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여성행원 평균연봉 처음 1억 넘었다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입력 : 2023.03.21 17:35:56 I 수정 : 2023.03.21 19:28:35
국민·하나銀 지난해 첫 돌파
남성행원은 2012년 처음 넘어
남녀 임금격차는 우리銀 최소
여성 근속연수 늘고 요직진출
성과중심 보상체계 자리잡아






지난해 A은행의 한 여성 지점장은 연봉을 2억원 가까이 수령했다. 그가 맡은 지점이 성과평가에서 1등급 지점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성과급 기준으로는 최하 등급 지점장에 비해 3배 많이 받았고, 총 연봉 기준으로는 30%가량 많이 받았다. A은행 관계자는 "성별과 무관하게 좋은 성과를 낸 직원들에게는 성과급으로 보상한다"고 말했다.

'은행권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다. 남성 직원과 여성 직원의 연봉 격차가 줄면서 지난해 KB국민·하나은행 여성 직원 평균 연봉이 처음으로 1억원을 돌파했다. 여성 직원의 근속 연수가 늘고,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가 정착되면서 고연봉을 받는 여성 직원들이 생긴 영향이다.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이 늘면서 이 같은 흐름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4대 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여성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이 각각 1억100만원, 1억200만원으로 1억원을 넘어섰다. 4대 은행 여성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은행 여성 직원 평균 연봉은 9400만원을 기록했고, 신한은행은 9000만원으로 4대 은행 중에서 여성 직원 평균 연봉이 가장 적었다.

그간 은행원 연봉이 1억원을 넘는다는 얘기가 많았지만 이는 남성 한정이었다. 하나은행의 경우 2012년 남성 직원 평균 연봉이 1억2200만원을 기록했지만 같은 해 여성 직원 평균 연봉은 6040만원에 불과했다. 남성 직원 연봉이 1억원을 돌파하고 10년이 지나서야 여성 직원 연봉이 1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다른 은행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국민은행은 2012년, 신한은행은 2014년, 우리은행은 2017년에 이미 남성 직원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초과했다.

절대 액수가 커진 것뿐만 아니라 남성 직원과의 연봉 격차도 감소하고 있다. 2019년 하나은행 남성 직원 평균 연봉은 여성 직원의 1.53배였지만 2022년엔 1.39배로 격차가 10% 줄었다. 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1.44배에서 1.34배로, 신한은행은 1.59배에서 1.47배로, 우리은행은 1.45배에서 1.26배로 줄었다. 지난해 기준 성별 연봉 격차가 가장 큰 곳은 신한은행, 작은 곳은 우리은행이었다.

여성 직원들의 근속 연수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평균 연봉 상승에도 영향을 줬다. 통상 근속 연수가 길수록 연봉도 높다. 2019년부터 3년간 여성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가 매해 늘었다. 복지 덕분에 경력 단절 없이 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KB금융그룹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KB금융은 출산 전후로 6개월 유급휴가를 준다. 유급 육아휴직은 한 자녀당 1년이다. 이 밖에 근로시간 단축, 유연근무제, 보육비, 직장 어린이집 등을 지원한다.

남성 직원 근속 연수는 퇴직자 영향으로 혼조세를 보였다. 연차가 오래돼 연봉을 많이 받는 직원들 중 다수가 남성으로, 이들이 퇴직하며 평균 근속 연수도 줄었고, 여성과 연봉 격차가 감소하는 데에도 영향을 끼쳤다.

성과 중심 보상 체계가 정착하면서 여성도 능력만 있다면 성과급을 많이 받고, 고위직에도 오를 수 있게 된 점도 일조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하나은행은 1974년생인 이은정 클럽1PB센터 골드PB부장을 투자상품본부장으로 승진시켰다. 손님 수익률을 비롯한 자산 관리 부문에서 남다른 역량과 성과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보다 많은 여성이 능력을 인정받고 보상을 받게 되면서 성별 임금 격차는 앞으로도 감소할 전망이다. KB금융은 'KB 다양성 2027' 계획을 통해 경영진과 부점장 중 여성 비율을 20%까지, 본부 팀장과 기업금융 팀장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그룹 차원의 여성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WE STAR' 제도를 통해 역량 개발을 뒷받침하고 있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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