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입에 널뛰는 환율…지난주 변동폭 외환시장 연장 후 최대

관세 정책에 1,487원까지 뛰었다가 1,420원으로 급락…67원 넘게 움직여과격한 관세가 자충수 됐나…달러 가치, 3년 만에 최저로 뚝
민선희

입력 : 2025.04.13 06:05:01


딜링룸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대화하고 있다.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2.34포인트(0.50%) 내린 2,432.72에 거래를 마쳤다.원/달러 환율은 6.5원 내린 1,449.9원.2025.4.11 see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말 한마디에 외환시장이 크게 요동치면서 지난주 원/달러 환율 변동 폭이 67.6원까지 벌어졌다.

이는 지난해 7월 서울 외환시장 거래 시간이 오전 2시로 연장된 이래 가장 큰 폭이다.

미국의 과격한 관세정책으로 달러인덱스는 3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중 간 관세 협상이 환율의 주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 美 관세정책에 환율 롤러코스터…지난주 변동 폭 67.6원까지 벌어져 1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11일 전주 대비 40.0원 내린 1,421.0원에 야간 거래를 마쳤다.

불법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 5일(야간 거래 종가 기준·1,417.3원) 이후 약 넉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 관세정책에 따라 급등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진 탓에 지난주 원/달러 환율 변동 폭(최고가-최저가)은 67.6원에 달했다.

이는 서울 외환시장 거래 시간이 새벽 2시까지 연장된 지난해 7월 이후 최대 폭 기록이다.

외환시장 연장 이전 기록까지 단순 비교해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로 환율이 크게 떨어졌던 지난 2022년 11월 7∼11일(주간 변동 폭 101.0원) 이후 2년 5개월 만에 변동 폭이 가장 컸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상호관세 우려에 지난 7일(37.9원)과 8일(11.2원) 내내 상승하다가 상호관세가 발효된 9일 주간거래 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487.6원까지 고점을 높이며 1,500원에 다가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발효 13시간여만에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는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한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환율은 9일 야간 거래에서 1,472원까지 내린 뒤 10일(28.6원), 11일(35.4원) 이틀 내내 급락했다.

11일 야간 거래 중에는 1,420.0원까지 밀렸다.

달러인덱스가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을 주도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1일 장 중 100선 아래로 밀리면서 99.005까지 떨어졌다.

달러인덱스 99.005는 2022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 "트럼프의 오락가락 과격한 관세정책, 美 달러 자산 신뢰 훼손" 최근 달러 가치가 급락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달러화 표시 자산의 신뢰도를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과격하고 일관적이지 않은 관세 정책이 미국에 자충수가 돼 미국 채권, 주식, 달러 등 미국 자산의 신뢰를 훼손하고 있고, 글로벌 자본의 미국 자산 비중 축소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도 "트럼프 경제정책의 불확실성, 불투명성, 불명료성이 달러 표시 자산 전반에 하락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달러를 '안전자산'으로 보던 시장참가자들의 시선이 바뀌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제는 미국 경기침체 우려와 연준의 금리 인하에 따른 영향을 더 눈여겨본다는 것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관세 불확실성에 의한 경기 침체 우려가 미국채권과 달러 수요를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보다,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물가 대응에서 침체 방어로 돌아서면서 시장 예상보다 더 많은 정책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기대가 먼저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부과, 특히 중국에 100% 이상의 관세 부과는 미국의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구매력을 약화하면서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를 야기한다"며 "이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경기침체)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고, 달러에 대한 신뢰도 약화한다"고 분석했다.

달러 자산 신뢰 저하 우려는 미국 연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1일(현지시간) 최근 시장 동향과 관련해 투자자들이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서 미국에서 이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CNBC 방송에서 "일반적으로 관세 인상이 있으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최근)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다는 사실은 (미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에 신뢰를 부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세로) 미국의 무역 적자가 감소할 경우 투자자들은 '그래, 미국은 더는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야'라고 말하고 있을 수 있고, 그렇다면 채권 수익률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 "미·중 관세 협상이 관건…대외불안 지속 땐 변동성 장세 이어질 수도"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원/달러 환율 수준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분기점은 미·중 간 관세 협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중국이 상호 간에 적용한 과격한 관세는 서로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최근 미국 국채 투매 현상이 나타나는 등 시장이 교란되면서 미국이 시장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이 협상 모드로 전환하는 시점이 중요하다"면서도 "트럼프 1기 때와 마찬가지로, 협상 모드로 전환하더라도 몇차례 국면 전환 소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구체적인 시점을 두고는 의견이 다양했다.

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중 무역 협상 진전과 연준의 금리 인하 재개를 확인할 수 있는 6월 정도가, 환율 수준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상반기 1,410∼1,515원 범위 전망을 유지하나, 미·중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면 환율은 1,400원 초반대까지 내릴 것"이라며 "그 시점은 3분기로 본다"고 밝혔다.

반면 서 수석연구위원은 "미·중 간 의미 있는 협상 결과 도출 시점까지 대외적 관세 충격의 영향이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나 내년 중에는 합의 전략이 쉽게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요인으로, 새로운 대통령 취임 이후 컨트롤 타워 형성 시점에 외국인 투자자의 대내 정국 불안정성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수급에 방향이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적극적인 재정 부양이 가시화돼 국내 거시경제 안정이 확보되는 시점이 중요하다"면서도 "트럼프 경제정책 등 대외적 불안이 지속된다면 고환율, 고변동성 장세는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ssu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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