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동서울변전소 갈등 장기화…하남시 "아트센터 지어달라"

한전 "2023년부터 주민 면담 450여회…아트센터 건설은 예산 범위 밖"23∼27일 감일지구 전체 주민 대상 변전소 외관 디자인 선호도 조사
이슬기

입력 : 2025.05.25 07:00:04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 운영 및 건설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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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의 마지막 관문인 하남시 동서울변전소 건설을 둘러싼 한국전력[015760]과 하남시의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한전은 동해안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나르기 위해 송전선로 건설의 마지막 단계인 동서울변전소 증설 공사를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하남시는 주민 반대 여론을 이유로 공사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하남시는 나아가 주민 여론을 돌리기 위해 한전이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와 같은 획기적인 주민 친화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서울변전소 증설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하남시가 계속 '버티기'에 나서는 한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의 내년 건설 목표 달성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어서 한전과 하남시 간 갈등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전력 업계에 따르면 한전과 하남시는 지난 4월 김동철 한전 사장과 이현재 하남시장의 면담 이후 갈등 해소를 위한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지만, 뚜렷한 진전은 없는 상태다.



동서울발전소 옥내화 및 HVDC 건설 계획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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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시는 먼저 주민들의 전자파 우려를 해소하고, 동서울변전소 외관 디자인을 랜드마크형으로 바꿔 달라는 요구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기피 시설로 인식되는 변전소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들어서는 점을 고려해 '아트센터' 등 문화예술 시설을 건설해 달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과거 서울 서초구 양지변전소 부지에 세운 한전아트센터를 모델로 삼아, 하남 변전소 부지에도 문화·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주민 편의 시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아트센터 건설에는 400억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현재 하남시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하남 시민들은 아파트 단지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변전소를 마주하게 된다"며, "전자파에 대한 주민 우려를 해소하고, 랜드마크형 변전소 조성은 물론, 아트센터와 같이 주민들이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이 한전 측에서 제시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한전은 처음에는 기존 용량 대비 3.5배 증설을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뒤늦게 1.8배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며 "국가사업을 위해 하남 주민들이 무조건 양보해야 한다는 논리보다는 한전이 주민들을 설득해 상호 윈윈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남시도 행정행위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서울변환소·변전소 경관 개선 선호도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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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같은 하남시의 요구에 한전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전으로선 변전소를 증설할 때마다 수백억원 규모의 주민 편의 시설을 새로 지어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2021∼2023년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하면서 쌓인 43조원대 누적적자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부담한 이자 비용만 1조1천500억원으로, 하루 평균 128억원가량이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통화에서 "하남시 주민들의 요구 사항을 최대한 만족시켜 드리려고 하지만, 예산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수준이어야 한다"며 "전국에 변전소가 약 900개인데, 증설 시마다 아트센터같이 대규모 예산 사업을 진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변전소·변환소의 미관과 디자인을 최대한 주민들 요구에 맞게 하기 위해 대화하는 단계로,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이달 23∼27일 감일지구 거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변전소 및 변환소 경관 개선안'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한전은 예산 범위 내에서 변전소 외관을 공장형이 아닌 주민 친화적인 랜드마크형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증설 변전소를 복합건물 형태로 짓고, 이곳에 한전 및 그룹사 직원들이 상주해 근무함으로써 전자파 우려도 해소할 계획이다.

복합건물 내 여유 공간에는 주민 체육 시설이나 휴식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전은 지난해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 이후 추가적인 법적 조치는 밟지 않을 계획이다.

지자체와의 법적 분쟁보다는 주민 설득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한전 관계자는 "2023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29개월간 450여회 이상 주민 면담을 진행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변환소 증설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전자파에 대한 오해를 풀어 주민 수용성을 최대한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wise@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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