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 거센 M&A 후폭풍
입력 : 2023.02.14 15:21:30
제목 : 펄어비스, 거센 M&A 후폭풍
영업권 손상으로 4Q 당기순손실 1000억…신작 출시 지연까지 '이중고'[톱데일리] 국내 게임 개발사 펄어비스가 실망스런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후퇴했으며, 당기순이익은 순손실로 전환했다. 신작 출시 지연으로 새로운 매출원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가, 수천억원을 들여 인수한 개발사도 당초 기대를 하회하는 실적을 내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펄어비스는 당기순손실 411억원을 기록했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순이익 기조를 유지해왔지만, 4분기 100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인식하 며 연간 순이익이 적자 흐름으로 돌아섰다.
펄어비스가 1000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일시에 입게 된 배경은 CCP게임즈, 팩토리얼게임즈 등 자회사 인수 당시 계상됐던 영업권이 실적 부진에 따라 상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펄어비스는 지난 2018년 9월 아이슬란드 소재 게임 개발사 'CCP게임즈' 지분 100%를 약 2500억원(2억259만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CCP게임즈의 순자산 공정가치는 약 253억원으로 평가됐다. 펄어비스가 CCP게임즈의 공정가치를 크게 상회하는 인수가액을 '베팅'한 셈이다. 그 결과 펄어비스는 1600억원 가량의 영업권(웃돈)을 인식하게 됐다.
CCP게임즈는 서구권에서 인지도를 갖춘 공상과학(SF) 대규모역할수행게임(MMORPG) '이브 온라인'을 서비스하는 회사다. 펄어비스가 인수하기 직전 해인 2017년 CCP게임즈의 연간 매출은 871억원, 당기순이익은 36억원 수준이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6%, 순이익은 86% 감소한 수치다. CCP게임즈의 주 수익원인 이브온라인은 이미 출시된 후 10년 이상 지나면서 회사 전체 실적이 점차 하강하는 기미를 보였다.
CCP게임즈 인수 당시 활용된 외부기관의 평가의견서에 따르면 CCP게임즈의 2022년 매출액은 1114억원, 영업이익은 333억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브 온라인의 매출이 점차 상승하며 ▲이브 온라인 IP 기반 모바일게임이 214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당시 개발 중이던 총싸움 게임 '프로젝트 노바'도 1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책임져 줄 것이라는 가정하에 나온 추정치였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CCP게임즈는 약 552억원의 누적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고, 139억원의 순손실도 냈다. 지난해 CCP게임즈는 전년과 유사한 73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산된다. 프로젝트 노바는 출시에 이르지 못하고 지난 2020년 폐기됐으며, 이브 온라인 매출도 인수 당시 전망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펄어비스가 지난 2021년 5월 281억원에 지분 100%를 취득한 국내 게임 개발사 팩토리얼게임즈의 성과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팩토리얼게임즈는 자산 32억원에 40억원 상당의 당기순손실을 내던 회사였지만, 펄어비스는 당시 회사가 개발중이던 신작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슈퍼스트링' 성과에 기대를 걸었다. 펄어비스에 인수된 직후 팩토리얼 게임즈는 슈퍼스트링을 선보였지만 흥행에 참패했고, 2021년 연결 기준 팩토리얼게임즈는 매출 43억원, 순손실 2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보면 팩토리얼게임즈는 매출 48억원에 분기순손실 17억원의 적자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펄어비스가 보유한 영업권은 약 2200억원이다. 영업권은 전부 CCP게임즈와 팩토리얼게임즈 인수에 따른 것이다. 지난 2021년 기준 펄어비스의 영업권은 1542억원 정도였으나 환율 상승으로 인해 영업권 규모가 약 2년 만에 655억원 가량 증가했다. 펄어비스가 CCP게임즈 인수 대가를 달러로 치른 영향으로 환율이 상승하자 영업권 액수가 따라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환율이 전 분기 대비 하락한 데다 CCP게임즈와 팩토리얼게임즈의 실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관련 영업권은 큰 폭의 손상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 펄어비스의 무형자산은 3712억원 규모였지만 4분기에는 2350억원으로 약 136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펄어비스의 투자 전문 자회사 펄어비스캐피탈이 보유하고 있던 직방 주식 7만5000주를 매각해 약 81억원을 회수했지만, 워낙 영업권 손상 규모가 컸던 탓에 펄어비스 연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지난 2021년 펄어비스캐피탈은 두나무 회수 성과와 네이버 자회사 크림투자에서 발생한 평가이익 등을 더해 펄어비스 연결 기준 3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책임졌다. 펄어비스캐피탈이 펄어비스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투자기업 지분 가치 하락에 따라 펄어비스캐피탈은 176억원 상당의 평가손실을 인식했고, 그 결과 연결 기준 펄어비스의 영업비용은 3분기 853억원에서 4분기 996억원으로 증가하게 됐다. 금리 상승으로 인해 전반적인 벤처투자 회수 시장이 경색된 만큼 올해 펄어비스캐피탈의 회수 성과는 지난해 보다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조석우 펄어비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76억원 규모의 기타비용 증가는 펄어비스캐피탈의 연말 투자자산 평가진행에 따라 평가손실에 따른 것"이라며 "펄어비스캐피탈에서 발생하는 평가이익은 영업이익으로, 평가손실은 영업외비용으로 산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펄어비스는 지난해 ▲게임 서버 및 네트워크 엔진 전문 자회사 넷텐션(약 6억원) ▲게임 개발 회사 레드폭스 게임즈 지분 20%(5억7000만원) ▲가상 콘텐츠 제작 기업 브이에이코퍼레이션 지분 3.9%(20억원) ▲웹툰기반의 종합 콘텐츠 제작사 와이랩 지분 5.8%(약 34억원)을 매각했다. 투자기업 지분을 매각해 현금흐름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비용통제를 위해 펄어비스 전체 인원수도 지난 2021년 4분기 1572명에서 지난해 말 1452명으로 7.6% 감소했다. 지난 2020년 미리 해보기(얼리 억세스) 방식으로 출시했던 배틀로얄 게임 '섀도우 아레나'도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서비스가 종료됐다.
신작 게임 '붉은사막' 출시가 지연되면서 지난해 펄어비스 매출은 전년 대비 4.4% 감소한 386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월 중국에서 출시한 검은사막도 당초 기대만큼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서 실적에 비우호적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펄어비스 영업비용은 약 370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할 때 1%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매출이 뒷걸음질 치며 영업이익 규모는 61.4% 줄어든 166억원으로 나타났다.
조 CFO는 "붉은사막은 하반기 중 개발 완료가 목표"라며 "공개한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났고 최고의 퀄리티로 보답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인건비는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가져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jshin@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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