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보다 더 야속해”…식당 소줏값이 소비자 울리는 이유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입력 : 2023.03.05 05:59:39
입력 : 2023.03.05 05:59:39
주류업계가 소주 출고가를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음에도 식당가를 중심으로 소비자가격 인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식당의 수익이 대부분 주류 매출에서 발생하는 구조 때문인데 병당 6000~7000원은 다반사이고, 9000원을 넘어서는 가게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과 광화문, 시청, 홍대 등 저녁 장사가 많은 상권에서 소줏값 인상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직장인들이 회식이나 업무 미팅 등을 한 뒤 법인 카드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은 여의도 상권에서는 소주의 병당 가격이 9000원까지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말 주류업계의 소주 가격 인상 움직임과 관련해 모니터링에 착수한 바 있다. 지난해 주정(酒精) 가격이 크게 오른데다 공병 값이 오른단 전망이 나오면서 공장에서 출고되는 소주의 가격이 오를 수 있단 우려가 나온 것.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주류 가격은 이미 지난해 전년보다 5.7% 상승했다.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11.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폭으로 올랐는데 특히 소주가 7.6% 오르며 상승세를 견인했다.
올해 들어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단 우려가 확산하자 주류업계는 당분간 소줏값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안내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27일 참고자료를 통해 “가격 인상 요인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당분간 소주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안내했다.
처음처럼 등을 생산하는 롯데칠성음료도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식당가는 아니었다. 병당 가격이 적게는 1000원, 많게는 2000원 이상 오르기 시작한 것. 일부 상권에서는 병당 가격이 5000원 이하인 점포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출고가가 오르지 않았음에도 소비자가격이 오른 건 자영업자들의 수익 대부분이 주류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식사와 안주류는 재료비가 많이 들고, 각 재료의 가격이 오를 때마다 단가를 유동적으로 조정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주류를 판매한 데서 난 수익으로 부족한 손실분을 메우는 방식이 식당가에서 흔하게 사용된다.
주류업계 영업직 종사자들에 따르면 소주의 공장 출고가는 병당 1100~1200원 남짓이고, 식당 등 소매점에 납품되는 가격은 대체로 1300~1600원 남짓이다. 비싸게 잡아도 2000원이 채 안 되는 가격이지만, 식당에서 5000~6000원에 판매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부대찌갯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고춧가루와 식용유, 장류, 고깃값이 모두 올랐다. 재료 하나가 오를 때마다 대표메뉴 가격을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대찌개만 팔면 장사하기 어렵다. 테이블마다 소주 한두 병이라도 팔아야 직원 월급도 주고, 가스비와 월세도 충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주류업계 영업직 종사자는 “자영업자들도 살려고 소줏값을 올리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손실과 최근 급격하게 오른 관리비 등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단 소주만의 문제는 아니고, 맥주나 와인, 양주 등 다른 주종도 마찬가지”라며 “소비자들의 수요가 가장 많은 술이다 보니 체감 부담이 큰 것”이라고 부연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유통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소주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는 일이 반복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의 경우 이미 소주와 맥주의 병당 가격이 대체로 5000원 이상이어서 ‘소맥’을 먹으려면 1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해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한 30대 직장인 소비자는 “반대로 재룟값이 줄었다고 메인메뉴 가격을 낮추거나, 소줏값을 내리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라며 “생존의 문제라지만 치킨보다 더한 폭리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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