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로 결제하래요”...대놓고 압박하는 중국, 당혹스러운 한국기업들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김혜란 기자(kim.hyeran@mk.co.kr)
입력 : 2025.05.26 19:23:09
입력 : 2025.05.26 19:23:09
기축통화 넘보는 위안화
지리적 밀접 교역량 많은 韓에 부담
中수출업체, 위안화 결제 요구하기도
中 의존도 높은 품목일수록 비중 확대
위안화 영향력 확대시 韓외환시장 위협
“원화 투자 감소하며 위안화로 갈 수도”
지리적 밀접 교역량 많은 韓에 부담
中수출업체, 위안화 결제 요구하기도
中 의존도 높은 품목일수록 비중 확대
위안화 영향력 확대시 韓외환시장 위협
“원화 투자 감소하며 위안화로 갈 수도”

위안화 영토 확장이 속도를 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커진 탓이다. 더구나 최근 달러화 위상이 흔들리면서 위안화가 그 틈을 파고들고 있다. 아직 달러 패권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지만, 위안화는 유로화와 함께 기축통화를 넘보는 수준에 도달했다.
26일 외환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이 위안화 기축통화 지위를 넘보는 이유는 위안화가 달러 영향력을 대체할 경우 글로벌 무역·금융 거래에서 우위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 세계 자금이 중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경우 중국 정부는 재정적자를 충분히 감내하면서도 내수를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지리적으로 근접하고 교역량이 많은 한국에 대한 중국의 위안화 결제 압력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수출 업체들은 한국 수입 업체에 위안화 결제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 기업으로부터 엘리베이터 부품을 수입하는 A사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거래처가 제한돼 있는 데다 ‘을’ 위치에 있기 때문에 중국 측 거래 상대방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환율 변화에 따라 가격 할인이 제공되는 등 장점도 있지만 달러보다 높은 환전수수료는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인 경우 수입할 때 위안화 결제 비중이 더욱 높은 편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에서 원자재를 수입해 제품을 만들어 다시 중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이라면 달러로 결제할 때보다 위안화로 결제하면 거래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중국 의존도(전체 수출액 중 중국 수출액 비중)는 32.8%에 달했고, 무선통신기기(46.3%)와 반도체 제조장비(43.7%)는 중국 의존도가 50%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수입할 때 중국 수출업자에게 위안화로 대금을 지급하는 비중은 2020년 6.5%에서 지난해 13.7%까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한국은행 통계에 드러났다. 수입대금 위안화 결제 규모는 2014년 25억달러에서 지난해 195억달러까지 증가했다. 이로 인해 전체 수입대금 중 달러로 결제하는 비중은 2015년 81.%에서 지난해 80.3%로 감소했다.
반면 우리 수출기업들은 여전히 달러 결제를 선호해 중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위안화로 결제받는 비중은 7.1%에 그친다.

위안화 거래 비중이 높아지면 한국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위안화가 달러를 위협하거나 대체할 정도의 기축통화가 된다면, 특히 위안화 자산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 접근성과 편의성이 커지면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원화 자산에 대한 투자가 감소할 수 있다.
김효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팀장은 “위안화 국제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원화 투자 자산이 위안화로 갈 수 있고, 국제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해 원화값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며 “글로벌 통화패권을 둘러싼 미국의 견제가 강화될 수 있어 잠재 리스크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위안화가 영향력을 확대하더라도 단기적으로 외환시장에는 아직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서은종 BNP파리바 서울지점 총괄본부장은 “지금처럼 외국 자금이 중국으로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는 위안화 국제화가 환율 방향에 영향을 미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위안화가 국제화된 통화로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원화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미·중 무역전쟁이 달러·위안 통화전쟁으로 확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는 “국제지급결제 시장에서 위안화가 유로화나 호주달러, 엔화를 밀어내고 있다”며 “달러와 위안 양강 체제로의 재편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위안화의 영향력 확대는 근래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위안화의 국제 결제 비중은 1.94%에 불과했다. 하지만 5년 만인 지난해 12월 이 비중은 3.75%까지 올라왔다. 50%에 가까운 달러화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엔화는 이미 제쳤다. 무역 결제 비중만 따지면 위안화 비중이 7%로 엔화에 이어 유로화도 앞선다.
다만 정지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 팀장은 “위안화가 기축통화 지위까지 올라가려면 중국 자본시장 개방이 이뤄져야 하고, 환율 결정의 메커니즘 역시 시장이 요구하는 눈높이까지 올라와야 한다”며 “이는 중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에서도 당장 달러패권에 도전하는 데는 상당히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도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려면 중국 정부가 무역적자를 용인해야 한다”며 “무역흑자를 내면서 기축통화국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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