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1천만원 더 쓰세요”…VIP 문턱 해마다 높이는 백화점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hjk@mkinternet.com)

입력 : 2025.01.21 17:20:25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백화점 라운지 모습.[사진=매경DB]


백화점의 큰 손인 VIP 등급 기준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연간 구매금액 기준이 1년새 1000만원이 뛴 백화점도 있다. 하지만 혜택은 오히려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VIP 프로그램 변경 사항을 공지했다.

먼저 마일리지 적립, 리워드를 부여하는 ‘명품 마일리지’ 대상 브랜드를 기존 80여개에서 12개 브랜드로 줄였다.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크리스챤 디올, 까르띠에, 불가리, 티파니, 고야드 등 주요 브랜드만 포함됐다. 베이비디올, 펜디키즈, 몽클레르 앙팡은 대상 브랜드에서 제외된다.

이에 VIP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바뀐 마일리지 제도로 오히려 소비자에게 손해라는 평가도 나왔다. 최상위 명품 브랜드를 위주로 소비하는 VIP들에게는 별 문제가 없지만 기존 명품으로 분류됐던 브랜드들이 패션&라이프 브랜드로 대거 재편돼 혜택이 오히려 줄어든 효과라는 지적이다.

또 현대백화점의 VIP 등급 중 하나인 그린 등급 고객들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카페H 음료 이용 잔 수도 변경됐다. 그린 등급 중에서도 가장 최상위 등급인 그린1의 음료 제공 잔 수가 월 60잔에서 20잔으로 축소됐다. 그 밑에 그린2 등급의 제공 음료 잔수 역시 월 8잔에서 6잔으로 줄었다.

백화점 VIP가 되기 위해서는 연간 구매금액을 맞춰야 한다. 올해부터 이 금액을 상향 조정한 백화점들도 눈에 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부터 VIP 새로운 등급을 신설하고 선정 기준을 변경했다. 기존 6000만원 이상과 1억원 이상으로 ‘다이아몬드’ 등급을 운영해 왔으나 올해부터 다이아몬드 등급을 6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 1억원 이상에서 1억2000만원 이상으로 상향해 ‘블랙다이아몬드’라는 등급을 신설했다. 플래티넘 등급은 기존 4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높였다.

롯데백화점도 2023년 VIP 등급을 기존 7개에서 5개(에비뉴엘 블랙, 에비뉴엘 에메랄드, 에비뉴엘 퍼플, 에비뉴엘 오렌지, 에비뉴엘 그린)로 축소하며 VIP 체계를 정비한 바 있다. 또 지난해부터 에비뉴엘 퍼플 등급 기준은 4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에비뉴엘 오렌지 등급 기준은 18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각각 상향했다.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백화점 측 입장이지만, 불황으로 VIP 고객 진입 장벽을 계속해서 높이는 게 아니냐는 고객들의 불만도 나온다.

이렇다보니 연말이 되면 VIP 구매 실적을 맞추기 위한 ‘실적 뒷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당근 둥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백화점 실적 1000만원, 4%로 산다’는 등의 글이 올라온다. 40만원을 주고 1000만원 구매 영수증을 구입하겠다는 의미다. 판매자는 현금을, 구매자는 실적을 채울 수 있어 거래가 가능한 것이다.

현재까지 부정 실적 거래로 인해 VIP 자격이 박탈된 사례는 없지만, VIP 주차권이나 라운지 입장권 거래가 적발돼 경고를 받은 사례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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