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임단협서 노조 임금인상·정년연장 요구 봇물…사측은 난감

현대차·SK하이닉스 등, 7∼8% 인금인상·정년 65세 연장 등 제시일부 대선후보 공약과 맞닿아…사측 "안 그래도 어려운데 어쩌나"
김보경

입력 : 2025.06.01 08:28:28


퇴근하는 현대차 울산공장 직원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김보경 김아람 오예진 기자 = 대선을 앞두고 주요 대기업 노동조합들이 큰 폭의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을 포함한 노동조건 개선을 임금 및 단체협상 요구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요구는 현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과 연결돼 관심을 끌고 있는데 사측은 경기 침체와 미국 관세 등에 따른 어려움을 거론하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자동차와 조선, 반도체 등 지난해 실적이 양호했던 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7∼8%대의 높은 임금 인상률과 성과금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8∼29일 열린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월 기본급 14만1천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금속노조 지침)과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내용으로 하는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아울러 통상임금의 750%인 상여금을 900%로 인상하고, 직군·직무별 수당을 인상 또는 신설하는 안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최근 들어 철수설이 불거진 한국GM 노조도 기본급을 14만1천300원 인상하는 동시에 당기순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통상임금의 500%를 격려금으로 지급하는 요구안을 내놨다.

이런 요구안이 현실화할 경우 1인당 6천만원이 넘는 성과급과 격려금이 지급돼야 한다.

SK하이닉스 노조도 "구성원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인상 수준이 필요하다"며 ▲ 임금 8.25% 인상 ▲ 연봉 상한선 상향 ▲ 초과이익분배금(PS) 배분율 상향 및 상한 폐지 등을 요구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발판으로 역대 가장 많은 23조4천67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올해는 큰 폭의 임금인상이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 임단협
[연합뉴스 자료사진]

업황 개선과 미국의 계속되는 러브콜로 최대 호황기를 맞은 조선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노조는 각각 기본급 14만1천300원 인상안을 만들어 임단협 교섭에 나섰다.

지난해 수준의 성과급 및 격려금에 더불어 한화오션은 120만원의 하계 휴가비 지급이 요구안에 추가됐다.

이 밖에도 포스코와 대한항공 노조도 기본급 7.7% 인상을 포함한 요구안을 제시했다.

다만 건설업계는 업황 부진에 따라 기본급 동결이나 2∼3%대의 인상에서 임단협이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임단협에서 주목할 점은 노조가 일부 대선후보의 공약에 맞춰 정년 연장, 주 4.5일제 도입 등 노동조건 개선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를 가장 먼저 내놓은 것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조선업계로, 이들 업체 노조는 정년 만 65세 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주장하고 있다.

경사노위 정년연장 논의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대차 노조의 정년 연장 요구는 더 구체적이다.

현대차 노조는 정년을 현재 60세에서 국민연금 수령 개시 전년 연말(최장 64세)로 연장하고, 정년 연장을 이끌기 위한 포석으로 기존 35년까지이던 장기근속자 포상 기준에 40년 근속을 신설하는 안도 마련했다.

현대차 노조는 정년 연장과 연동해 숙련재고용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숙련재고용자는 정년퇴직 후 다시 계약직으로 고용된 직원을 말하는데, 현대차는 1년+1년 계약으로 총 2년을 보장하되 임금은 신입사원 수준으로 지급한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단협 개정 요구안에서 임금 삭감 없이 금요일 근무를 4시간 줄이는 주 4.5일제 도입을 제시했는데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층 강화된 노조의 요구에 사측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미국 고율 관세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러한 요구안을 제시하는 노조와 합의 불발 시 회사는 더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재직 여부나 특정 일수 이상 근무 조건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조건부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난해 말 대법원 판결과 관련,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이러한 임금인상과 정년 연장 요구는 사측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임단협에서 현대차는 통상임금 각종 수당 포함, SK하이닉스는 차량 유지비·유류비 등 통상임금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 사측 관계자는 "올해는 대선과 맞물려 임단협 협상 타결이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노사 리스크는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 LG전자, SK이노베이션 등은 올해 초 임단협을 마무리 짓고 임금인상률을 확정했다.

vivid@yna.co.kr(끝)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6.02 23:01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