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법인택시 기사에 임금체계 손대는 서울시…대안 찾을까
'노사합의 임금모델' 실증사업 추진…저임금 구조 개선 효과변형사납금·업계불황 타개책…국토부 심의 통과 여부 관건
윤보람
입력 : 2025.01.26 07:01:01
입력 : 2025.01.26 07:01:01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서울시가 법인택시에 주 40시간 월급제를 도입한 지 4년여만에 새로운 임금체계를 적용하려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러 부작용으로 폐지됐던 사납금제가 사실상 변형된 형태로 잔존하는 상황에서 제도 개선을 통해 저임금 구조를 개선한다는 취지인데, 여러 이해관계 속 중앙정부 협조하에 순조롭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린다.
◇ 4가지 유형 '노사합의 임금모델' 개발…월급제 한계 보완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운수종사자(기사) 이탈로 경영난이 이어지는 법인택시 업계 활성화를 위해 서울연구원과 택시 노·사 협의를 거쳐 '노사합의 임금모델'을 개발했다.
다만 현행법상 시행이 불가해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에 실증특례(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다.
임금모델은 ▲ 실차시간 기반 성과급제 ▲ 보합제 ▲ 자율운행택시제(리스제) ▲ 파트타임 근무제 총 4가지 유형이다.
성과급제는 월기준금(운송수입금)을 현재(470만원)보다 낮은 460만원으로 설정하고 초과금의 50% 이상을 기사에게 분배하는 방식이다.
보합제는 월기준금 470만원을 충족하면 기사가 월수입금의 48%를 월급여로 가져가는 형태다.
성과급제와 보합제 모두 월기준금을 채우지 못한 기사에는 근로시간을 계산해 고정급을 지급한다.
자율운행택시제는 기사가 월임대료를 회사에 내고 본인이 월연료비와 교통사고보험료를 납부한 후 나머지 월수입금을 모두 소득으로 가져간다.
파트타임 근로제는 주 20시간, 25시간, 30시간 등 부분시간을 일하고서 정해진 시급을 받는다.
파트타임을 제외한 3개 모델은 모두 현재보다 임금 수준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또 4가지 모델 모두 근로 여건에 따른 선택권 확대 효과가 기대된다.
실증사업에 참여하면 기사는 자율적으로 원하는 임금 유형을 선택할 수 있고 2개월 후 중단하거나 다른 임금제로 변경할 수 있다.
합의된 조건을 지키지 않는 노사는 즉시 배제된다.
◇ 법인택시 기사 14년새 반토막…저임금 구조 개선 필요성 시는 '시민의 발'로서 법인택시 업계를 안정화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선 임금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법인택시 기사 수는 2010년 4만여명에서 지난해 2만명으로 반토막 났다.
택시 가동률은 2019년 50%에서 작년에 34%로 줄었다.
그 여파로 다수 업체가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5곳은 파산·휴업 중이다.
이는 2022년 '택시 대란'까지 불러왔다.
2023년 택시 기본요금이 인상되면서 수요가 줄어 일부 완화됐지만, 기사 이탈이 지속될 경우 승차난이 재발할 수 있다.
사납금제가 2019년 폐지된 이후 현행법상 법인택시 임금체계는 전액관리제와 주 40시간 월급제다.
전액관리제는 기사가 회사로부터 택시를 배정받는 대가로 매일 십수만원의 사납금을 내는 대신 근무 당일 운송 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납부하고 매월 고정급을 받는 제도로 2020년 1월부터 전면 시행했다.
서울에서는 2021년 1월부터 근로시간을 주당 40시간 이상으로 정해 사업주가 월급을 최저임금 이상 지급하게 하는 주 40시간 월급제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는 이러한 제도가 안착하지 못했다.
택시회사의 경우 저성과자 기사에게도 고정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기사는 각종 과세와 간접비 부담 등으로 인해 실질 소득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영업시간과 운송수입금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에서 부족분을 제하는 일명 '변형 사납금제'가 횡행하고 있다.
서울시가 2023년 1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전액관리제 이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 법인택시 업체 55곳 중 51곳(92.7%)이 위반한 것으로 나타나 과태료 부과 조처됐다.
시는 올해 6월까지 전체 회사 254곳에 대한 조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작년 말까지 159곳을 대상으로 점검을 마쳐 과태료 부과 대상을 검토 중이다.
◇ 국토부 실증특례 통과해야…일부 반대 의견에 심의 지연 택시정책 권한이 중앙정부에 있는 만큼 서울시로서는 국토부의 협조가 필수다.
하지만 일부 반대 의견이 있어 국토부 심의가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1월 신청 후 석 달이 다 되도록 아직 모빌리티 혁신위원회에 안건 상정도 되지 않았다.
시는 2022년에도 리스제 도입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실증특례를 신청했지만 심의위원회에서 부결됐다.
지난 22일 서울시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송임봉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전무이사는 "경직적인 근로 형태, 고령화, 불성실 근로자에 대한 통제 수단 부재 등의 문제로 성실한 근로자까지 의욕이 저하돼 이탈하는 문제가 이어진다"며 "업계와 근로자 모두를 위해 실증사업이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오봉훈 전국택시노조 서울지역본부 사무처장도 "임금체계를 그대로 두면 법인택시는 지속이 불가능하다"며 "임금모델 중 보합제가 고령 근로자의 장시간 근로 문제를 해소하는 모델이라고 생각해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주 40시간 완전월급제를 요구해온 민주노총 측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영길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정책위원장은 "사납금제의 변형물로 택시 관련 모든 법을 무력화하는 방안"이라며 "회사의 수익은 보장되는 반면 보호가 필요한 택시노동자의 노동 환경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므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손형권 서울시 택시정책과장은 "심의를 통과하면 새 임금체계를 즉시 시행하고, 통과가 안 되면 서울택시 노사만의 합의로 리스제를 제외한 3가지 유형을 우선 실증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bryoo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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