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G식백과' 김성회 "게임 향한 편견과 악법, 게이머가 바꾼다"

셧다운제 폐지·게임 사전검열 문제 공론화 등 앞장서
김주환

입력 : 2025.05.31 11:00:00


인터뷰하는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 운영자 김성회 씨
[샌드박스네트워크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 운영자 김성회(47) 씨는 방송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스스로를 레커(렉카)라고 부른다.

아이템 확률 조작, 불합리한 게임 검열 등 게이머들이 분노하는 사안이 생길 때마다 김씨는 사이렌을 울리는 견인차처럼 나타나 여론을 환기하고, 정치권과도 적극적으로 손을 잡으며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

김씨는 작년 10월 국내 게임 이용자 및 개발자를 대표,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게임 유통을 원천 금지한 현행 게임산업법 32조 2항 3호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헌재에 제출된 청구서에는 총 21만751명이 청구인으로 이름을 올려 역대 헌법소원 중 참가 인원 수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보다 앞선 작년 1월에는 정부와 대통령실이 주최한 민생토론회에 게이머 대표로 참가해 게임업계의 확률형 아이템 조작 문제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국내 어떤 유튜버보다도 게임을 둘러싼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그를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샌드박스네트워크 사옥에서 만났다.

헌법소원 취지 설명하는 유튜버 김성회 씨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 운영자 김성회 씨가 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게임산업법 32조 2항 3호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2024.10.8 jujuk@yna.co.kr

◇ 불투명 게임 심의·게임사 운영 문제에 앞장서 목소리 김씨는 자신이 "잔 다르크도, 사회 운동가도 아니다"라며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내가 받는 불합리가 싫어 활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과거 스마일게이트, 넷마블[251270] 등 국내 게임 개발사에서 게임 기획자로 일했고, 온게임넷(현 OGN)에서 방송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가 게이머 권익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지는 '김성회의 G식백과' 유튜브 활동을 시작한 1년가량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2019년 주로 어린이·청소년들이 플래시 게임을 만들어 올리던 '주전자닷컴'이라는 사이트에 '미심의 게임물 유통을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고, 6만 종의 게임이 하루아침에 내려간 것이다.

김씨는 "화가 나서 게임위에 전화했더니 오히려 면박만 들었다"며 "그래서 무작정 국회에 찾아갔는데,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실에서 관심을 가졌고 게임산업법을 개정해 비영리 게임 심의 면제 관련 조항을 넣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멀리 있다고만 느껴졌던 국회나 정부가 게이머로서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던 규제를 고칠 힘이 있고, 게이머들이 목소리를 내면 가능하다는 효능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게임 이용을 금지한 '셧다운제'가 도입 11년 만인 2021년 폐지되는 데도 김씨의 공론화가 큰 역할을 했다.

'마차 시위' 당시 판교 카카오게임즈 사옥 앞에서 방송하는 김성회 씨(왼쪽)
2022.8.29 [촬영 김주환]

게임사의 확률 조작, 불공정 운영으로부터 소비자 권리를 찾는 운동에도 전면에 나섰다.

2022년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이용자들이 국내 퍼블리셔 카카오게임즈[293490]의 운영 방식에 항의하며 판교역 일대에서 '마차 시위'를 벌일 때도 김씨는 이들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사태가 공론화되자 카카오게임즈는 이용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게임 운영을 대폭 개선했다.

그는 "백화점은 1억 원을 쓴 고객이 오면 VIP라며 극진히 모시지만 게임사는 10억, 100억을 쓴 고객이 항의해도 문전박대하는 일이 잦았다"며 "아파트 청약 추첨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는데 시행사가 수건 몇 장 주며 사과하면 가만있겠느냐.

그런데 게임사들은 확률 조작이 발생해도 제대로 고객에게 보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게이머들이 일련의 사태를 보며 자신의 권리를 깨닫고, 당당히 목소리를 내는 데 함께할 수 있어 보람차다"고 말했다.

인터뷰하는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 운영자 김성회 씨
[샌드박스네트워크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새 정부, 게임 질병화 반대해야…P2E 게임 합법화, 게임 퇴보 낳을 것" 그는 게임과 관련해서라면 여야와 좌우를 가리지 않고 만나 게이머의 시선에서 게임산업을 이야기해왔다.

2022년 대선 때는 이재명·안철수 후보와 만나 게임정책을 주제로 대담 영상을 만들어 올렸고, 2023년에는 개혁신당 창당을 준비하던 이준석, 정의당 류호정 의원을 만나기도 했다.

올해 더불어민주당 게임특위 발족식에도 이재명 후보에 영상 질의를 보냈다.

김씨는 "지난 대선 때만 해도 제가 초대를 해서 게임 이야기를 했는데, 이제는 각 후보가 먼저 게임 공약을 앞장서서 내놓고 있다"며 "그만큼 게이머를 유의미한 유권자층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 후 들어설 차기 정부에 바라는 게임 정책도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김씨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화는 자녀 관리의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부모와 상업주의에 빠진 의사들의 합작품이며, 병 만들어 약 팔기"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차기 대통령은 게임을 질병화, 악마화하려는 시도에 'NO'를 외치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P2E(Play to Earn·플레이로 돈 벌기) 게임과 관련해서는 "게임으로 돈을 번다는 것은 게임이 여가 활동이 아니라 노동이 된다는 것"이라며 "만약 이를 합법화하게 될 경우 수많은 게이머가 '작업장'이 되고, 국내 게임사 대부분이 도박성 짙은 P2E 게임 개발에 열을 올릴 것이며, 완성도와 작품성 있는 게임을 만들려는 노력은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 운영자 김성회 씨
[샌드박스네트워크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김씨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약 95만명으로 곧 100만을 앞두고 있다.

게임 실황 중계가 아니라 다소 무겁고 복잡한 주제를 다루는 게임 유튜버로서는 상당한 수치다.

그는 팬들을 향해 "제 그릇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구시대적인 규제, 불합리한 업계 관행을 바로잡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튜브 활동 초창기부터 함께한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샌드박스네트워크의 도움도 언급했다.

샌드박스는 다음 달이면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김씨는 "데이터에 기반한 방송 지표 분석을 비롯해 광고 유치, 편집 지원 등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받았다"며 "개인적으로 시청자들 반응에 잘 흔들리는 편인데, 담당 매니저님이 그런 부분도 심리적으로 잘 관리해주신다.

혼돈과 불확실성이 가득한 유튜브 업계에서 살아남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감사를 표했다.

jujuk@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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