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뜬눈으로 밤새는 건 싫어요”…올랐는데도 던졌다, 미장 떠나는 서학개미 [월가월부]

김대은 기자(dan@mk.co.kr)

입력 : 2025.05.21 16:57:49 I 수정 : 2025.05.21 18:00:35
올해 처음으로 미국주식 순매도
경기방어주·장기채에 자금 몰려


[사진 = 챗GPT]
미국 증시가 요동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미국 주식을 팔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관세 전쟁 여파로 크게 하락했던 미국 증시는 5월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투자자들이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보다는 이를 차익 실현의 기회로 삼는 모양새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5월 1~19일 동안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10억6475만달러어치 순매도했다. 이는 미국 주식 고점론이 한창 유행이었던 지난해 9~10월 이후로 처음으로 있는 일이다.

국내 투자자는 지난해 9월 미국 주식을 4억8668만달러, 10월에는 7억6145만달러어치 순매도한 바 있다. 이번달에는 월 중순에 이미 해당 금액을 뛰어넘은 것이다.

이처럼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주로 나스닥 시장을 이끌어 가는 반도체 분야에 집중됐다.

이달 들어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디렉시온 미국 반도체 3배 ETF(SOXL)로 그 금액만 5억3202만달러(약 7379억원)에 달한다.

SOXL은 미국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는 3배 레버리지 상품으로 브로드컴·엔비디아·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을 담고 있다.

그 뒤를 이은 순매도액 상위 종목에도 엔비디아 4억2431만달러, 프로셰어즈 QQQ 3배 ETF(TQQQ) 3억834만달러, 팔란티어 1억9754만달러 등이 오르며 주로 미국 증시를 이끌어 가는 반도체·인공지능(AI) 관련 종목이 다수 포진했다.

반대로 국내 투자자가 같은 기간 가장 많은 금액을 순매수한 종목은 유나이티드헬스그룹으로 2억2653만달러(약 3143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미국 최대의 헬스케어 기업인 이곳은 반도체·AI와는 달리 경기 민감성이 적고 배당수익률이 준수해 방어주로 인기가 많다.

하지만 최근 보험금을 과다 청구했다는 의혹으로 미국 법무부의 조사를 받으면서 이달 1~19일 동안 주가가 21.16% 하락했는데, 서학개미들은 되레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은 것이다.

이외에도 국내 투자자들은 디렉시온 미국 반도체 3배 인버스 ETF(SOXS)를 1억1759만달러, 디렉시온 20년 미국채 3배 ETF(TMF)를 1억664만달러어치 순매수하는 등 주로 증시 하락과 국채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변화에 대해 미국의 경제 정책이 전반적으로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에 착수한 이후 크게 하락했던 미국 증시가 이달 들어 반등하고 있으나, 현재와 같은 반등세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 1~19일 동안 S&P500 지수는 6.00%, 나스닥 지수는 8.09% 올랐음에도 투자자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무디스 신용등급 강등의 여파가 잔존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으로 대규모 감세를 포함한 예산안이 통과돼 재정적자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장기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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