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때 실수 반복하지 말아야”...한은 총재가 걱정한 금리인하 속도

전경운 기자(jeon@mk.co.kr), 곽은산 기자(kwak.eunsan@mk.co.kr)

입력 : 2025.05.29 20:08:31
한은 올 성장률 전망 0.8%로

내수 침체에 수출도 부진
2분기 성장률 0.5% 그칠듯

李, 금리인하 속도엔 신중
유동성이 집값으로 흘러가는
코로나때 실수 반복 말아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통위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5.29 사진공동취재단


2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은 그만큼 경기 부진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모두 하향 조정되면서 당분간 불황 후폭풍에서 탈출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4명은 향후 3개월 안에 현재의 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사실상 연내 추가 금리 인하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종료 후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 전망이 크게 하향 조정된 만큼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3개월 이후 금리 경로의 명확한 지침을 공개하면 오해 소지가 있다”며 내부적으로 염두에 둔 연말 최종 금리 수준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총재는 추가 금리 인하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함께 강조했다. 유동성이 급격하게 확대되면 집값을 자극해 가계부채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 시내 한 약국에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5.25 [사진 = 연합뉴스]


이 총재는 “금리를 이미 2.5%로 낮췄고 앞으로도 추가로 더 인하한다면 유동성이 긴축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자산 가격을 더 올릴 가능성이 있지 않나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금리를 너무 많이 빨리 낮춰서 유동성을 더 공급하게 되면 (돈이) 경기 부양보다 주택 가격으로 흘러들어가서 우리가 코로나19 때 했던 그런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도 굉장히 크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가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시장에서는 당장 오는 8월부터 금리 인하가 1~2회 추가로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의 재정정책이 쏟아지더라도 단기간 지표 성과로 표출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한은의 금리 인하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고 8월 금통위에서 추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건설투자를 내수 부진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올해 건설투자 성장률은 6.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는데, 만약 건설투자 성장률을 0%라고 가정하면 올해 전체 GDP 성장률은 0.8%에서 1.7%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이 총재는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특히 지방 주택을 굉장히 많이 공급했고, 조정되는 과정에서 건설경기가 나빠진 것”이라며 “과거 투자한 집들이 해결되고 조정되면 경기가 개선될 텐데 그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민간소비 역시 1분기 바닥을 찍고 완만하게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1분기 성장률이 0.2% 역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 역시 당초 예상에 못 미치는 0.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와 추가경정예산 효과, 정치 불확실성 완화 등에 힘입어 점차 개선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전망에 상반기 1차 추경 효과는 반영됐지만 하반기 편성 가능성이 높은 2차 추경은 반영되지 않았다.

한은은 내년 GDP 성장률 전망도 기존 1.8%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9%로 기존 전망을 유지했고, 내년 물가 상승률은 1.8%로 0.1%포인트 낮춰 잡았다. 올해 경상수지는 미국 관세 영향으로 수출이 감소하더라도 내수 부진 등으로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들 것을 감안해 지난 2월 전망에서 70억달러 오른 82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다만 한은은 미국 관세와 관련해 협상이 원만히 진행되더라도 올해 성장률이 1%를 넘기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은은 낙관 시나리오로 관세율이 올해 말까지 상당 폭 인하될 경우 성장률이 올해 0.9%, 내년 1.8%로 높아질 수 있다고 제시했다. 비관 시나리오로는 미·중 갈등이 재점화하고 미국의 상호관세가 유예 기간 후 절반 정도 다시 높아지면 올해는 0.7%, 내년은 1.2%로 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

미국 연방법원이 제동을 걸긴 했지만 관세정책 기조가 이어질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건 자동차산업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미국 관세정책의 품목별 수출 영향’ 보고서에서 현 관세율이 이어지면 자동차 수출에서 GDP 재화수출을 0.6% 낮출 것으로 추산했다. 다음으로는 철강·알루미늄이 큰 영향을 받아 GDP 재화수출을 0.3%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관세 회피 등을 위해 미국 내 자동차 생산이 확대되면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는 매출 감소가 클 것”이라며 “큰 고용 규모(33만명)와 전후방 연관 업체까지 감안할 때 고용 충격이 상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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