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지켜라"… 비상걸린 시중은행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입력 : 2025.01.21 17:28:16 I 수정 : 2025.01.21 19:31:55
입력 : 2025.01.21 17:28:16 I 수정 : 2025.01.21 19:31:55
올들어 4대銀 1900억 순유출
실물이전 충격 본격화 우려 커
고금리·차별화로 절치부심
1대1 상담·수수료 면제 혜택
작년 10월 말 퇴직연금 실물이전이 시작된 후로 금융권에서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으나 초반 성적은 은행들이 증권사에 뒤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까지는 은행들의 활발한 마케팅 활동과 각종 이벤트로 2900억원가량이 순유입됐으나 올해 들어선 순유출로 전환됐다.
2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20일까지 퇴직연금 잔액은 1883억원 감소했다. 특히 개인형 퇴직연금(IRP)에서 1207억원이 빠져나갔다. 기업 단위로 이동이 이뤄지는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도 각각 657억원, 19억원가량 감소했다. DB형은 퇴직금과 마찬가지로 퇴직 후 받는 금액이 정해진 상품이다. DC형은 개인이 직접 자금을 운용하는 식이다.
작년 10월 31일부터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서 기존에 보유한 금융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도 퇴직연금을 타 금융사로 갈아탈 수 있게 됐다. 제도가 시행되기 전엔 퇴직연금 가입 금융사를 갈아타려면 기존 상품을 해지해야 했다. 중도 해지를 해야 하다 보니 복리 효과를 누리기 어려웠다. IRP의 경우 수수료도 내야 했으나, 제도 시행으로 이런 부담이 줄면서 이전이 자유로워졌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전부터 증권사로의 머니무브를 점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은행들도 초반엔 공격적인 광고 집행 등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며 대응했다. 일례로 연금 시장에서 강자로 꼽히는 하나은행은 DB형 상품 금리를 공격적으로 제시하며 작년 10월 말부터 연말까지 규모를 키웠다. 우리은행도 퇴직연금 이전 고객에게 상품권을 증정하고, IRP 신규 가입자에겐 수수료 면제 등 혜택을 제공했다.
마케팅 덕분에 작년 말까지는 은행들이 비교적 '선방'했다. 작년 말까지 4대 은행의 퇴직연금 유입·유출 액수를 보면 개인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IRP를 제외하고 유입이 더 많았다. DB형과 DC형, IRP 등 세 가지 상품에서 4대 은행은 추가로 2910억원을 확보했다.
올해 들어선 상황이 바뀌었다. 마케팅 효과가 끝나고 은행에선 퇴직연금 이전을 통해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증권사들은 실물이전 제도 시행 이후 이달 20일까지 퇴직연금 이전으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빨아들였다.
퇴직연금 수성에 비상이 걸린 은행들은 다양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A은행은 퇴직연금 운용 상품을 고금리 상품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증권사로 빠져나간다는 것은 은행의 수익률이 그만큼 안 좋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금리 상품을 제공하는 금융사를 퇴직연금 쪽으로 끌어들이고, 대신 은행은 다른 분야에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WM고객그룹 연금사업본부 내에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 협의체'를 구성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투자 행태에 맞는 방식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게 하고 인공지능(AI)도 적극 활용한다.
신한은행은 이미 전국 5곳에서 운영 중인 '연금라운지'를 통해 1대1 맞춤형 심화 상담과 금융·비금융 세미나를 제공하고 이를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또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금리가 높은 상품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원금 보장이 되는 안정적 상품 개수도 늘릴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증권사에 없는 미국 관련 상품이나 환노출 주식형 상품 등을 제공해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연금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2차전지 상장지수펀드(ETF)나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유리한 '커버드콜' 등은 판매를 자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작년 한 해에만 123개 펀드와 ETF 라인업을 퇴직연금 운용에 추가해 현재 532개까지 늘려놓은 상태다. 또 신규 비대면 IRP 고객에 대한 수수료 면제 혜택을 올해도 제공할 계획이다.
[박인혜 기자]
실물이전 충격 본격화 우려 커
고금리·차별화로 절치부심
1대1 상담·수수료 면제 혜택
작년 10월 말 퇴직연금 실물이전이 시작된 후로 금융권에서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으나 초반 성적은 은행들이 증권사에 뒤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까지는 은행들의 활발한 마케팅 활동과 각종 이벤트로 2900억원가량이 순유입됐으나 올해 들어선 순유출로 전환됐다.
2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20일까지 퇴직연금 잔액은 1883억원 감소했다. 특히 개인형 퇴직연금(IRP)에서 1207억원이 빠져나갔다. 기업 단위로 이동이 이뤄지는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도 각각 657억원, 19억원가량 감소했다. DB형은 퇴직금과 마찬가지로 퇴직 후 받는 금액이 정해진 상품이다. DC형은 개인이 직접 자금을 운용하는 식이다.
작년 10월 31일부터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서 기존에 보유한 금융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도 퇴직연금을 타 금융사로 갈아탈 수 있게 됐다. 제도가 시행되기 전엔 퇴직연금 가입 금융사를 갈아타려면 기존 상품을 해지해야 했다. 중도 해지를 해야 하다 보니 복리 효과를 누리기 어려웠다. IRP의 경우 수수료도 내야 했으나, 제도 시행으로 이런 부담이 줄면서 이전이 자유로워졌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전부터 증권사로의 머니무브를 점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은행들도 초반엔 공격적인 광고 집행 등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며 대응했다. 일례로 연금 시장에서 강자로 꼽히는 하나은행은 DB형 상품 금리를 공격적으로 제시하며 작년 10월 말부터 연말까지 규모를 키웠다. 우리은행도 퇴직연금 이전 고객에게 상품권을 증정하고, IRP 신규 가입자에겐 수수료 면제 등 혜택을 제공했다.
마케팅 덕분에 작년 말까지는 은행들이 비교적 '선방'했다. 작년 말까지 4대 은행의 퇴직연금 유입·유출 액수를 보면 개인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IRP를 제외하고 유입이 더 많았다. DB형과 DC형, IRP 등 세 가지 상품에서 4대 은행은 추가로 2910억원을 확보했다.
올해 들어선 상황이 바뀌었다. 마케팅 효과가 끝나고 은행에선 퇴직연금 이전을 통해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증권사들은 실물이전 제도 시행 이후 이달 20일까지 퇴직연금 이전으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빨아들였다.
퇴직연금 수성에 비상이 걸린 은행들은 다양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A은행은 퇴직연금 운용 상품을 고금리 상품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증권사로 빠져나간다는 것은 은행의 수익률이 그만큼 안 좋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금리 상품을 제공하는 금융사를 퇴직연금 쪽으로 끌어들이고, 대신 은행은 다른 분야에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WM고객그룹 연금사업본부 내에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 협의체'를 구성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투자 행태에 맞는 방식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게 하고 인공지능(AI)도 적극 활용한다.
신한은행은 이미 전국 5곳에서 운영 중인 '연금라운지'를 통해 1대1 맞춤형 심화 상담과 금융·비금융 세미나를 제공하고 이를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또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금리가 높은 상품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원금 보장이 되는 안정적 상품 개수도 늘릴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증권사에 없는 미국 관련 상품이나 환노출 주식형 상품 등을 제공해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연금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2차전지 상장지수펀드(ETF)나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유리한 '커버드콜' 등은 판매를 자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작년 한 해에만 123개 펀드와 ETF 라인업을 퇴직연금 운용에 추가해 현재 532개까지 늘려놓은 상태다. 또 신규 비대면 IRP 고객에 대한 수수료 면제 혜택을 올해도 제공할 계획이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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