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대북키맨' 웡 3년전 기고 눈길 "北행동 과도해석말라"
"수사적 기교 이면에 전략 부재…北관료들 서로 견제하고, 金에 직언 못해"인태지역 미군주둔 필요성 강조하기도…최우선 동맹으로 日英濠 거론
조준형
입력 : 2024.12.01 02:47:17
입력 : 2024.12.01 02:47:17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백악관 국가안보 수석 부보좌관으로 지명된 알렉스 웡이 과거 대북 협상 과정에서 체험한 북한 관료 시스템의 모순과 북한의 국가전략 부재를 언급한 글이 눈길을 모은다.
웡 지명자는 바이든 행정부 첫해인 2021년 4월 미국 군사전문매체 '리얼클리어디펜스'에 '평양의 비밀: 전략이 없다'는 제목으로 실은 기고문에서 "북한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내가 알게 된 것은 그들의 발언 코드에는 구체적인 계획이 숨겨져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수사적 기교 뒤에 전략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좋은 전략은 국제 (전략적) 지형을 조사해 지도자를 위한 현실적인 정책 옵션을 준비할 수 있는 유능한 관료들과, 결단력 있는 지도자에 의해 나올 수 있는데, 이들 중 어느 것도 현재 북한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썼다.
또 "부드럽게 말하자면 북한의 여러 정부 및 당 조직은 서로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은 경쟁과 편집증으로 인해 고립돼 있고, 가용자원이 부족하며, 마비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때때로 나는 이러한 분열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을 봤다"며 "한 번은 평양 고려호텔 27층의 답답한 방에서 (북한 당국자의) 장황하고 과장된 '독백'이 이어지던 중 한 북한 당국자가 경쟁 부처의 능력을 공개적으로 폄훼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또 식사 중에 다른 북한 당국자는 그 자신과 경쟁하는 북한 타 부서 관리가 별도의 협상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에 대해 경멸 섞인 어조로 묻기도 했다고 웡은 전했다.
웡은 "이런 사례들은 처음에 나를 놀라게 했지만 근본적인 기능 장애, 대체로 '의도된' 기능 장애를 보여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북한 관리들은 내부 라이벌에 의해 '서방에 온건'하다거나, '국가의 경제 및 군사적 태세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어떤 정책도 지지할 동기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많이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순된 조치들(대화 시도와 도발)로 우리의 균형감각을 흔들며 세계를 가지고 놀고 있다고 말하지만 김정은이 결정 장애에 시달리고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웡은 "그(김정은)는 발전, 정당성, 외부 간섭으로부터의 안전 등 자신이 원하는 것이 뭔지 알고 있지만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을 모른다"며 "그의 보좌관 중 누구도 자신에게 정직하게 옵션과 반대급부가 무엇인지 말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옵션과 반대급부를 평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웡은 당시 출범 첫해인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제언으로 "북한의 행동과 성명을 과도하게 해석하지 말라"며 "북한의 행동이 자주 그 이면의 일관된 의도 없이 이뤄진다는 인식하에, 침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북한 외교관들과 그 외 관료체제를 뛰어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며 김 위원장의 이너서클로 직접 통하는 협상 메커니즘을 만드는 데 창의적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정책만으로 한반도에서 무엇을 달성할 수 있는지, 무엇을 달성할 수 없는지 인식하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그는 "미국은 억지력을 확립하고, 전면적인 압력을 가하고, 북한에 비핵화에 수반되는 전략적 보상을 설명할 수 있는 막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는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웡 지명자는 트럼프 1기 행정부(2017년 1월∼2021년 1월) 시절 국무부 대북 특별 부대표로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3차례 회담 및 회동에 실무적으로 관여했고, 대북 제재 틀을 유지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런 이력 때문에 웡 지명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다시 북미대화가 추진될 경우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또한 웡은 작년 5월 로널드레이건재단에 '인도·태평양에서의 균형: 미국의 접근 정의(Defining)'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에서 "일관성 있는 동맹 및 안보 집단 만들기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주둔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북 업무를 맡기 전 국무부 동아시아 안보 담당 부차관보로서 인도·태평양 전략 이행에 관여한 바 있는 그는 "지역 전체의 안보 차원에서 우리의 우선순위 연합체는 일본과 함께하고,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협의체) 틀 아래 호주 및 영국과 함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세 나라는 균형을 취하는 전략 안에서 미국과 협력하려는 정치적 의지와 더불어, 가장 실질적이고 잠재적인 군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웡은 또 작년 10월 로널드레이건재단에 '중국과의 경쟁: 종반전(Endgame) 논쟁'이라는 제목으로 실은 기고문에서 미중 전략경쟁의 심각성을 거론하며 "미국과 미국민은 일정 수준의 긴장과 지역적 불안정, 2차 대전 이후 본 적 없는 무력 충돌 가능성에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jhcho@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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