘려왔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중국 금 보유량은 7120만 트로이온스로 전달보다 1.05% 늘었고 작년 같은 달대비 약 14% 늘었다. 반면 중국의 외환 보유액(달러화 표시)은 전달보다 0.44% 줄어든 3조1012억달러로 집계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금 값이 강세일 것으로 보고 있다.

TD증권의 바트 멜렉 상품전략 책임자는 “내년 2분기(4~6월) 금 시세가 평균 2100달러 수준일 것”이라면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강력한 금 매수세가 시세를 받쳐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싱가포르 대화은행(UOB)의 헝쿤 하우 글로벌 책임 분석가는 “내년 말 금 시세가 최고 2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면서 “내년 미국 달러화 가치와 기준 금리 하락 예상이 금 값 상승 주요 동인”이라고 꼽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 시세가 2500 달러를 넘길 지는 불투명하지만 금리 안정에 따른 달러 약세 기대감이 커지고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한 점 등은 강세 요인”이라면서 “미국 경기 침체 리스크 속 미국 정부 부채 증가와 미·중 갈등 장기화에 따른 중국의 미국 국채 매도·금 매수 현상도 금 시세를 지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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