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200조 시대 … 투자금 더 빨아들인다

정유정 기자(utoori@mk.co.kr), 문가영 기자(moon31@mk.co.kr)

입력 : 2025.06.05 17:40:50
2년만에 자산규모 2배로 성장
개별 종목처럼 거래 가능하고
연금·IRP계좌 절세혜택 매력
개인투자자 위주 대거 유입
고배당주·커버드콜 ETF 등
2강 체제속 차별화 경쟁 치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200조원을 돌파하며 개인투자자들의 핵심 자산관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종가 기준 국내 상장 ETF의 순자산 총액이 총 201조2845억원으로 집계됐다. 2002년 국내 도입 이후 ETF 순자산 총액이 2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TF 시장은 최근 2년 새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도입부터 순자산 총액 100조원 달성까지 20년8개월이 걸렸지만, 100조원에서 200조원으로 느는 데에는 2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2020년 촉발된 '동학개미운동'이 '서학개미운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개인투자자가 증시에 대거 유입된 점이 이 같은 성장세의 바탕이 됐다. ETF는 개인투자자들이 특히 선호하는 상품이다. 개별 종목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으면서 동시에 분산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실제로 ETF 시장에서는 기관보다 개인투자자의 거래 비중이 훨씬 높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투자자의 ETF 일평균 거래대금 비중은 30.3%로, 기관투자자(20.5%)와 외국인투자자(19.5%)를 크게 앞섰다. ETF 시장 확대의 또 다른 동력은 세제 혜택이다. 연금저축계좌와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는 매매차익과 분배금에 대한 과세가 연금 수령 시점까지 이연되지만, 개별 주식 투자는 불가능하다. 반면 ETF는 이들 절세 계좌에 담을 수 있어 활용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시장 성장에 더욱 힘을 보태고 있다. 미국에서도 퇴직연금 제도인 401K에 저비용 ETF를 중심으로 하는 장기 투자 전략이 보편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연금 자산과 ETF 시장이 동반 성장한 바 있다.

노아름 KB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불과 5~6년 전만 해도 개인투자자들은 인버스·레버리지 트레이딩용으로 ETF를 많이 활용했으나 이제는 연금 자산용 활용도가 높아졌다"며 "연평균 성장률 20%를 고려하면 2029년에는 ETF 시장 규모가 45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TF는 그간 미국 증시 투자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4일 기준 미국 증시 대표 지수에 투자하는 'TIGER 미국S&P500'의 순자산 총액은 약 8조1200억원에 달한다.

지수 추종 ETF를 제외하면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2조4100억원),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2조150억원) 등이 꾸준히 인기를 끌며 순자산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이 성장하면서 운용 전략도 다변화하는 추세다. 최근 배당주나 커버드콜 ETF 등 안정성을 높인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4일 기준 시장점유율은 삼성자산운용이 38.7%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33.5%의 점유율로 이를 추격하고 있다. 운용사들은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한 ETF에 이어 최근에는 하락 위험을 일정 수준 완충해주는 버퍼형 ETF도 등장했다. 향후 ETF 시장의 최대 변수는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이다. 주요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가상자산 현물 ETF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어 시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유정 기자 /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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