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돌이형의 찐영화방] 반쪽 인간이라 정이 가는 '정이'

입력 : 2023.02.09 15:18:01
제목 : [공돌이형의 찐영화방] 반쪽 인간이라 정이 가는 '정이'
연상호 X 강수연 X 김현주, 우주 SF '정이' 율곡도 울고 갈 뇌 복제 로봇 십만양병설 감정 통증 차단해도 끄떡 없는 'K-모성애'





[톱데일리] AI도 로봇도 사람도 아닌 엄마 정이의 인간성 되찾기 프로젝트가 시작됐어, 연진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모성애. 자상한 어머니이자 갓벽한 군인이었던 엄마가 깨어나면 앞으로 네 모든 날이 흉흉할 거야.

어서오고, 반가워. 방구석 영화 덕질러 공돌이형이야. 오늘은 설 연휴 깜짝 등장으로 국내외 영화계를 일순간(!) 긴장시켰던 넷X릭스 신작 '정이'를 들고 왔어. 그래, 얼마 전 밤하늘의 별이 되신 고 강수연 배우의 유작이자 50년 연기 인생 첫 SF 도전작이라 더욱 관심이 컸던 바로 그 영화야.

정이는 말이야, 구수하고 찰진 이름과는 정반대로 암울한 디스토피아 끝판왕이야. 잠시 머릿속에 비슷한 장면이 데자뷰로 스쳐갔다면 그건 착각이 아냐. 2년 전에도 설 연휴를 앞두고 음침한 미래 비주얼을 선사였던 국내 우주 SF 1호 '승리호' 시각특수효과(VFX) 팀이 이번 정이 제작에 참여했기 때문이지.

정이는 급격한 기후 변화로 종말이 닥친 22세기가 배경인 영화야. 우주로 도망친 인류가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통에 전투 히어로 '윤정이'가 연합군 최강자로 우주 세계관 평정하지만 임무 실패로 그만... 시간이 흘러 윤정이의 딸 윤서현(강수연) 박사가 엄마 뇌를 복제해 만든 로봇이 바로 정이(김현주)라는 말씀.

살아있던 인간의 뇌 정보를 그대로 다른 몸에 이식한다는 설정은 아바타 2편에서 나비족으로 회춘한 악당 형처럼 반전 부활이 아니고서야 흔해 빠진 영화 단골 설정이잖아? 정이의 차이점이라면 뇌 정보의 여러 데이터 수치를 조정해 복제물을 사용자 입맛대로 바꾸면서 빡신 전투 시뮬레이션도 '무한 루프' 돌릴 수 있다는 거!

우선 정이는 실제 뇌 정보 데이터를 인공뇌에 이식한 안드로이드 로봇이란 게 포인트야. 기계 몸만 있음 언제라도 뇌 데이터를 다운 받고 정이를 무한 복제할 수 있다는 거지. 뇌 정 보값을 그대로 복제한 건데, 화면 터치 몇 번으로 감정이나 통증 같은 인간 고유의 특징까지 한방에 차단시켜버려. 이거, 실제로 가능해?

뇌 복제라는 건 생전 기억과 감정, 지능까지 포함한 개성을 통째로 복제해야 하는 건데 아직까지 제대로 연구된 사례는 ZERO. 기술이 개발돼서 정이를 부활시켰다고 해도 헬난이도 전투 시뮬레이션에 투입하는 건 돈 X랄 세금 낭비야. 그래봤자 인간 지능이니까. 걍 딥러닝 탑재한 순도 100% AI 로봇 푸는 게 무조건 댕이득.

통증을 느끼지 않게 컨트롤 한다는 건 지금은 힘들지만 뭐 기술적으로 전혀 말이 안되는 건 아냐. 일단 복잡한 뇌 구조에서 고통 처리 부분만 따로 뽑을 수 있어야 하는데, 고통을 제어하는 뇌 영역에 대한 비밀이 조금씩 풀리고 있거든. 통증을 관장하는 영역은 뇌 중심부 하단에 위치한 '편도체' 안에 위치하고 있어.

원래도 편도체는 두려움과 기억을 담당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통증과 관련된 기억,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다뤄. 그러니 편도체를 조종할 수 있다면 감정과 함께 통증에 반응하지 않는 정이 같은 살인병기 십만명도 만들 수 있다는 거지. 통증, 감정, 기억을 뇌 구조에서 서로 분리하기 어렵다는 것만 빼면 말이야. 사실 그게 젤 힘드러...

그렇다면 정이처럼 통증도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3년 전에는 싱가포르에서 통증에 반응하는 로봇을 개발했다고 해. 부상을 입으면 혼자서도 셀프 수리까지 척척 가능한 AI 로봇이야. 미세한 센서 노드들이 로봇 피부에 가해진 힘의 정도를 세분화해서 인지한 정보로 대략 아파해. 형이 보기엔 전혀 아파 보이지 않지만.

영국에선 맞거나 찔리면 아픔을 호소하는 '전자 스킨'을 만들어냈어. 찐인간처럼 촉각과 통각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로봇용 피부인 셈이지. 로봇 손에 씌운 전자스킨을 꼬집으면 로봇이 알아서 손을 뒤로 빼. 앞으로 휴머노이드 표면에 연결만 잘 하면 통증 느끼는 로봇 완성! 로봇이라 뼈폭 당해서 순살 되는 일은 없겠어.

사실 인간이 느끼는 통증을 실체화하는 일은 로봇 공학에서도 넘사벽으로 어려운 일이야. 촉각다운 촉각을 재현하려면 로봇 전신에 센서를 부착해야 하고, 데이터가 많으면 전해지는 방대한 데이터를 빨리 처리하기 어렵거든. 사람 크기의 로봇 전신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한 번에 해석하려면 전송 속도가 100배는 빨라져야 해.

근데 감정이나 통증을 디지털로 옮긴다고 로봇의 표현이 완전하다고는 볼 수 없잖아. 로봇이 인간과 똑같이 반응하려면 감정에 대한 식별, 이해, 표현 3가지 충족 조건을 거쳐야지, 0과 1의 조합 따위로 인간 갬수성을 대체할 수 있겠어? 무엇보다 감정과 고통은 타인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상호작용을 위한 인간 고유의 영역이잖아.

아무리 가짜 감정이라도 로봇이 흉내 내려면 표정에 대한 연구도 필수. 로봇은 우리처럼 타고난 감정 반응 능력이 없으니, 상황에 맞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판단 시스템을 잘 짜는 게 숙제야. 휴머노이드 로봇 중에서 젤 표정이 풍부한 영국의 '아메카'는 22개의 동작 센서로 메소드 표정 연기 작렬하는데 제법 그럴싸해.

그래도 인간의 뤼얼 표정을 따라잡으려면 한참 멀었어. 사람의 얼굴 근육은 80개 정도인데 그중 40개 정도가 표정을 만드는 데 사용되거든. 그 근육으로 지어낼 수 있는 표정이 최대 7000개나 된다는 사실. 웃는 표정에만 30개의 근육이 쓰이는 인체의 비밀! 그니깐 아무리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라도 쫌 웃고 살자 형들아.

정이는 김현주 누나가 연기했기 때문에 표정 연기만큼은 인간 그 잡채라는 게 함정! 정이는 통증과 감정 제어를 당했지만 막판에 '미확인' 영역이 불타오르다 갑분 모성애 감정 치고 나오면서 각성 완료! 친절한 금자씨 이영애 누나, 마더 김혜자 누님 포스 알지? K-모성애는 못 이기지. 마, 이게 한국형 SF 신파다!

정이는 넷X릭스 공개 직후 글로벌 시청 1위에 오르고 화제작 '더 글로리' 인기도 제쳤을 정도였으니 나름 선방했어. ("브라보, 멋지다! 정이야~") 심형래 형의 디워에서 멈춰있을 줄만 알았던 CG 기술과 액션이 언제 이렇게 화려해졌지, 연진아~? 이러다 어벤져스, 아바타, 인터스텔라도 썰어먹겠는데? 네, 다음 국산 우주 SF 영화.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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