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폐업하면 사육농장 개들 어떻게 되나

사육농장 폐업은 사육 개 없어야 가능해…순차적 폐업사육농장에 남은 개는 지자체 인수해 보호·관리
구정모

입력 : 2025.04.10 06:55:01


개 사육 농장 철창 속 동물들
(광주=연합뉴스) 동물복지단체 위드는 개 사육 농장 2곳에서 3차례에 걸쳐 동물 35마리를 구조했다고 25일 밝혔다.사진은 위드 회원들이 지난 14일 철창 속에 사육 중인 동물들을 촬영한 모습.2017.10.25 [위드 제공=연합뉴스] areum@yna.co.kr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정부가 개 식용을 끝내기 위해 사육 농장의 폐업 현황을 발표하자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폐업 농장에서 발생한 개들의 보호·관리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해 8월 기준 국내 사육 농장에서 기르고 있던 개는 모두 46만6천마리로 집계됐다.

개 사육 농장이 순차로 문을 닫게 되면 이 농장에서 기르던 개들을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보호·관리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말이 많은데 과연 맞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개 사육 농장 '폐업'의 개념에 대한 오해에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문을 닫은 개 사육 농장에는 남은 개가 한 마리도 없다.

폐업 조건이 농장에 사육 중인 개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육 농장이 일단 문을 닫은 뒤 이곳에서 기르던 개를 일괄 처분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의미다.

만일 사육 농장에 남은 개가 있을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인수해 보호할 계획을 세우는 등 다양한 관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 사육농장 폐업하려면 사육 개 없어야 가능 정부는 2027년 2월부터 식용을 목적으로 한 개의 생산·도살·유통·판매를 전면 금지하기 위해서 개 사육 농장의 폐업을 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2월 제정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 식용 종식법)에 따라 정부는 농장주들에게 농장 현황을 신고하고 폐업 또는 전업 계획을 담은 이행계획서를 제출하게 했다.

이에 따라 파악된 개 사육 농장은 지난해 8월 기준 전국적으로 모두 1천537곳이었고, 사육 중인 개는 46만6천마리였다.

이 가운데 개 식용 종식법 시행 6개월인 올해 2월 6일 현재 폐업 농장은 전체의 40%인 623곳으로 집계됐다.

이들 농장에서 키우던 개는 지난해 8월 기준 15만1천마리였다.

그럼 문을 닫은 농장에서 사육됐던 개들은 현재 어디에 있을까.

일단 해당 농장엔 개가 한 마리도 없다.

농장이 폐업하려면 사육 개가 한 마리도 없다는 것이 확인돼야 하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단체로 가는 개 사육 농장 동물들
(광주=연합뉴스) 동물복지단체 위드는 개 사육 농장 2곳에서 3차례에 걸쳐 동물 35마리를 구조했다고 25일 밝혔다.사진은 위드 회원들이 지난 14일 농장에 있던 동물들을 쉼터로 옮기기 위해 차에 싣는 모습.2017.10.25 [위드 제공=연합뉴스] areum@yna.co.kr

정부는 폐업 농장에 사육 마릿수에 비례해 폐업이행 촉진 지원금을 주고, 사육 시설을 감정평가해 해당 시설의 잔존가액도 지급한다.

아울러 사육 시설의 철거도 대행한다.

농장주가 폐업을 선택해 폐업이행 촉진 지원금을 받으려면 개 사육 규모 감축 계획을 제출하고 이를 이행해야 한다.

예컨대 개의 암·수컷을 분리해 개체 수가 더 늘어나지 않게 하면서 사육 중인 개를 언제까지 팔겠다는 식이다.

폐업일 당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장에 실제로 개가 없는지를 확인하고, 시설을 철거한 뒤 해당 농장에 폐업이행 촉진 지원금을 지급한다.

물론 농장이 자체 감축 계획에 따라 폐업일까지 사육 중인 개를 0마리로 줄일 수 없을 수도 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식용 개가 팔리지 않는 등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지자체가 이 잔여견의 소유권을 인수해 '동물보호법'에 따라 보호·관리한다.

하지만 2월 6일까지 폐업한 농장 가운데 잔여견은 없었다고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전했다.

◇ 사육농장 조기 폐업시 폐업지원금 많아져 정부는 폐업 농장에 주는 폐업이행 촉진 지원금이 조기에 폐업하는 농장에 더 많이 돌아가도록 정책을 설계했다.

지원금 규모는 기본적으로 농장이 지난해 신고한 연평균 사육 마릿수에 지원 단가를 곱한 값으로 결정된다.

그런데 이 지원 단가가 폐업 시기에 따라 6단계로 달라진다.

지난해 8월 7일∼올해 2월 6일에 폐업 시 지원 단가는 60만원, 2월 7일∼8월 6일은 52만5천원, 8월 7일∼12월 21일 45만원 등으로, 폐업 시기가 늦어질수록 지원 단가가 낮아진다.



대한육견협회 '폐업·전업 지원 계획 발표 촉구'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대한육견협회 관계자들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들은 7월까지 개식용종식 특별범 관련 '폐업·전업 지원 계획'이 발표되지 않으면 개식용종식 이행계획을 전부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2024.7.9 superdoo82@yna.co.kr

마지막 단계인 내년 9월 22∼2027년 2월 6일에 폐업하면 지원 단가는 22만5천원으로 떨어진다.

개 1마리당 순수익이 약 30만원으로 추산되므로, 일찍 폐업할수록 농장주가 이득인 셈이다.

개 식용 종식법이 제정되지 않았다면 개 사육으로 계속 돈을 벌 수 있으므로 농장주 입장에선 이런 지원금 규모에 만족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개 식용 종식 정책이 결정된 만큼 조기 폐업에 따른 더 많은 지원금의 수령이 농장주에게 유리한 건 사실이다.

이는 실제 폐업 현황에서도 볼 수 있다.

1단계 지원 단가가 적용되는 2월 6일까지 폐업한 개 사육 농장이 623곳인데, 이는 지난해 신고 당시 2월 6일까지 폐업하겠다고 밝혔던 200여곳의 3배나 되는 규모다.

지난해 신고 당시엔 구체적인 폐업이행 촉진 지원금 규모가 발표되지 않았는데, 이후 조기 폐업 농장에 더 많은 지원금을 주는 구조의 지원금 지급계획이 공개되면서 폐업 농가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농식품부는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연내 폐업할 농가가 전체 7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 사육농장에 남은 개는 지자체 인수해 보호 폐업한 사육 농장의 잔여견 문제는 앞으로도 없을까.

1차로 폐업한 농장들이 폐업이행 촉진 지원금을 받으려고 사육 중인 개들을 헐값에 다른 농장에 팔았을 수도 있다.

이후 순차로 폐업 예정인 농장들도 마찬가지로 개들을 이후 폐업할 다른 농장에 팔아넘길 수 있다.

이럴 경우 마지막 단계인 2027년 2월에 폐업할 예정이라고 신고한 농장들에 이런 개들이 몰려 이 농장들이 자체 감축 계획에 따라 개들을 다 처분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동물보호단체로 가는 개 사육 농장 동물들
(광주=연합뉴스) 동물복지단체 위드는 개 사육 농장 2곳에서 3차례에 걸쳐 동물 35마리를 구조했다고 25일 밝혔다.사진은 위드 회원들이 지난 14일 농장에 있던 동물들을 쉼터로 옮기기 위해 차에 싣는 모습.2017.10.25 [위드 제공=연합뉴스] areum@yna.co.kr

일단 2027년 2월에 폐업하겠다고 신고한 농장은 270여곳이고 이곳에서 사육 중인 개는 지난해 8월 기준 10만마리 정도가 된다.

농식품부는 폐업 마지막 시기인 2027년 2월까지 2년 정도의 시간이 남은 만큼 사육 중인 개들이 다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잔여견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지자체가 인수해 보호·관리하게 할 계획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위해 지자체 직영 동물보호센터를 확충하고 있다.

직영 보호센터는 2023년 71곳에서 지난해 84곳으로 늘었다.

올해 신규로 11곳을 건립 중이다.

지자체 직영을 포함한 동물보호센터는 전국적으로 230개소이고, 수용 규모는 13만마리 정도 된다.

정부는 이들 동물보호센터가 다 차면 시설이 양호한 농장을 임시 보호센터로 지정해 이곳에서 잔여견들을 보호·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시점에서는 잔여견 문제는 크게 우려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pseudojm@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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