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시내버스 파업 역대 최장 4일째…준공영제 취지 무색

버스 재정지원 한해 900억원 육박에도 파업 되풀이"노사 책임성 필요…한계 드러난 준공영제 근본 개선 필요"
김선경

입력 : 2025.05.31 11:04:35


창원 시내버스 파업…전세버스 투입
[연합뉴스 자료사진]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경남 창원 시내버스 파업이 31일로 역대 최장인 4일째로 접어들면서 '준공영제'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창원 시내버스가 준공영제 하에서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재정지원을 받으며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성이 대폭 강화됐는데도 파업 관성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 파업 4일째에도 노사 입장차 팽팽…장기화에 시민 불편 고조 창원시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첫차부터 시작된 창원 시내버스 파업은 이날로 4일째에 접어들었다.

역대 최장 기록이다.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가 4일째 파업을 이어가는 건 전국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노사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기 상여금의 통상임금 반영 여부, 임금 인상 폭, 여름휴가비 인상, 정년 연장 등을 두고 좀처럼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파업 이후 처음으로 노사는 지난 30일 오후 3시부터 이날 오전 1시 30분께까지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주관으로 사후조정 회의를 진행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완전 타결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단체협약 일부 사항에 대해 먼저 합의하고 우선 파업을 유예하자는 의견도 제시됐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주말 노사가 별도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예정된 조정 회의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파업 장기화가 현실화된 가운데 시내버스를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으로 둔 창원시민들의 불편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마산합포구 가포동에 사는 한 주민은 "봉암공단으로 가는데 배차 시간이 맞지 않아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2명의 자녀도 마찬가지로 오지 않는 임시 버스를 기다리다가 학교에 지각하면서 결국 택시를 탔다"고 시에 민원을 올렸다.

그러면서 "며칠 만에 10만원이 넘는 택시비를 사용했고 임시 버스를 기다리는 것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다른 시민들도 평소보다 2∼3배 이상 길어진 배차 시간 탓에 도로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택시를 타게 되면 버스 운임의 배 이상을 지불해야 해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성토한다.

시내버스 파업에 투입된 탑승도우미
[연합뉴스 자료사진]

◇ 매년 수백억 지원 준공영제 하에서도 2년마다 파업…"근본 개선 필요" 이번 파업을 계기로 시가 2021년 도입한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준공영제는 민간 버스업체의 경영을 지자체가 일부 맡아 노선 설정 등에 개입하는 대신 적자를 보전해주는 제도다.

버스회사에는 적정 이윤을 보장해줘 안정적 운영을 보장하고, 버스 기사들이 고용 불안이나 체불 걱정에 시달리지 않도록 해줌으로써 난폭운전 근절 등 서비스를 개선하자는 취지다.

노사가 진행하는 임·단협은 기본적으로 노사 간 풀어야 할 문제이지만, 이같은 준공영제 하에서는 그 협상 결과가 시 재정지원 규모와도 사실상 연동된다.

창원시의 시내버스 재정지원 규모는 준공영제 시행 전인 2020년 586억원에서 지난해 856억원으로 270억원가량 증가했다.

증가액의 70%인 190억원 상당은 운전직 인건비로 지원됐다고 시는 설명한다.

그러면서 이번 임·단협에서 노조 측 당초 주장대로 통상임금과 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액 330억원이 고스란히 반영될 경우 재정지원 규모는 1천200억원으로 불어나게 된다며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창원 시내버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특성상 준공영제 하에서는 시내버스 공공성이 보다 강화되고 노사 모두 사회적 책임성이 요구되지만, 창원의 경우 준공영제 도입에도 아랑곳 없이 꼬박 2년마다 한 번씩 파업(2023년과 올해)에 이르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2004년 전국 최초로 준공영제를 도입한 서울을 비롯해 타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이렇다보니 준공영제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과 더불어 일각에서는 준공영제가 결국 버스업체 배만 불려주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시 역시 준공영제 하에서 파업이 반복되는 양상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공감한다.

시 관계자는 "현재의 준공영제는 시가 운행 손실 보전을 해주는 구조여서 협상 결과에 따라 시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늘어난다"며 "노사 간, 그리고 모두가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안이 합의될 수 있게 서로간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준공영제의 한계를 인식하고 근본적인 개선방안 마련에 착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윤기 YMCA 사무총장은 "준공영제 시행 이전에 비해 돈이 거의 2배나 나가고 있는데도 현재의 준공영제는 한계가 있다"며 "준공영제가 없었다면 현재의 파업 상황을 회사 책임으로 돌릴 수 있겠지만, 준공영제가 됐기 때문에 시가 일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을 만든다.

재정이 투입될 어떤 문제가 생기면 회사는 시가 책임지라고 하고, 시는 회사가 책임지라고 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ksk@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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