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동안 미국 증시를 이끌었던 '매그니피센트7(M7)' 기업들이 올해는 증시 하락세를 가속화하는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올해 들어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거뒀다. 반면 '중국판 M7' 기업들은 주가 상승 폭을 최대 60%까지 키우는 한편, 여전히 저평가 상태로 분석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미국 M7 기업은 일제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연초 대비 엔비디아와 테슬라는 각각 14%, 34%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구글(-12%)과 애플(-10%), 아마존(-10%), 마이크로소프트(-6.5%)도 마찬가지로 하락했다.
지난달 중순까지 20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나스닥에서 기록을 썼던 메타(-0.5%)마저 이달 들어서는 손실 구간으로 접어들었다.
M7 기업의 주가 하락세가 미국 증시의 상승을 막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미국자산전략가는 "매그니피센트7은 이제 '멀레피센트(Maleficent·해로운)7'이 됐다"면서 S&P500지수의 올해 말 목표치를 6500에서 6200으로 하향 조정했다.
반대로 중국 증시는 대형 기술주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말 그대로 승승장구다. 올해 항셍테크지수는 29.4% 상승해 미국 나스닥100지수가 -5.8%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BATX(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와 반도체 파운드리사 SMIC, 전기차 회사 BYD, 배달 플랫폼 회사 메이퇀은 올 들어 모두 주가 상승 폭을 키웠다.
알리바바와 샤오미는 올해 각각 60% 급등했으며, SMIC도 61% 폭등했다. 올해 BYD는 37% 상승했고, 텐센트(23%)·바이두(13%)·메이퇀(11%)도 일제히 올랐다.
중국 증시의 '테리픽10'을 나열할 때 거론되는 핀둬둬(30%), 징둥닷컴(23%), 지리차(18%), 레노버(15%), 넷이즈(8%) 등 역시 상승 대열에 서 있다.
특히 올 1분기가 채 지나기도 전에 폭발적인 주가 상승을 이뤄내고 있음에도 여전히 중국판 M7 기업은 미국의 원조 M7보다 저평가된 것으로 확인된다.
미래 12개월의 수익 예상치와 현재 주가 수준을 비교하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분석 결과 샤오미(42배)와 SMIC(59배)를 제외하면 모두 동종의 미국 기업보다 저평가 국면에 있었다.
선행 PER은 수치가 클수록 기업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에 비해 주가가 비싸다는 뜻이다.
전기차 자율주행 기업인 BYD(23배)와 테슬라(89배)는 선행 PER 격차가 약 4배다.
검색 엔진 기반의 바이두(9배)와 구글(18배),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13배)와 아마존(29배), 텐센트(18배)와 마이크로소프트(26배)를 비교해도 중국 기술주들의 저평가 현상은 두드러졌다.
글로벌 투자은행 사이에선 중국 증시가 기업 펀더멘털보다 저렴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UBS는 "현재 중국 증시 가치는 다른 신흥시장보다 20% 할인됐다"로 평가했다. JP모간도 중국 기술주의 향후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7.8%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증시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른 만큼 조정장의 도래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 19일 "중국 증시 랠리는 주가가 폭락했던 2015년 사례와 비슷하다. 곧 의미 있는 조정이 올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로 항셍테크지수는 지난 20~21일 이틀 만에 6.65% 하락해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중국 기술주의 주가 방향은 실적 개선세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경환 하나증권 중국·신흥국 주식파트장은 "중국 기업들의 장기 할인이 해소됐다"며 "펀더멘털과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에 대한 시장 눈높이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