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모든 채권 다 갚을 것”이라지만...법조계선 “회생 들어간 이상 쉽지 않은 일”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입력 : 2025.03.14 17:10:05 I 수정 : 2025.03.14 17:47:22
조주연 사장 “채권 다 갚을 것”
법조계선 우발부채 가능성 제기
“회생 들어갔다는건 지급불능 상태”

메리츠는 신탁담보 있어 이상無
금융상품 투자자는 원금손실 가능성
부동산펀드는 임대료 조정 압박
노동자도 일부 고통분담 가능성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과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가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이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기업 협력사들이 조금만 양보해 준다면 분할 상환 일정에 따라 반드시 모든 채권을 상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홈플러스가 ‘지급불능’을 의미하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만큼 모든 채권에 대해 ‘원금 이상’을 상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홈플러스 기업회생의 의미는 뭘까?

기업회생 전문가인 안창현 법무법인 대율 대표변호사의 자문을 토대로, 현재 홈플러스 사태를 Q&A 형식으로 정리했다.

홈플러스, 실사 과정에서 우발채무 더 드러날 것
서울 양천구 홈플러스 목동점이 폐점 공지문이 띄어져 있다. [김호영 기자]
Q. 홈플러스측은 금융부채 2조원, 소유부동산 가치 4.7조원이어서, 단순한 금융채무 조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 회생이란 것이 지급불능 요건이 성립돼야 법원에서 허가를 내준다. 만일 회생채권의 일종인 금융부채가 2조원에 불과했고 부동산 매각 등으로 이를 충당할 수 있었다면 회생 자체가 성립 안 됐을 것이다. 숨겨진 우발채무가 있을 것이다.

Q. 회생 구조를 설명해달라

= 공익채권이 우선 변제 대상이고, 그다음이 회생담보권, 회생채권 순이다.

공익채권엔 회생개시일(3월 4일) 이후에 지급될 임금, 임대료, 상거래채권이 포함된다. 기업활동의 지속적인 영위를 보장하자는 취지다.

이밖에도 상거래채권의 경우, 회생 개시 20일 이내 상거래채권만 공익채권으로 인정한다. 납품업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홈플러스의 경우 2월 12일부터 3월 3일까지의 상거래채권이 공익채권에 해당한다. 해당 기간 내에 물품이 홈플러스 매장에 인도되었어야 공익채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후 담보를 가진 회생담보권, 그리고 회생채권 순으로 변제가 되는데, 이번 홈플러스 사태의 경우는 회생담보권자가 없다.

일각에선 메리츠를 회생담보권자로 보지만, 엄밀히 말하면 메리츠는 신탁을 통해 홈플러스 부동산을 담보로 잡은 것이지, 홈플러스 부동산 자체를 담보로 잡고 있지 않다. 이에 메리츠도 회생채권자에 속한다.

다만 메리츠는 회생절차와 별도로 신탁회사를 통해 담보로 잡은 61곳 점포를 매각하며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이에 법원서도 메리츠와 다른 회생 채권자를 ‘구분’할 가능성이 있다.

Q. 홈플러스측은 2조원 금융부채가 탕감되면 회사가 정상화될 거라고 말한다

= 금융부채는 변제의 가장 후순위인 회생채권의 일종이다. 앞서 밝혔듯이 숨겨져 있는 우발채무가 있기에 법원이 회생을 승인했을 것이다.

회생절차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외담대, 보증보험과 관련된 회생채권이 추가로 보통 발견되곤 한다.


※ 여기서부턴 안 변호사 발언이 아닌 기자의 정리

홈플러스측은 이날 기자간담회서 “상거래채권 중 3400억원을 상환 완료했으며, 대기업과 브랜드 점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세업자 채권을 곧 지급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가 법원의 허가를 받고 원래 후순위 회생채권으로 분류되는 상거래채권(2월 12일 이전 발생한 상거래채권) 4584억원을 우선변제 대상으로 설정했는데, 이 중 3400억원에 대해 지급을 완료했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이날 홈플러스 측은 현금 잔액 1600억원이 있으니 나머지 우선변제 대상도 순차적으로 지급될 것이라 밝혔다.

그렇다면 과연 2월 12일 이전에 발생한 미지급 상거래채권이 4584억원만 있을까?

홈플러스 2023년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3월~2024년 2개월 동안, 60일 이내 지급해야할 매입채무·기타지급채무가 1.4조원이었다.

매입채무와 기타지급채무란, 홈플러스가 납품·용역업체에 지급해야 하는 채무를 말한다. 지난해 1~2월에 발생해 납품·용역업체에 갚아야 할 매입채무·기타지급채무가 1.4조원이었다는 의미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경영실적을 기록했다는 전제 하에, 홈플러스는 1~2월 약 1.4조원에 달하는 상거래채권이 잇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2월 12일~3월 3일 상거래채권은 ‘공익채권’이므로 무조건 선순위 변제가 된다. 이를 제외하면 약 3/4, 즉 1조원 가량이 미지급된 것으로 보이는데 홈플러스 측은 우선변제 금액으로 4584억원을 지정했다.

이를 두고 이날 홈플러스측은 “대기업 협력사들이 조금만 양보해 준다면 분할 상환 일정에 따라 반드시 모든 채권을 상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리적으로 추정해보면, 아직 갚지 못한 대기업 협력사분의 상거래채권이 5000억원 이상이 남아있다는 의미다.

만일 이 계산법이 맞는다면, 홈플러스 회생채권은 약 2조원(메리츠 1.2조원 포함)의 금융부채뿐만 아니라, 우선변제 대상이 안된 상거래채권 약 5000억원(주로 대기업 협력사 몫)이 남아 있다.

여기에 더해 외담대(외상담보대출·300억원 추정), 보증보험 등 추가적인 우발채무를 고려하면, 홈플러스 회생채권 전체 규모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홈플러스 회생의 핵심은? 점포 임대료 낮추기
재무현금흐름 개선해야 변제율 더 높일수 있어
Q. 향후 변제계획은 어떻게 수립되는가?

= 변제계획은 향후 10년을 보고, 추정자금수지표란걸 작성하게 된다. 수입 부문에는 주로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을 반영하며, 필요에 따라 투자활동(ICF) 및 재무활동(FCF) 조정이 이루어진다. 지출 부문에는 공익채권(우선 변제 대상)과 회생채권(잔여 변제 대상)이 포함된다. 10년 단위로 수입과 지출을 거의 엇비슷하게 해서, 현금이 들어오게 되면 채권자에게 돈을 갚는다는 취지다.

일반적으로 회생채권 변제율은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을 기반으로 결정되지만, 홈플러스의 경우 재무활동현금흐름(FCF)에서의 유출이 크기 때문에 변제 가능 금액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회생계획에서는 단순 OCF뿐만 아니라, 리스료 조정, 부채 재조정 등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홈플러스의 영업현금흐름도 회생계획 수립 과정서 보수적인 실사를 통해 낮춰질 가능성이 있다.


※ 여기서부턴 안 변호사 발언이 아닌 기자의 정리

2023년 사업연도 기준 홈플러스의 영업현금흐름은 (+) 1.2조원. 다만 리스비용과 미지급 카드대금 등으로 인해 재무활동현금흐름은 (-) 1.1조원이다.

회생계획에서는 재무활동현금흐름 개선을 위해 리스부채 조정 및 임대료 협상이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홈플러스 매장을 세일즈앤드리스백(S&LB) 방식으로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펀드(이지스, 유경PSG 등)는 회생채권자는 아니지만, 리스료 부담 경감을 위해 협상이 필요할 수 있다. 다만, 계약 조건 및 법적 이슈에 따라 조정 가능성은 변동될 수 있다.

홈플러스 현금흐름은 2023년엔 584억원 흑자였지만, 2022년엔 -1454억원을 기록했다. 2021엔 -5436억원, 2020년엔 +7542억원이었다.

영업현금흐름은 꾸준히 우상향하며 7000억~1조원대를 기록했지만, 세일즈앤드리스백으로 인한 리스료 부담 등으로 재무활동현금흐름은 2021년부터 급격히 악화했다.

만일 홈플러스가 회생계획안을 수립하며, 연간 영업현금흐름을 1.2조원 수준으로 유지하고, 재무활동현금흐름을 절반(-0.6조 원)으로 줄인다면, 순현금흐름은 약 0.6조 원이 된다.

이를 10년간 유지하면 총변제 가능 금액은 약 6조 원이다. (이는 일반적인 영업현금흐름이 아닌 순현금 흐름 기준으로 추산한 수치다. 만일 영업현금흐름 기반으로 보면 더 많은 수치가 계산된다)

홈플러스 공익채권(인건비, 임금)은 연간 약 0.9조원 수준. 10년으로 치면 약 9조원 가까이 된다. 이미 공익채권 규모(9조원)가 순현금흐름 기반의 총변제 가능금액(6조원)보다 큰 셈이다.

다만 홈플러스가 점포 일부를 매각하면서 남은 공익채권·회생채권을 순차적으로 갚게 되면, 공익채권과 회생채권 규모를 줄일 수 있다. 특히 점포 매각은 인건비 부담 완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채권자에게 변제해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삼일회계법인이 실사 중인 상황인데, 법조계에선 그래도 변제율 100%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회생절차에 돌입한만큼 회생채권이 모두 변제되긴 힘들다는 의미다.

만일 변제율이 60~70%로 결정된다면, 회생채권자들은 똑같은 비율만큼 가져가게 된다.

메리츠 문제 없지만, 금융채권자들은 원금탕감
점포 소유 부동산펀드도 임대료 조정 골머리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ABSTB) 피해자 비대위가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ABSTB) 피해자 상거래채권 분류(인정)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3.12 [김호영기자]
Q.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 첫째, 1.2조원을 빌려준 메리츠금융그룹

회생절차와 별도로 담보로 잡은 신탁을 통해 61곳 점포를 순차적으로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면 된다. 61곳 점포의 가치는 시가로 약 4.7조원이다.

다만 메리츠는 ‘여론’을 신경 써야 한다. 점포를 단순히 매각하게 될 경우 점포에 속한 노동자와 입점업체 거취 문제가 있다.

메리츠 입장에선 고용승계 최소 3년이 보장되는 영업양수도 방식이 가장 매력적이다. 다른 마트업체(이마트, 롯데마트)에 홈플러스 점포를 매각하는 게 가장 좋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점포 수를 순차적으로 줄이고 있어서 이 부분도 힘들다.

둘째, 회생채권(CP 전단채 ABSTB 등)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및 기관투자자

가장 후순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원금을 일부 탕감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구체적인 변제율은 실사 중인 삼일회계법인이 기초안을 작성할 예정). 이들 중 일부는 상거래채권으로 해달라고 주장하는데, 실제론 물품 인도 기준으로 상거래채권을 인정해주기 때문에 상거래채권으로 분류되긴 쉽지 않다.

셋째, 홈플러스 세일즈앤드리스백에 투자한 부동산 펀드들

만일 회생개시일 이전에 미지급 임대료가 발생했다면, 이 부분은 펀드가 홈플러스로부터 받은 보증금을 통해 상계시키면 된다. 다만 보증금보다 더 많은 미지급 임대료가 있을 경우, 해당 임대료는 회생채권으로 분류된다.

앞서 밝혔듯이 재무활동현금흐름의 조정이 이번 기업회생의 핵심이다. 임대료 감면 및 원금상환 유예 등에 대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이 부분에 대한 적극적인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

홈플러스 노사 1.2% 임금 상승 합의
영업양수도 방식 M&A가 실효적 대책
빕스와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과 CJ CGV, 신라면세점 등 유통업계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대형마트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발생할 수 있는 상품권 변제 지연 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충우 기자]
Q.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대금은 어떻게 될까?

=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대금(수천억원 추정)은 기본적으로 공익채권을 변제하는 데 쓰이고, 남는 재원을 회생채권 변제에 쓰게 된다.

Q. 향후 기업회생 전망은?

결국엔 핵심 점포 혹은 사업부를 M&A로 향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치가 높은 만큼, 회생계획안에 따라서 부채를 상당히 줄이게 된다면, 인수자가 나타날 수 있다.

제일 좋은 것은 고용승계를 전제로 한 영업양수도 방식이다. 다만 점포 매각 과정에서 일부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


※ 여기서부턴 안 변호사 발언이 아닌 기자의 정리

홈플러스 노사는 임금 1.2% 인상과 현장경력수당 도입, 점포 매각 시 노사 협의체 구성 등을 잠정 합의했고, 홈플러스는 전날 서울회생법원 재판부로부터 임금협상 체결 허가받았다.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임금 1.2% 인상을 받아들였다는 것은 홈플러스 노동자들도 일부 고통분담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보다 강도 높은 회생계획안이 수립될 경우, 홈플러스 노동자도 어느 정도의 희생이 불가피하다. 현재 홈플러스의 연간 인건비는 2023년 기준 776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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