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팍팍한 살림살이 나아지길 바라는 기대

김지훈

입력 : 2025.06.04 14:08:23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몇 년째 그대로인 월급은 통장을 스쳐 지나갈 뿐이고 마트에서 장을 볼 땐 손이 떨린다.

기준금리는 내렸다는데 대출금리는 안 떨어지고 주식시장에서 내가 산 종목 주가만 떨어진다.

평당 몇억이라는 강남 집값의 '신고가 기록' 뉴스는 이제 쳐다보기도 싫다.

한 해 두 해 나이는 들어가는데 대책 없는 노후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가계건 나라건 빚만 계속 늘어가고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니 경기는 언제나 좋아질지 기약이 없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선서 지켜보는 시장 상인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4일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에서 한 가게의 TV 화면에 이재명 대통령 취임선서 행사가 생중계로 방송되고 있다.2025.6.4 yatoya@yna.co.kr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3월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71.5%는 가계경제가 1년 전보다 악화됐다고 답했다.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큰 분야로 71.9%가 '물가 상승'을 꼽았고 물가가 가장 많이 오른 부문은 식료품·외식비(72.0)가 1위였다.

소득 전망 물음엔 '감소'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는 52.1%였다.

지난달 한경협의 또 다른 설문에선 민생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응답자의 60.9%가 '물가 안정'을 꼽았다.

민생경제에서 가장 큰 어려움도 53.5%가 '고물가 및 생활비 부담 증가'라고 답했다.

지표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서민 체감 물가는 급등하고 소득은 제 자리니 살림살이가 나아질 리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체됐던 경기가 작년 말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급격히 얼어붙어 심각한 상태다.

내수와 수출, 성장률, 고용 등 경제의 모든 지표가 경기침체를 향해 내리막길을 걷는 중이다.

트럼프 관세의 충격으로 5월 수출은 넉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이 나란히 8%씩 줄었고 자동차·석유화학 등 주력 10개 품목 수출도 감소했다.

수출뿐 아니라 내수도 어렵다.

올해 1∼4월 소매판매는 작년보다 0.2% 줄어 3년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고용은 60대 이상의 단순 근로로 수치를 유지할 뿐 노동력의 허리인 청년층에선 '쉬는' 청년이 50만명을 넘었다.

잠재성장률은 2% 밑으로 떨어졌고 1분기 성장률은 -0.2%로 뒷걸음질쳤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0.8%로 내다봤으니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8%)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2천조원에 육박한 가계 빚과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 등 경제는 온통 암울한 얘기뿐이다.

'트럼프 관세' 속 5월 수출 1.3%↓…미중 수출 8%대 감소
(평택=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한국의 5월 수출이 작년보다 1.3% 감소하면서 수출 증가율이 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졌다.핵심 주력 상품인 반도체 수출은 역대 5월 최고치를 기록해 양호했지만,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에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대미 수출이 전달에 이어 감소했다.사진은 1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2025.6.1 xanadu@yna.co.kr

이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 출범한 정부인 만큼 이재명 대통령에 거는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얼어붙은 경기를 녹이고 서민 살림살이에 온기를 불어넣는 일이다.

이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비상경제대응 TF'(태스크포스)를 설치하고 경기 회복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것은 당면한 경기하강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니 다행스럽다.

13조8천억원 규모의 1차 추경으론 부족하고 2차 추경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정치권의 신속한 추경 편성과 집행이 최우선 과제다.

소비와 투자를 살려내기 위해 저소득층과 소상공인, 그리고 철강업계 등 관세전쟁의 표적이 된 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세수 결손과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로 머뭇거리기엔 우리 경기 상황이 너무나 엄중하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선서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2025.6.4 [국회사진기자단] photo@yna.co.kr

그러나 새 정부의 경제살리기 정책이 단순한 돈 풀기에 그쳐선 안될 일이다.

현 경기하강의 이면엔 국내 요인뿐 아니라 미국 관세부과로 인한 국제 교역질서 재편이라는 대외요인이 있고, 잠재성장률 하락, 낡은 산업구조, 첨단기술 개발 부진, 인구절벽, 노동시장 경직성 등 중장기 요인들도 자리 잡고 있는 복합위기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어려운 만큼 제대로 된 정공법으로 문제를 헤쳐 나가면 그 성과는 더욱 빛나게 마련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1998년엔 외환위기 여파로 성장률이 -4.9%로 추락했지만 이듬해 11.6%로 반등했고,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이듬해인 2009년 0.8%에 그쳤던 성장률은 2010년 7%로 올라섰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대로 잠재성장률 3%, 코스피 5,000시대가 열리고 우리 팍팍한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를 기원한다.

hoonkim@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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